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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6-01 15:23
ㆍIP: 223.xxx.68
학대가 되어 버리는 음식
학대가 되어 버리는 음식

        권영심 ( 2021 , 6 , 1 )

오늘 아침부터 여기저기 다니다가 오후
1시가 지나서야 점심을 먹을 시간이
생겼다.
내겐 아점이어서 이 시간을 놓치면 어지
럽고 힘이 빠져 무어라도 먹어야 했다.
식당은 먹을만한 것이 없었고 마침 롯데
리아가 있었다.
커피와  치킨 두 조각을 시키고 앉았는 데 마주보이는 곳에 엄마와 아이가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아이는 나이를 가늠하지 못 하겠는데
놀랍도록 비만이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뒷 모습만 보이는 엄마도 작은 동산같은 둥실한 모양으로 그녀 역시 상당한 비만
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와 아이, 두 사람인데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은 상당했다.
바구니에 담긴 치킨과 햄버거, 큰 사이 즈의 콜라와 감자 스틱...
아이의 먹는 모습은 놀랍기만 했다.
마치 필생의 사업이듯이 그렇게 입에
음식물을 넣는 것을 반복했다.
맛있어하거나 즐거운 표정은 하나도 없
이 그저 꼬약꼬약 입에 음식물을 넣는
아이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엄마는 느릿느릿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
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갔는데 그 모습
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
고 말았다.
그 옆에 앉아있던 두 명의 남녀가 말하 는 소리가 다 들렸다.
괴물들 아냐?
사진 찍고 싶어 죽겠는데 간신히 참았네
아이가 너무 불쌍해...
괴물, 그 남녀의 눈엔 그 모자가 괴물로
보인 것이다.
괴물이란 상당히 조심스러운 단어였는
데 요즘은 너무 일상적으로 쓰여서 그러
려니 하지만 귀에 거슬렸다.
그러나 어정어정 걷는 아이는 미취학으 로 보였는데 학교에 들어가면 상당한
놀림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자고 아이를 저렇게 방치한단 말인
가?
아이의 상태로 봐서 점점 더 많은 음식 물을 먹을 것이고 살은 무한정 찔 것이
다.
청소년기에 100키로를 넘기는 것은
당연하고 그 엄마되는 사람도 몸이 그런
상태이니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할
것이다.

그런 비만의 책임은 절대로 부모의 방치
에 원인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아이의 모습이 지워 지지 않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아이들, 키도 크고 덩치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의 비만체인 아이들을 가끔
보는데 느릿느릿 걷는 모습이 너무 딱해
서 속상할 때가 많다.
내가 아는 아이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통통 튀는 공 처럼 탄력이 넘칠 나이의 아이들이 그 지경인 것을 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많은 청소년들이 가족이 없는 빈 집에서
먹방에 빠지거나 음식 유튜브에 빠지는
이유는 한 가지라고 본다.
홀로 방치된 외로움이, 가장 빠른 위로 인 음식에 탐닉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유지하는데 필요한 적정량
이 있고 부족하거나 과하거나 다 몸에
해롭다.
요즘의 아이들은 부족할 리는 거의 없고
과한 경우가 많은데 오늘 본 아이는 과함이 지나치건만 엄마는 단 한 번도
먹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건 사랑이나 이뻐해서 그런 것이 아니
라 그냥 되는대로 놔 두는, 학대나 다름
없는 방치인 것이다.
아이의 허기는 그 무엇을 먹어도 채워지
지 않고 커져만 갈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따뜻한 손길과 사랑에 가
득한 보호의 손길이 그 영혼에 닿기 전에는, 아이는 그저 먹고 먹고 또 먹어
서 몸은 부풀어져 진짜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고맙고 귀한 것에
서 이미 의미가 많이 변질되었다.
사람들이 갖고 놀고 희롱하면서 갖은 장
난질을 치는 음식물을 여러 곳에서 보면
서 비위가 상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미 비만인 아이가 음식을 산
처럼 쌓아 놓고 기계적으로 입에 집어
넣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프다.

유아의 시절에 사랑받으며 부모와 주변
친지들의  관심과 기대속에서 자라야
하건만 오로지 음식에만 탐닉하게 된 아
이의 마음의 구멍은 이제 메꿔질 방법이
없다.
어른들의 진정의 관심과 사랑만이 최선
의 약인데 주변에 그런 어른들이 없는
것이다.
엄마의 나이도 삼 십대 후반 정도로 보
였는데 자신을 그 정도로 방치하는 엄마
가 아이를 돌볼 리가 없다.
소아 비만이 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정
상적인 몸으로 되돌아 오기는 정말 힘들
다고 한다.
한 번 고도 비만의 세포가 형성되면 이
미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요즘 엄마들은 거의 일을 하고, 어린 자녀들을 혼자 두는 것이 미안해서 음식
으로 보상하는 경우도 많지만 소아 비만
은 훗날 사회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
사회의 어두운 문제가 될 운명을 지금 만들면서 성장한다는 것, 너무나 가엾고
안쓰러워서 마음이 이렇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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