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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30 12:58
ㆍIP: 223.xxx.87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권영심 ( 2021 , 6 , 30 )

1983년 6월 30일은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아니 이 한강토의 땅이 열린 이래,
초유의 사건이 시작된 날이다.
이산가족찾기라는 이름 아래 한강토가
울고 전 세계가 울었다.
6.25전쟁 발발 33년이 되었으니 전쟁 으로 발생한 이산가족 1세대가 그대로
살아서 고향과 가족의 그리움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을 때였다.
그런 때에 KBS 방송에서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14일에
끝날 때 까지 단일 방송으로서는 최장수
방송의 기록으로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
되었다.
거의 반 년 동안의 이 기가 막힌 방송은
기가 막힌 일들을 수없이 만들어 내었고
그 기가 막힌 일은 우리집에서도 일어
났다.
아버지가 걸핏하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산가족찾기 방송이 시작된 이후 아버지는 티비 앞에 앉아 마치 석상이라 도 된 듯 움직이지 않아서 엄마는 복장 을 두드리며 힘들어 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서울에 간다고 내게는 전화를 했고 나는 같이 가겠다고 했으나 아버지 는 혼자 가겠노라 했다.
이북에 두고 온 가족을 찾고싶어서 방송
국에 가는 것으로 짐작했다.
아버지는 그 당시 몸이 좀 불편한 상태 였고 혼자 다니는 것이 너무 걱정되었으 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부재에 분노하고
질투하고 힘겨워 했다.
이북에 아버지의 부인과 딸이 살아 있다
면, 그래서 만난다면 , 그 생각만으로도
엄마는 몸서리쳤다.
일주일이 지나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엄마는 울면서 소리치고
별별 소리를 다했으나 아버지는 아무 말
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임신중이었고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로 인해 친정 일에 신경을 잘 쓰지 않았다.

가족을 찾겠다고 방송에 내보내는 것도
아닌 아버지가 서울에 가서 왜 일주일을
보내고 왔을까?
나는 전화를 걸어 아버지에게 물었으나
어떤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또 사라졌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는 나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세 번 째의 출행이었다.
병원에서는 무조건 안정해야 된다고 말
렸으나 나는 아버지를 찾아가야 했다.
아니, 아버지에게 몹시 화가 났었다.
가족을 찾을려면 남들 처럼 신청을 하
거나 벽보라도 붙이든지 하지않고 왜?
마치 서자가 아버지 찾아가듯이 그렇게
몰래 가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
그 때 본 KBS 방송국의 모습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모두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정신들이
없던 그 곳에서 나는 아버지를 찾아 헤 메고 또 헤메었다.
그리고...아버지를 찾았다.
벽보 앞에서 사연을 읽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한 시간 이상 그 뒤를 따라
다니면서 나는 알게 되었고 그 알게 됨이 기가 막혀 선 채로 울고 또 울었다.

아버지는 방송국에 간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열심히 벽보를 읽고 있는 그 곳은 방송국일 수
가 없었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갑자기 통한 시간의 문을 들어 가서 고향으로 간 것이었다.
들리는 말 마다 이북 사투리이며 벽보의
지명들은 고향과 그 주변의 것들이었고
고향의 아즈마이와 소나들이 넘치도록
그 곳에 있었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사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가족은 찾지 못 하는 것이라고
진작에 단념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방송국에 가서 맞이한 것
은 꿈에서도 잊지 못 하던 고향의 사람 들이요, 사투리와 지명들이었다.
방송국 담을 따라서, 나뭇가지에마저도
붙여져 있는 그 수많은 사연들의 지명들
은 꿈에라도 가고싶은 고향이었다.
빵조각과 소주로 연명하면서, 방송국 한
켠에서 새우잠을 자더라도 아버지는 그
고향의 냄새를, 고향의 느낌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발견했고 나는 아버지에
게 한 걸음에 다가가, 마치 이산 가족 상
봉하는 것 처럼 붙들고 통곡했다.
그렇게 우는 것이 당연한 것 처럼 어떤
사람들은 박수까지 쳤다.
아버지는 아이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울면 안 된다면서 나를 다독이며 어느
풀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멀미가 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정겨웠다.
내가 울음이 잦아질 때 까지 아버지는 또 누군가와 이야기했고 그 진한 사투리
는 모양이 다른 고향 소식이었다.
- 마리야, 알았네? 아바지레 와 여기 온
줄? 그래, 우리 마리야는 알갔지, 암 알았으니까네 그렇게 운 것 아니겠네...
땅바닥에서 자도, 빵조각만 먹어도 아바
지레 좋기만 하다우야, 고향 사람들이레
이렇게 몽땅 만날 줄을 어케 생각이나
했갔니? 여기가 내 고향 아이겠니? -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껴안은 딸의
가슴이 흠뻑 젖도록 아버지는 오래 오래
눈물을 그치지 못 했다 .
그 후 여러번 서울에 다니며 아버지는
건강을 많이 상했으나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서울행은 바로 고향으로의
시간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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