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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02 18:16
ㆍIP: 223.xxx.68
내게 복권인 사람들
#권영심의글
내겐 복권인 사람들

       권영심 ( 2021 , 6 , 2 )

복권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구약 성경에도 복권 비슷한 제비뽑기가
언급되어 있고 로마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참으로 유구하다.
현대와 같이 국가나 정부에서 대대적으
로 복권 사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16세 기라고 한다.
세금을 무리해서 걷는 것 보다 복권의
운용이 훨씬 더 용이했기에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시행했다.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시행되었고
지금도 미국의 복권 사업의 규모는 어마
어마하다.
복권 수입으로 각 대학들이 학교의 주요
건물을 짓는 일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선 복권은 약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미국은 복권의 위치가
확실하다.
지금과 같이 로또 당첨금으로 현금이
지급되는 복권은 1930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발행한 복권이 시초이다.
지금은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복권이
발행되고 있고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
람들은 매일 넘쳐 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 복권을 비롯해서 지금의 로또까지 별별 복권이 다 있다.
조그만 편의점에 무엇을 사러 갔더니
미국 복권이 있었다.
한국의 로또 당첨 금액과는 스케일이
다르다고 선전해서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엔 로또를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사람과 매주 사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안 산 부류에 속한다.
요행수를 바라는 성정이 아니기도 하지
만 복권을 사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안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복권에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복권을 그냥 주는 것을 몇 번 받은 경험
이 있는데 식당에서 주는 복권을 긁었더
니 십 만 원이 당첨된 적이 있다.
그외에도 몇 번 소소한 금액이 당첨된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 사서 당첨
을 기다리진 않는다.
내 아들은 매주 한 장 씩 사는 걸로 알고
있다.
구겨진 로또 용지를 치우는 것은 내 몫
이고 나는 그것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복권을 사기라도 해야 당첨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 본인의 작은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진 않다.

어떤 이는 매주 오륙만 원 이상을 사서
번호를 맞춰 보는데 그 모습을 옆에서
보기에도 딱하다.
그가 아무리 빌고 빌어도 로또의 번호는
냉혹하게 외면할 뿐, 그가 기다리는 당첨 번호가 되어주진 않는다.
다시는 안 산다면서 마치 귀신에 홀린 것 처럼 복권방으로 향한단다.
그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관계와 복권의 속성은 너무나 기막히게 닮아 있다.
복권을 사는 데 아무리 많은 돈을 갖다
바쳐도 일등의 기회는 내게는 절대 오지
않는다.
원만하고 돈독한 인간 관계를 위해 마음
과 시간과 돈을 바쳐 온 정성을 다 바치 는데도 나는 언제나 홀로 있는 듯 하다.
내 옆의 누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 얻어 먹고 시간도 어기고 고집쟁이인
것도 같은데 사람들은 그의 옆에만 있다.
내 것은 받기만 하고 아무도 내게 소소 한 선물조차 주지 않는다.
복권을 사는 것에 마음과 시간을 바쳐도
오 천 원짜리 조차도 당첨되지 않으니
정말 속이 터져 다시는 사고싶지 않다.

이 얼마나 인간 관계의 속성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정 반대의 것도 있다.
복권은 그야말로 자다가 벼락맞듯이 일
등에 당첨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관계는
그런 벼락치기가 없다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첫 눈에 반해 부부까지 되는 일은 있으나 의가 통하고 뜻이 맞
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일은 복권 당첨
보다 힘들다.
복권의 당첨 유무는 숫자에 달려 있어
명쾌하기 이를 데 없으나 인간 관계는
오리무중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 세기를 넘게 살아와 보니 내게 인간 관계는 복권이다.
아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복권인
듯 하다.
복권을 사서 그 번호의 당첨 유무를 알기 전까지는 그 복권은 모두 일등의
가능성이 있는 번호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복권은 반드시 당첨을 알리는 날
이 오고 내가 아무리 많은 복권을 가지 고 있어도 일등은 없다.

그토록 귀애하고 마음을 쏟았건만 서슴 없이 나를 배신하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지만 어느 순간 부서지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복권이라
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내
게는 모두 복권과 다름없다.
번호를 밝히기 전 까지의 일등의 기대로
가득한 복권을 간직한 기대와 설레임으 로 그들을 대한다.
시간이 흘러 1등이 아닌 것이 밝혀진들
어떠랴?
그렇다 할지라도 내게는 사람의 온기와
쌓아가는 정이 남아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1등의 가능성
을 가지고 있는 복권이나 마찬가지이니
사람을 새로 만나고 알게 되는 것은
설레고 기쁜 일이다.
비록 쓰디쓴 배신을 당하는 일이 있을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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