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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05 20:53

ㆍIP: 223.xxx.74

돼지고기를 대하는 자세

돼지고기를 대하는 자세

권영심 ( 2021 , 6 , 5 )

고기 종류가 많지만 먹어본 것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와
타조고기가 전부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돼지고기이고 타조
고기는 딱 한 번 먹고 끝이다.
오리고기는 구워서 먹는 것 외엔 안 먹고 칠면조는 훈제로 몇 번 먹었다.
소고기는 무엇으로 먹거나 즐기지 않고
요즘은 닭고기도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예전엔 백숙으로도, 삼계탕도 치킨도
잘 먹었는데 어떤 조리 방법으로 먹어도 이상하게 맛이 있다는 느낌이 없다.
꼭 닭을 먹는다면 볶음탕을 해서 먹는다.
감자와 채소를 많이 넣고 국물을 자작하
니 매콤하게 만들면 먹을만 하다.
언제부턴가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지내
는 날들이 많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안 먹으면 솟증이
솟아 일부러 찾아 먹은 시절도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안 먹어도 전혀 당기지 않
아 몇 달이건 채소와 과일과 곡물로만
지낼 때도 있다.

올해 5월은 삼겹살의 달이었다.
가게의 손님들도 무슨 일인지 삼겹살을
먹는다는 주문이 많았고 아들과의 파티
를 두 번이나 했다.
그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아들은 가게에서 무엇을 해달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일 년에 한 두번이
고작이다.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뭘 가지러
왔는데 마침 삼겹살 손님들이 간 뒤여서
냄새가 많이 났었다.
가게에 들어온 아들은 왔다갔다 하더니
이 냄새가 뭐냐고 물었다.
-삼겹살 냄새야, 손님들이 조금 전에 갔어, 너 좀 먹을래? -
아들은 반색을 하며 좌석에 앉았고 나는
급히 불판을 놓고 채소와 반찬들을 가져
다 놓았다.
고기는 한 근 정도 있었고 그거면 충분
한 양이었다.
야근을 할 때 5시에 저녁을 먹기 때문에
그렇게 시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들의 먹는 속도는 놀라웠다.

같이 먹자고 했지만 나는 이미 냄새에 질려서 입맛이 돌지 않았다.
그래도 손님의 자리를 정리한 뒤 앞에
앉아서 굽기도 하고 몇 점 집어 먹었다.
아들은 생와사비 소스를 얹은 양파와
함께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양파를 잘 안 먹는 아이가 그렇게 먹는
것이 신기했는데 아들은 고기와 함께
먹으니 너무 맛있다면서 양파도, 고기도
다 먹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행복
하다고 누가 그랬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다.
대리를 불러 차를 함께 타고 집으로 가면서도 아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말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들은 입맛이 고급진 편이고 음식에
까다로워 미식가연 하는 아이다.
열흘이나 지났을까?
오후에 아들이 전화를 해서 저녁에 삼겹 살이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김치냉장고의 숙성통에 고기가 1K
있어서 문제 없었다.
삼겹살을 구으면서 아들이 고기를 어디 서, 무슨 고기를 사느냐고 물었다.
지난 번에 먹을 때도 그랬는데 삼겹살이
너무 고소하고 식감이 좋으면서 맛있다
면서 다음에 회사 식구들과 올테니 꼭
이 고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냥 좋은 생고기를 샀다고만 했는 데 아들은 앞으로 꼭 이 고기만 사라고
당부까지 하는 것이었다.
삼겹살이 이렇게나 맛있는 이유가 있으
나, 아들에게도 말 안 하고 여기에도 밝
히지 않는 숙성의 비밀이 있다.
좀 복잡한 절차인데 얼마 전에 온 손님 이 가르쳐 주었다.
긴가민가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가르 쳐 준 대로 충실하게 실행했더니 고기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달라졌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없고 너무
맛있어져서 놀랍기만 하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고기를 다루는 직업을 가졌는데 돼지고기가 함부로
아무렇게나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분개 하는 사람이었다.
돼지고기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고기라
고 말하면서 특히 삼겹살은 숙성과 수분
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고 했다.
생고기니 냉동고기니의 차이도 이 숙성 과 수분의 여부에 따라 일반인은 절대
분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는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수업
을 하듯 꽤 긴 시간을 들여 가르쳐 주었다 .

그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묘
사와 수식어가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본론을 건져 간신히 메모했다.
폰에 메모한 것을 보고, 그는 만점이라 면서 크게 웃고 가게를 떠났다.
그의 방법대로 사흘의 시간을 들여 변신
한 삼겹살의 맛은 놀라웠다.
손님들이 정말 맛있는 생삼겹살을 먹었
노라고 말하는데 나는 가만히 있었다.
언젠가 티비에서 중국 오지의 돼지고기
를 저장하는 것과 요리하는 모습을 보았
는데 그들에게 그 음식은 세상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진미였다.
리포터가 함께 먹으면서 그 맛에 감동했
는데 돼지고기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
런 맛도 낼 수 있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마트나 시장에 즐비한 고기를 살 때 우리는 맛있는 고기는 무조건 비싼 것을
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놀라운 맛의 삼겹살의 비밀은
그 고기를 제대로 먹기 위한 나름의 수고와 시간에 있었다.
돼지고기를 비롯한 모든 먹거리를 대하 는 자세를 새롭게 가져야 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 십 년을 고기를 요리했으면서도 나는
염지나 양념에만 신경을 썼을 뿐, 고기
본연의 맛이 어떤 것이었는지 몰랐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배울 것은
많기만 하다.

삼겹살을 맛있게

함부로 비명을 지르지 마라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277	이 시대의 장수, 늙음	권영심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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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5-27

260	타인의 종교를 존중해야할 이유	권영심	2021-05-26

259	발리의 녜피	권영심	2021-05-26

258	백마 탄 왕자의 꿈	권영심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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