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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11 18:24

ㆍIP: 223.xxx.240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엔 그렇게 ( 39 )

권영심 ( 2021 , 6 , 11 )

요즘 시대는 음식의 종류가 너무나 많아
서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을 지경이다.
전 세계의 음식은 한강토에 다 들어 와
있는 듯, 없는 것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음식들의 맛이 거의
비슷하다고 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짠단짠하고 맵맵하고 졸깃졸깃한 것
으로 표현되는 오늘의 음식은 그 특징을
잃었다.
젊은이들이 먹는 음식은 기막히게 맵거 나 달거나 치즈 범벅이거나이다.
하다 못해 콩나물 국에도 치즈를 넣어 먹는 사람이 있다 하니 이렇게 음식의
소재를 학대해도 되는가 싶다.
각각의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다르
고, 그 식재료로 만들어내는 음식은 고유의 맛을 내고 우리들은 기억한다.
그 때 그 시절엔 음식의 맛은 분명하고
들어가는 양념도 쓸 것, 안 쓸 것들이 따로 있었다.
생강 마늘이며 쪽파 다진 것 하나라도
구분하고 가려서 넣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음식은 동서양의 모든
양념, 향신료가 다 들어간다.
치즈며 버터가, 하다못해 김치찌개에도
들어가서 줄줄 늘어나는 치즈를 먹는
재미가 좋다고 한다.
그 국물은 거의 설탕물 수준이다.
젊은이들은 그것이 맛있다고 한다.
음식들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걸까?
옛 말에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창의적인 음식 개발이 아니라 독하도록
맵고 달고 신 것을 넣어 끝 까지 가 보자
라는 음식들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음식들이 고유의 맛을 잃고
헤메는 것들 중에 돼지갈비가 있다.
여러 곳에서 가끔 먹는데 대체 왜 그렇 게 달게 만들까?
돼지갈비는 그렇게 달지 않아도 고유의 맛이 훌륭한 음식이다.
그 때 그 시절에 부산의 부산진역 일대 와 수정동 산복도로에서 부산역 뒤 골목
안 까지 수 백 곳의 돼지갈비집이 성업 중에 있었다.

연탄불에 굽는 돼지갈비와 팬에 굽는
돼지갈비 두 종류가 있었는데 2인분의
양이 많았다.
연탄불 위에서 석쇠에 구워지는 돼지 갈비의 그 냄새를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팬에서 굽는 갈비는 식탁에서 먹는 사람
들이 구웠으나 연탄 갈비는 밖에서 구
워서 석쇠채로 가져 왔다.
요즘의 눈으로 보자면 탄 것 투성이여서
질색팔색할 것이지만 그 때 그 시절엔
그런 것을 더 맛있다고 먹었다.
가게들마다의 비법으로 양념을 해서
요즘 처럼 맛이 그 맛이 그 맛이 아니었
고 씹히는 식감도 달랐다
다섯 식구의 가족들이 6~7인분을 먹고
밥과 냉면과 소주 한 병까지 먹고 이 만
원이면 해결이 되었다.
너무 흡족하고 맛있는 외식이 되어 아이 들은 학교에 가서 자랑하기 바빴다.
양념에 비빈 밥을 아이들은 달게 먹었고
그 입에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넣어주려 는 엄마의 젓가락질은 바빴다.

가게를 나오면 갈비 냄새가 온 몸에 풍겼고 그 냄새를 탓하는 사람들은 아무
도 없었다.
아이고 냄새 좋데이, 세상에 식구끼리
갈비 묵었꾸마! 을매나 좋았겠노?
아배가 참 잘 했네.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말하면서 부러워
하는 소리에 아이는 어깨가 으쓱했다.
식구들에게 가끔이라도 돼지갈비의 외
식을 하게 해주는 아버지는 너무 좋은
가장이었다.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가족들의 모임에도 돼지갈비면 끝이었다.
지금도 그 냄새와 맛이 선명하게 기억나
면서 가끔 너무나 먹고싶을 때가 있다.
감칠 맛이 나면서 고소하고 입 안에 번지던 짭쪼름하면서 기름진 맛은 요즘 절대 찾지 못 한다.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면서 특징이
있었는데 요즘 돼지갈비는 무조건 달다.
대체 무엇으로 양념하기에 그렇게 단
것인지 모르겠지만 몇 점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듯 하다.

어떤 음식에든지 설탕을 넣는 것을 보여
주는 방송 프로도 있을 정도이니 단 맛이 대세인 것은 알겠으나 이렇게 단 음식만이 좋은 건지 혼란스럽다.
그 때 그 시절의 돼지갈비도 물론 단 맛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니글거리는 단 맛과는 달
랐음을 예전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은 돼지갈비를 사 먹지
않고 만들어 먹는다.
시중의, 엄청나게 단 맛이 나는 양념을
쓰지 않고 직접 만드는데 요즘의 단 맛에 길든 사람에겐 맛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돼지갈비살에 어우러진 양
념의 맛은 내게는 참 맛있다.
그럼에도 그 때 그 시절에 부산 수정동
일대에서 먹었던 그 맛은 흉내도 못 낸다.
추억의 맛은 언제나 미각 속에 남아있고
현실의 맛은 다른 법인가 보다.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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