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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23 19:11
ㆍIP: 223.xxx.28
백마 탄 왕자의 꿈
백마 탄 왕자의 꿈

       권영심 ( 2021 , 5 , 23 )

우리 젊은 시절엔 진짜 왕자가 이 지상 에 있었다.
동화속의 왕자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왕자가 분명히 존재했다.
먼 나라의 왕자님이니 동화속의 왕자와
다를바 없었으나 그래도 눈만 뜨면 신문 을 비롯한 언론에 그의 동정이 실리고
그의 라이프가 잡지의 주된 내용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다.
그는 다름아닌, 영국의 찰스 황태자였는
데 그는 지금 너무나 못 생긴 노인으로
변모했으나 실은 젊은 황태자 시절에도
그렇게 잘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국의 왕위를 이어 받을 황태자 라는 신분과 황궁의 생활, 그리고 의무 와 책임을 다하는 모습들은 그를 제법 잘나보이게 했다.
제복은 키가 큰 그에게 참 잘 어울렸고
그의 미소에 전 세계 소녀들이 환호했다
고 언론은 연신 보도했다.

그의 결혼은 초미의 관심꺼리였고 수많
은 여인들의 이름이 올랐다가 사라졌다.
그가 다이애나비와 결혼했을 때 그는 최
고로 멋있었다.
마치 부서지는 꿈의 조각처럼 보이는 레이스들을 숨 막히게 갖다 붙인 다이애 나의 드레스가 나는 그  때에도 이상했 지만 오랜동안 그런 류의 웨딩드레스가 유행했었다.
찰스와 다이애나는 동화속의 왕자와 공주였고 마차를 타고 달리는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행복을 기원했었다.
그들의 결혼은 완벽한 동화의 구현이기
도 했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잘 살았습니다...
했으면 좋으련만 동화는 부서지고 공주
는 비참하게 죽었고 왕자는 지금 왕이
되지 못한 채로 늙은 남자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왕이 되지 못할 듯 하다.
엘리자베스여왕이 죽더라도 그 뒤는 찰스의 아들이 잇게 될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다이애나를 죽게 만든 원
인이 된 찰스의 부인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다이애나비는
영원히 잊지못할 동화 속의 공주로 각인
되었고 그녀의 무덤은 지금 성지 이상으
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을 이기
지 못 하는 법인데 찰스황태자의 배신
행위는 길고도 추잡한 3류 소설이었다.
찰스황태자의 입장에서는 사랑이었으 나 대중이 요구하는 사랑의 대상은 카밀
라가 아니었다.
찰스가 카밀라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이애나와 완벽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갔더라면 그는 벌써 영국 국왕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영국 국민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원하
고 그녀가 놀라운 장수를 해서 아직도
찰스가 황태자인 것은 결코 아니다.
긴 세월이 지났으나 국민들이 찰스를
용서하지 않는 것을 왕실에선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동경하던 황태자는 이제 속절없이 늙은 노인이 되었고 요즘의 소
녀들은 동화속의 왕자를 동경하지 않는다.
소녀들의 왕자들은 이미 우리나라에 너
무 많고 오히려 외국의 소녀들이 우리의
연예인들을 동경하고 애정하는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아이돌을 비롯해서 배우와 가수
들, 좋아할 수 있는 별들이 너무 많아서
외국의 왕자를 동경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젊은 시절의 잡지와 신문을 장식
했던 그 많은 외국의 가십들을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의 뉴스나 미디어의 내용 을 훗날 젊은이들이 회상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을 가질까?
어쩌면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듣고 보는 내용들이 너무 엄청난
분량이어서 오히려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기억하는 것이란 오로지 먹고 먹는 것만
이 남을지도 모른다.
젊은 손님들이 오면 심한 경우에는 음식
을 비롯해서 먹는 전 과정을 찍는 사람 들도 있다.
이야기의 내용도 온통 먹방 프로의 내용
과 맛집 탐방이다
이렇게까지 먹는 이야기를 하는 시대는
없었지 싶다.
적어도 우리 젊은 시절엔 독서와 음악과
시대의 아픔들을 밤새도록 이야기하곤
했었다.
양념 처럼 남의 나라 왕자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했으나 먹는 것을 대화의
주된 내용으로 한 적은 없었다.
세 명의 손님들의 끝날줄 모르는 먹방
이야기가 하도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들으면서 문득 우리 시대의 백마 탄 왕자였던 찰스 황태자가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동시대를 살아가건만 나이의 간격은 마
치 수 백 년은 되는 듯 그렇게 관심사가
다르고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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