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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15 14:23
ㆍIP: 223.xxx.126
슬기로운 부모 생활
슬기로운 부모 생활

      권영심 ( 2021 , 6 , 15 )

잔 말 말고, 쓸데없이 나쁜 친구들과
놀지말고 공부만 해!
밥 먹을 때 조용히 해!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수업 시간에 떠들지 마!.....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 부모들의 해와
마의 레파토리는 영원히 이어질 부모
테마송인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면 어김없이 이어 받는
문화 유산이다.
그러니 옳다, 옳지 않다라고 말할 필요 가 없다.
그 영향은 자식들이 받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모는 자신의 방법만이 가장 옳은
것이다.
사극에 보면 대원군이 파락호 시절일
때 장차 왕이 될 둘째 아들에게 왕도를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으로 천만
의 말씀이다.
대원군의 심중에서만 모든 것이 이루어 졌기에 무사히 왕이 되고 대원군이 되었
지, 실제 왕도를 교육했으면 안동 김문 에 의해 도륙이 났을 것이다.
고종이 잠저 시절에 아무것도 모르게
자랐기에 무사히 왕이 되었고, 그렇게
만든 대원군의 지략이 대단할 뿐이다.

만약 사극에서 처럼 어린 고종이 왕도를
배우면서도 깜쪽같이 시치미를 뗄 수
있는 성품이었다면 우리는 역사속의 고종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왕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의 교육이란 자식의 전부이지만
그것을 뛰어 넘는 자식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교육
의 결과물이다.
나는 내 나이의 여자들이 겪는 일반적인
삶의 고난보다 수 십 배 더 많은 힘든 일
을 겪고 살아 왔다.
그런데도 그나마 이정도라도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버지의 교육
의 덕분이다.
나의 어떤 질문도 소홀히 넘기지 않았고
일반의 아이들과는 다른, 이상한 질문에
도 아버지는 당신의 의견을 진심을 다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당신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내
마음에 각인되는 교육이 되었다.
가장 큰 가르침은, 이 세상에 가장 중요 한 것은 나 자신이며 무엇을 할 때 내가
행복한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까먹을 때가 많았지만 나이
들어 가면서 되새김질 하듯 적용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아버지도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이 있었으 나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항상 신중 하게 덧 붙여 말했다.
생각해 보라우, 그렇게 해서 친구가 속
상하면 너는 좋캈네?
생각해 보라는 아버지의 주문은 항상
유효하고 지금도 그렇다.
세월이 흘러 주변의 부모들이 부모의
역할에 너무나 힘겨워 함을 많이 본다.
티비의 영향이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이 부모에게 막말을 퍼붓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 안면이 있는 동생이 오랜만에 가게
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셨다.
별다른 안면이 없이, 아주 오랜만에 왔
고 혼자 소주만 마시기에 그대로 놔 두
었더니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울고 있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딸과의 통화
였는데 갑자기 상대방의 음성이 크게
들렸다.
ㅈ 까고 있네, ㅅㄹ 누가 낳아 달라고
했어? ㅅㄹ, 놔 두라구! 내 인생이야!
술 처먹으면서 딸한테 주정하는 엄마도
***야! 이혼해서 이렇게 살거면 왜 나를
낳았냐고! ㅅㄹ, 죽고 싶다고!
위에 쓴 말보다 몇 배나 심한 욕설과
독한 말이 몇 분 더 이어지다가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수건을 건네
주었다.
-언니, 죄송해요 나 이런 딸년하고 살아
요 인제 중3인데 학교는 벌써 때려 치우
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가끔 이렇게
전화가 걸려와서 돈만 달라고 해요-
그녀가 울도록 나는 그대로 놔 두고
다른 일을 했다.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고
부모에게 욕하는 아이들은 이제 문제도
아닐 만큼 많아진 시대다.
왜 마음대로 나를 낳았냐고 대드는 아이
들은 놀랍도록 많이 있다.
아이들을 괴물이라고 말하기 전에 비정
상적인 부모가 너무나 많아졌으니 할 말
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ㅅㄹ, ㅈㅍ 이런 것들이 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듣는 부모들만 억장이 무너지고
세상이 노랗게 보인다.
이미 자식에게 지고 들어가니 무슨 말이
먹히랴?
다시 미안하다고 하는 동생 앞에 앉아서
나는 내 충고를 듣고 싶냐고 물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듣고
왔고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 꺼냈다고
했다.
나는 충고나 조언을 들려줄 입장이 못
되지만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딸 앞에서 절대 울지 말고 술 마시면서
통화하지도 말고 혼자 마음대로 집을
드나들도록 하지도 말고 돈도 보내주지
말라고 했다.
그녀의 눈이 커지면서 딸을 포기하라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현재도 딸을 포기하고 있지 않느냐
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서더니 지갑에서 오만 원 한 장을 내팽개치고 나가 버렸다.
그녀가 다시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도 자식을 포기하고 있다는 내 말은
그녀의 심중에 깊이 박혔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딸을 위해 우는 것 같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딸 을 둔 자신이 서러워 우는 것이다.
누구보다 그 딸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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