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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15 14:20
ㆍIP: 58.xxx.182
동파거사 만나러 하이난에 가고 싶네
동파거사 만나러 하이난에 가고싶네

         권영심 (2021 , 5 , 15 )

나는 아주 어릴 때 시를 몇 개 외웠는데
아버지와 친구들이 모였을 때 가끔 시
를 외우면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영특하다고 칭찬이 말도 못 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시를 의미도 모르고
외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동파의
시였다.
아버지는 중국의 많은 시인 중에서 소동
파를 가장 좋아했고 자연히 나도 그랬다
송나라 최고의 시인이면서 당송팔대가
의 한 사람인 소동파는 동파거사라고도
불리웠다.
아버지는 동파거사라고 부르면서 그에
관한 많은 일화를 사람들에게 만담하듯
구수하게 들려 주었다.
그래서 우리집은 우리집만의 동파육을
만들어 먹었고 하이난 섬에 꼭 함께 갈 것을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몇 번 갈려고 시도했으나 신원조회에 걸
려 못 간다고 어른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은 듯 하지만 이 부분은 확실치 않다.
그 때의 외국 여행은 일반인들은 쉽지
않았고 아버지와 같이 이북 출신들은 더
제약이 많았었나 보았다.

아버지는 하이난섬과 대만에 그렇게 가
고싶어 했으나 결국 가지 못 하고 먼 그
곳으로 떠났다.
나는 여행에 아무 제약 없는 시대를 살아 가면서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으나
가지 않았다.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 간 것이었다.
아버지가 가고싶어 했으나 가지 못한 곳
을 내가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그 곳에 가서 아버지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일까봐 두려웠다.
나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 하고 울고
다닌다면 그 낭패를 어찌 하랴?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했더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의 사진을 안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 했던 모든 곳을 함께 보고 이야기
를 나누면서 소리내어 통곡한들 어떠냐 는 그의  말은 망치로 내 머리를 때리는 듯 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
스러울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코비드 가 우리의 목덜미를 꽉 움켜 쥐고 있으 니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가 생겨 내 심장은
뛰고 기대감으로 충만해져서 오늘의 시
간들이 더 의미가 있다.
아버지와 함께 갈 수 있다...
육신은 흩어져 이 세상에 없으나 아버지
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내 옆에
있으니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다.
대만과 하이난 뿐만 아니라 여행을 가는
모든 곳에 아버지와 함께 갈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라면 오랜 비행 시간도
두렵지 않을 듯 하다.
유럽이나 터키 등은 오랜 비행 시간 때문에 아예 엄두를 내지 못 했다.
닫힌 공간을 견디지 못 하는 나는 나로
인해 비행기 안에서 사고가 생길까봐
그것이 가장 무섭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라면 할수있을 것
같다.
청년 시절의 여행기를 들려 주던 아버지
는 여건만 되었으면 전 세계를 다녔을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소동파를 만나러 제일
먼저 하이난에 갈 것을 결심하면서 코비
드의 후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소동파는  1037년 , 중국 메이산에서 태어나서 1101년에 사망했는데 아버지
인 순, 동생인 철과 함께 삼소라고 불리
우며 당송 8대가에 삼부자가 함께 들어  있어 더욱 경이롭다.
그는 초유의 필화 사건으로 송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는데 독서가 만 권에 달
하여도 율은 읽지 않는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는
원래 천성이 자유인이었고 그 시대에 드
문, 백성을 살피고 사랑하는 관리였다.
1077년 서주의 태수로 부임했을 때
백성들의 삶을 혹독하게 옭아 매는 법을
비판해서 말한 것이 필화 사건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는 모진 고초를 겪고 후베이성의 황주
로 유배 되었고 몇 년을 그 곳에서 죄인 으로 지냈다.
유배가 풀려 잠시 돌아와 예부상서까지
올랐으나 당파싸움에 밀려 소동파는
중국 남쪽의 하이난섬에서 7년의 유배
생활을 했다.
휘종의 즉위로 귀양이 풀렸으나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병을 얻어 장쑤성의 상주 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그 때의 하이난은 유배지 중의 가장 먼
곳으로, 살기 힘든 곳이었지만 소동파는
잘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그의 품성이
한 몫 했지 싶다.
하이난에는 그의 자취와 유적이 곳곳에 있다고 한다
중국의 여러 곳에 그의 유적이 있겠지만
나는 하이난에서 소동파를 만나고 싶다
소동파의 시는 너무나 많고 출중하지만
그중 적벽부를 최고로 친다.
그러나 나는 설니홍조라는 사자성어가
들어있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
동생 식에게 보낸 이 시를 읽으면 삶에
대한 온화하고 너그러운 동파거사를
만나게 된다.
인생은 짧고 삶은 쓸쓸할 수 밖에 없으 나 그러한 삶을 살아갈 우리에게 동파
거사의 이 시는 우리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어떤 삶도 기러기의 발자국에 지나지 않
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이 삶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허명과 허상에 매달리지 말고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

-  인생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한가
기러기가 진흙을 밟는 것과 비슷하다네
진흙 위에 발자국 남았어도 날아가
버리면 어이 동서를 알 수 있으랴
노승은 이미 죽어 탑이 되어 섰고 벽은
무너져서 전에 쓴 시 찾을 길이 없네
지난 날 험하던 길 지금도 기억나는가?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쳐 노새도 울어
댄다네 -
이 시의 제목은 화자유민지회구인데
훨씬 더 긴 내용이지만 위의 글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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