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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8-01 15:04

ㆍIP: 223.xxx.130

슬기로운 의사를 만나면

슬기로운 의사를 만나면

권영심 ( 2021 , 8 , 1 )

예약을 분명히 하고 가건만 대기하는
시간은 기본이 한 시간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의사와 만나는 3분을 열심히 기다린다.
그러는 중에 화를 내는 사람들을 꼭 보게 된다.
예약을 했는데 왜 이렇게 기다리게 하느
냐고, 이럴려면 예약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난리 난리다.
설명하는 간호사의 인내심은 놀랍고
아무리 화를 내거나 속이 상해도 내 이름이 나오기 전엔 소용이 없다.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불과 삼사분, 의사는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그래도 이번에 전원한 병원의 심장 전문
의 교수는 처음 인사하는 순간부터 잘 웃어서 너무 놀랍고 좋았다.
전신에 넘치는 자신감과 오랜 경력에서
생기는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농담하고 웃기까지 해서 그야말로 진심으로 감동하고 말았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의사가 실제 있구
나,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 한 마
디가 마치 복음과도 같이 들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 말을 응,음, 하면서
잘 들어주었고 옷음이 담긴 목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 있었어...
나는 여러 프로를 통 털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고
본방 사수하면서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위안을 얻는다.
환자에게 그지없이 친절하고 온 힘을
다해 보살피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만
봐도 내 병이 낫는 것 처럼 기쁘다.
저런 의사들은 가상의 율제 병원에만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갑고 냉정한 담당
의가 너무 힘들어졌다.
아마 내가 전원을 하게 된 것에 슬기로 운...이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실력이 있는 명의라는 말 보다 다정하고
재미있는 의사라는 말에 나는 주저없이
예약을 했다.

기계적인 냉정한 목소리로 수술만 권하
는 것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꼭 수술을 해야 하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하소연하듯 말했는데
의사는 일일이 대꾸를 하면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데미지를 크게 입은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주는 말에는 눈물이 나올려고 했다.
있다고 했더니 정서적인 면이 손상되면
몸이 고통을 느낄 수가 있다면서 일단
약을 먹어 보자고 하는 그 말이 그렇게
신뢰가 갔다.
혹시 수술할 일이 생겨도 아무 염려말라 면서 다 고쳐 준다라고 토닥이며 크게
웃는 웃음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
듣기 좋았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다르듯이 의사들도
다르고 저렇게 슬기로운 의사 선생님도
있구나...

새롭게 더해진 약을 먹으면서 확실히 가
슴의 통증이 줄었다.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한다고 쉽게 말하
지만 너무나 힘든 나날의 모든 것에서
견디어내는 것 조차 안간힘을 써야 할
때, 스트레스는 독소처럼 생긴다.
달마다 가야 하는 병원이 네 곳이다.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도 힘든데 갈 때
마다 무슨 검사인지 계속이다.
심장냇과를 대학병원으로 옮기고 내분
비과를 뒤이어 전원했다.
안과와 신경과는 예약된 날짜에 가서 옮
기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대학병원 한 곳만 다니는 것이 협진에
더 좋다는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병원을 찾아다닐 수 있는 상태만
으로도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모른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옳은 말이다.

한 곳의 병원을 퇴원하고 살짝 후회했다
가게문은 열어 놓았을뿐, 개점 휴업이니
그냥 계속 입원해 있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했으나 입원 생활이 괴롭기는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월요일에 입원하는 병원에서 주
사 치료하고 나오면 훨씬 살만해질 것을
믿는다.
퇴원하고 나오면 코비드는 우리에게서
멀어져 있을까?
세상에 태어나서 손님이 오지않는 빈 가
게에 며칠이고 있는 경험은 처음이다.
그리고 차라리 손님이 무섭다고 말하면
내가 좀 살짝 이상한 걸까?
내가 아픈 걸까?
이 세상이, 이 지구가 아픈 걸까?
그렇다면 제발 좀 나아지기를.
제발 좀 이 지구와 이 지구의 어느 귀퉁 이에 사는 가련한 사람들을 봐 주기를,
자취를 감춘 신께 빌고싶다.
내일 입원해서 이번에는 슬기로운 입원
생활을 하면서 나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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