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04 14:09

ㆍIP: 223.xxx.182

함부로 비명을 지르지 마라

함부로 비명을 지르지 마라

권영심 ( 2021 , 6 , 4 )

내가 살아가면서 그나마 옳게 행동하는 일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영향이 있겠 으나 내 아버지의 가르침이 그중 크다고 하겠다.
살아보니 너무나 옳은 것임을 깨닫는 일
들이 많아지는데 그 중의 하나를 명심함
으로 구사일생이 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어릴 때 골목에서 술에 취한 남자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동네에서 본 적이
없는 중년 아저씨였다.
그 당시 국민학교 고학년 때였는데 나는
이미 키가 160센티였고 어지간한 어른
보다 컸다.
그 남자는 술에 취해서 나를 성인 여자 로 본 모양인지 골목의 구석진 곳으로 몰아 넣을려고 하면서 손을 뻗어 만질 려고 했다.
나는 무서웠고 그 술 냄새에 구역질을 하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들고 있던
가방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자 남자는 소리치지 말라면서 나를
덮칠려고 했다.
찢어지는 듯한 내 비명이 아마 온 골목 길을 울렸을 것이다.
나는 돌멩이를 주워서 그 남자의 얼굴을
마구 때렸고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났
다.
그 골목은 우리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 고 사람들은 나를 잘 알았다.
어른들이 남자를 붙잡았지만 나는 계속
비명을 지르면서 손에 든 돌멩이로 그의
얼굴을 미친듯이 때리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어른들이 나를 붙잡고 이름을 부르는 것
을 들으면서 그대로기절한 것이다.
깨어나 보니 우리집의 내 방이었고 아무
도 없었다.
나는 꿈을 꾸었나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무거웠으나 돌멩이를 움켜 쥐었던 오른
손의 손톱 밑에 핏자국이 있어 현실이라
는 자각을 했다.
그 때 엄마가 방으로 들어와서 물수건을
주었고 아버지는 파출소에 갔다고 했다.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다면서 도망도 못 치고 그런 사람과 싸웠느냐고
화를 내었다.
나는 그 당시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있었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아버지를 기다렸다.
저녁 시간이 지나서 돌아온 아버지는
가게까지 문 닫은 뒤에 내 방으로 왔다.
나는 아버지의 물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했고 그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입술이 찢어지고 얼굴의 여러 곳에 상처
를 입었으나 잘 해결되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정작 나를 꾸중한 이유는 그
골목을 갔기 때문이었다.
번화한 시장 뒤는 그런 골목들이 있었 고 낮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고 어
두운 곳이었기에 그 길을 다니지 못 하도록 했는데 나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 한 셈이었다.
다시는 그 길로 다니지 않겠다고 약속한
내 손을 어루만지면서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 마리야, 얼마나 무서웠갔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그런 일들이
또 생길지 모르는 거인데 , 오늘 니가 그
냥 무서워서 울기만 했으면 너는 무슨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 돌맹이라도 줏어
들고 때린 것은 잘한 일이디.
아바지는 그노무 새끼를 찢어 죽이고
싶었어.
그런 인간 말종은 살 가치가 없는 거이야,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그런 말종노무 새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여자들인 게야.
가장 먼저, 오늘 골목길 같은 위험한 곳
은 가지 말아야 하고 그 다음엔 그런 일
에 부딪혔을 때 너 혼자라면 절대 비명 을 질러서는 안 되는 거이야. -
- 아부지, 왜 비명을 지르면 안 되는데?
오늘도 내가 비명을 질러서 사람들이 나
를 구해 줬잖아? -
아버지는 나의 두 손을 꼭 쥐고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 오늘 네가 비명을 지른 것은 잘한 일이
디, 사람들이 네 비명소리에 달려 갔으 니까니, 오늘 너는 그 아새끼래 때려 죽
였어도 아무 잘못없는 거이야, 너는 아직 어린 국민학생이니 말이디.
그러나 네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오늘과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비명을 지르고 흉기를 들고 때리거나 하면 너 역시 다치거나 법적으로, 또는 사회적 으로 문제가 되는 기야,
네가 어떤 덤터기를 뒤집어 쓸지는 아무
도 모르는 기야.
이 세상은 옳은 것이 다 옳은 것이 아니 기 때문이디. -

나는 어린 나이였으나 아버지가 말하고
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들었다.
아버지가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 그것은
여자의 운명으로 살아가야할, 남보다 성
숙한 딸을 뼛 속 깊이 걱정하는 아버지 의 속내를 말이다.
아버지는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 남자들 은, 숨겨진 짐승의 본성이 촉발되고 또 나쁜 짓을 무마시키기 위해 더 흉칙한 짓을 하는 존재들이니 그것을 절대 조심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부로 비명을 지르지도 말고 소리높여
울지도 말고 무엇이 지금 나를 위해 가장 좋은가를 판단해서 침착함을 잃지
않을 것을 나는 그날 아버지의 깊은 근
심에서 배웠다.
명심하고 심중에 새기고 있으면 그렇게
할수 있다고 말하면서 나를 바라보던 그
간절한 눈빛을 결코 잊지 못 한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나를 항상 옳게 행동하게 만든다.
어제 밤10시에 손님들이 나가고 홀의 불을 끈 뒤 설겆이에 몰두해 있었다.
홀의 불은 껐지만 입구의 조명등은 환하
게 밝혀져 있기에 출입문은 닫지 않고
열어 두었었다.
홀과 주방 사이는 한 사람이 겨우 드나
들 정도의 공간만 있는데 손님들이 주방
으로 못 들어오게 하기위한 나름의 방책
이었다.
그런데 설겆이를 거의 마칠 때 쯤 등 뒤
에서 아주 기분나쁜 뭔가가 느껴졌다.
물을 잠그고 뒤돌아 보니 남자 한 사람 이 바로 내 뒤에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는 내가 몸을
돌리자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와, 들켰네, 꽉 껴안아 줄려고 했는데 -
나는 정말이지 그를 때려 눕히고 죽도록 패주고 싶었다.
그러나 술에 취하긴 했으나 건장한 남자
였고 주방 안은 너무 위험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키친 타월로
손을 닦는 척 그의 앞을 지나 재빨리 홀
로 나와 폰을 쥐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당장 나오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입구
에서 소리치자 그는 태연하게 밖으로
나와서 한 잔 더 할려고 들어갔다고 말
하며 담배를 꺼냈다.
나는 테크 위로 올라 서면서 그의 다리
하나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는 거의 넘어질 듯 주저앉으며 테크
위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욕을 섞어 가면
서 소리 소리 질렀다
-이 시간에 영업을 마치고 장사 안 한다
는 표시로 불을 껐는데 살그머니 들어와
서 주방에서 일하는 나를 성추행하려고
했으니 지금 신고할까요? -
그는 욕설을 뱉으며 바로 길 건너 편으 로 가버렸고 나는 시시티비 담당자를 불러 동영상을 녹화해주도록 부탁했다. 앞으로 화분 하나라도 손상이 간다면 그의 짓일테니 캡처해 둔 영상과 함께 신고할 것이다.
내가 만약 소리지르고 비명을 날카롭게 질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나 이렇게
아무 일 없이 그를 쫒아내지는 못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그 간절한 가르침은 언제나 나
를 옳게 행동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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