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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27 15:55

ㆍIP: 223.xxx.155

에반젤린을 추억하며

#권영심의글
에반젤린을 추억하며

권영심 ( 2021 , 6 , 27 )

요즘 젊은이들이 에반젤린을 읽을까?
워낙 롱펠로우를 좋아하지만 에반젤린
은 거의 외울 만큼 읽고 또 읽었었다.
아카디아 이민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에반젤린은 소설이 아니라 영어로 쓴
서사시이다.
1847년에 출간된 이 시는 롱펠로우의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 서사시의 내용은 요즘의 사고로 보면
참 맥빠지는 줄거리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 전, 우리들은 에반
젤린과 가브리엘의 너무나 안타까운
사랑에 가슴을 앓았다.
순수의 시대였고 에반젤린의 순정은 무
엇보다 소녀들의 소중한 가치관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에반젤린의 내용은
이렇다.
아카디의 그랑 프레에 에반젤린이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그녀에게 장가들려는 구혼자가 차고
넘쳤으나 에반젤린의 마음에 하트를 깨
운 남자는 대장간집 아들 가브리엘 이었다.

두 사람이 마을의 축복속에 혼례를 올린
날, 전쟁으로 인한 피난 명령이 모두에
게 내려졌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피난을 떠나는 와중
에 에반젤린과 가브리엘은 헤어지게
되었고 두 사람의, 서로를 찾는 기나긴
여정이 이어진다.
루이지에나로, 미시간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에반젤린은 수 십 년을 지
치지도 않고 찾아 다녔으나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주름과 백발 뿐이었다.
그러나 에반젤린의 가슴에 살아있는 것
은 청년 가브리엘의 눈부신 모습이었고
그것은 세월과 시간이 지나도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늙어버린 에반젤린은 필라델피아
에 있는 자선 기관에 몸을 의탁해서
살면서 병자들을 돌보았다.
어느 해에 전염병이 돌았고 에반젤린이
있는 자선 병원에도 많은 환자들이
들어 왔다.

그 환자들 중에 키가 크고 마른 늙은 남자를 본 순간 에반젤린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가브리엘임을 알아 차린다.
하룻밤도 함께 하지 못했으나 가브리엘
은 에반젤린의 키스를 받으며 세상을
떠나고 에반젤린도 그 뒤를 따라 간다.
두 사람은 함께 무덤에 누웠고 그들의
사랑은 천상에서 이루어졌다.
요즘 사랑의 개념과는 너무나 다른 이
서사시는 지나간 시대의 가치관을 그대 로 담아 무엇이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이루게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사랑과 결혼의 신성함, 이제는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가 되어버린 사랑의
진정을 알게해주고 ,우리 세대는 그 진정을 믿고 실천하기까지 한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른다.
에반젤린은 창조된 인물이지만 우리들
에겐 살아있는 누구보다 마음으로 들어
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지금도 있다.
에반젤린외에도 롱펠로우의 시를 거의
다 읽은듯 하다.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는 1807년 2월
27일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이십여년 동안 하버드 교수직에 있으면
서 많은 서사시와 서정시를 발표했다.
그의 시는 창작이라기 보다 설화나 민요 , 에반젤린 같이 실화에 근거한 작품이
많다.
그의 시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에반젤 린이지만 인생찬가도 못지않게 독자들
의 마음을 감동으로 물들인다.
그의 최대 걸작은 단테의 신곡을 번역해
서 붙인 소네트, 신곡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두 번이나 부인이 죽어 가정적으로 불행
했으나 그가 미국 문학에 끼친 공적은
확고하다.
서두에 에반젤린을 읽을까라고 했는데
쓰면서 생각하니 틀린듯 하다.
지금도 많은 청춘들이 읽을지도 모른다.
고전은 영원하니까.
그러나 읽은 감동의 깊이는 아마도 많이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의 길이만큼 가치관이
달라진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러니 내가 읽었고 받아들인 그 느낌을
요즘의 젊은이들이 똑같이 느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하다.
사물을 대하는 모든 감성이 달라졌다.
오늘 문득 에반젤린을 떠올린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어떤 일로 인해 마음이 많이 촉촉해져서
무언가가 간절했었나 보다.
너무나 거칠고 즉흥적인 남녀들의 사랑
을 스치듯 보면서 어쩌나... 내 걱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
하고 염려가 되는 것은 왜일까?
하룻밤도 함께 하지 못한 남편을 찾아
전 생애를 바친 여인들은 실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고 우리는 그런 미덕을
지나간 역사와 함께 사라지게 했으니
이젠 우리는 남녀의 사랑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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