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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7-10 20:47

ㆍIP: 223.xxx.104

커피와 소주

#권영심의글
커피와 소주

권영심( 2021 , 7 , 10 )

그 해 겨울은 눈이 자주 왔다.
깊은 새벽에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경험
이었다.
비록 다음날 염화수소를 뿌리고 쓸고
하는 힘든 과정이 있지만 새벽의 눈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라도 좋았다.
그렇게 문 앞에 서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멈추어 서면서 한 잔
마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좌석에 앉았고 소주를 두 병 시키더니 오만원권을 내게 주었다.
그러면서 안주는 아무것도 필요없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했다.
만약 없으면 그냥 가겠노라고 해서 말해
보라고 했다.
일회용 컵에 믹스 커피를 하나씩 넣어
물을 아주 조금 넣어 잘 풀어서 5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만들어서 가져다 주었다.

소주를 마시면서 그런 커피를 주문한
사람은 평생 처음이었다.
그는 목이 긴 잔이 있으면 달라고 했고
나는 장식용 잔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잔에 커피를 붓더니 소주를 부어
채웠다.
아무렇게나 넣는 것이 아니고 진한 믹스 커피를 천천히 붓고 그 위에 한 잔의
소주를 부었다.
그 다음에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서 주
었더니 나머지를 그 물로 채웠다.
오묘한 색의 , 생전 처음 보는 소주커피
였다.
그는 한 잔을 단 숨에 마시고 다시 만들
었다.
이번에는 커피를 넣은 후 나머지를 전부
소주로 채웠다.
피넛과 건포도 등을 갖다 주었으나 한
알도 먹지 않고 그는 소주 두 병과 믹스
커피 다섯 봉지를 마시고 갔다.

그 당시는 나도 술을 마시던 때여서 그
가 마신 커피 소주의 맛이 너무나 궁금
해서 다음 날 나도 똑같이 만들어서 마셔 보았다.
두 번 다시는 마실 수 없는 그런 맛이었
고 내게는 너무나 고약했다.
눈을 맞으며 들어와서 커피소주를 마시
면서 한 마디도 하지않고 간 그가 너무
궁금하고 다시 왔으면 기다렸다.
그렇게 괴상한 맛으 음주를 즐기는 그가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름 정도 지나서 그가 다시
왔고 나는 시키기도 전에 세팅을 해주었 더니 웃으면서 오만원을 테이블에 얹어
놓았다.
나는 그의 앞에 앉아 한 잔 줄 수 없느냐
고 물었다.
그는 나를 잠시 보더니 시원한 맥주 한
병과 긴 잔을 가져 오라고 했다.
맥주를 긴 잔에 따른 뒤 그는 커피를 거
품 위에 천천히 부었고 짙은 색의커피가 긴 선을 그리며 섞이는 모습은 아름답
기까지 했다.

그는 잔을 내밀며 마시라고 했고 나는
한 잔을 단숨에 다 마셨다.
그 풍미를 대체 뭐라고 설명할까?
알고보니 그는 커피와 여행에 놀라운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후 이삼년 동
안 가게에 왔고 우리는 함께 커피와 술 을 마셨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소주커피와 맥주 커피는 몇 몇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몇 년 전 부터 나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
하는데 대화의 방편으로 무알콜 맥주를
한두병 마신다.
여름이 되면 내가 제조해서 마시는 커피
가 있는데 나는 매우 맛있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무알콜맥주를 거의 얼린 뒤 500CC 잔
에 모두 부으면 슬러시 상태가 된다
거기에 진한 아이스 원두 커피를 부어
마시는 것이다
무알콜 맥주는 매우 쓴 맛인데 거기에
쓴 커피와 섞이면서 조합되는 맛은
내겐 독특하고 한 번씩 생각나는 맛이다

실은 술과 커피를 섞어 마시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기
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술, 소주를 섞어 마셨 고 맥주와 혼합하면 특이한 풍미를 느끼
게 된다.
커피에 버터를 넣어 마시는 것도 있으니
새삼 놀라울 게 못 되는 듯 하다.
그는 지금 어느 카페에서 소주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
이야기가 너무 재밋고 대화의 내용이 풍부해서 몇 시간이나 말을 해도 지루
하지 않았다.
맥주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서 가끔 그가
생각난다.
만남이란 어쩌면 커피 향기처럼 아련한
것인지도 모른다.
향기가 사라지면 잊혀지기도 하고 매일
마시는 커피와 같이 늘 함께 있기도
하는 만남.
커피향과 같은 좋은 만남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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