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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14 17:17
ㆍIP: 58.xxx.182
이렇게 쓸쓸할 바엔 혼자 살겠다
이렇게 쓸쓸할 바엔 혼자 살겠다

      권영심 ( 2021 , 5 , 14 )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세상에서 그나마 천주교인들은 부부가 해로하는 축에
속한다.
천주교의 교리에 의해 사실상 이혼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이혼하는 교인 가정
이 있음을 안다.
그런데 오늘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를 듣
고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아릿하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 위, 너무나 다정한
부부 교인의 모습으로 성당의 모든 미사
와 행사에 함께 다녀서 사실 많이 부러
웠었다.
내가 그리는 부부의 모습 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제 법적으로 남남이 되었다고
고백하면서 그녀는 맥주 한 잔을 바로 완샷했다.
왜?라고 묻는 내게 그녀는 이렇게 말해
서 나를 더 놀라게 했다 .
너무 쓸쓸해서, 이렇게 쓸쓸할 바엔 완
전히 혼자가 되어 고독한 신앙 속에서
살다 죽겠노라고.

하루, 이틀, 한 달이 가도 남편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자고 따로 밥 먹고 따로 지내는 생활,
더 이상은 못 하겠기에 이혼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결혼해서 떠났고 그녀는 손자
들을 키워 주었고 남편은 수석의 취미에
빠져 온 나라를 돌아 다니며 돌을 주워
와서 돌과 함께 산다.
그녀는 완벽한 빈 둥지가 되어 버렸는데
오직 위로받는 곳은 기도하는 시간이라
고 말했다.
그런데 남편은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으 면서 온갖 쓰레기와 세탁물을 어질러 놓고 걸핏하면 수석을 같이 하는 사람들 과 집에서 밤새 논단다.
그 어마어마한 뒤처리도 모두 그녀의
차지였고 무엇보다 그 모든 심부름을
문자로 지시했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고 말았다.
남편이 성당을 떠난 이후 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레지오를 같이 하는 단원과 크게 싸운
이후로 냉담에 들어가 아예 불교 대학에
들어갔고 거기서 수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오늘까지 이어졌단다.
성당을 그만두지 않으면 평생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이 진심이었을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나 아이들 앞에서는 교묘
하게 대화를 피하고 그 외엔 모두 문자 로 이어져온 세월이 십 년이라니 정말
놀랍고도 무섭다.
이혼을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이제야
하는 것이라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아파트와 연금의 반을 받기로 해서 앞으
로의 생활엔 지장이 없고 작은 빌라로
이사해서 기도 생활만 할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혼을 택했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생활을 십 년을 견딘 것도 대단하 지만 나는 그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성당을 그만 둘 정도로 분했던 남편의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고 신앙만 강조한
그녀의 태도가 남편의 마음의 문에 빗장 을 걸었다고 본다.

그녀는 풀 죽은 목소리로 거의 이 년 간을 치열하게 싸웠고 남편에게 잘못했
다고 윽박질렀고 고해하고 성당에 다닐
것을 강요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도 성당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성당의 활동 중에 부부가 함께 했던 것 들이 많았는데 전부 그만 둬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치는 많은 이야기들
을 들었나 보았다.
더 분한 것은 남편을 성당에서 나가게 한 원인 제공자인 부부가 함께 더 활개 를 치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성당뿐 아니라 그것이 인간들이 모이는
사회의 습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실은
잘 모른다.
내가 지지받을 것 같지만 떠난 사람에겐
냉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가 가장 잘못했음 을 나는 말해 주었다.
누구보다 남편의 편이 되어, 성당을 안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 당시 너무나
고독했을 남편의 편이 되어 주었어야
했었다고.
남편을 외면하고서까지 믿음에 맹진하
라고 하느님은 결코 요구하지 않으심을
우리들은 언제야 알게 될까?

내가 아는 신부님은 집에 있는 예수님을
먼저 섬기고 미사에 참여하고 활동을
하라고 강론했다.
집에 있는 나의 예수님은 바로 부모님,
남편, 자녀들인 것이다.
그녀는 신심으로 인해 남편을 멀리 했고
결국 고독한 믿음을 선택하기 위해 남편
과 헤어짐을 택했다.
내가 보기에 남편은 봉사하는 절에 즐겁
게 다니면서 수석 동호인들과 전국을
걸어 다니며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무엇을 위해 홀로 기도한단 말인가?
무엇을 위해 고독한 믿음으로 기도하며
홀로의 생활을 보낼 것인지, 가혹하지만
물어 보았다.
그녀는 소리높여 흐느끼며 주모경을
외웠고 나는 너무나 안타까워 그녀의 손
을 잡고 기도했다.
천주의 성모님,
고독이라는 , 스스로 만든 감옥 문을
부수고 나올 힘을 주소서.
주님은 우리를 행복하게, 어울려서
살라고 이 세상에 우리를 보내셨음을
알게 하시고 원망과 미움과 슬픔으로
굳어진 이 마음에 은총을 내리소서...
나는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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