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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08 12:43
ㆍIP: 58.xxx.182
당신은 누구시길래
당신은 누구시길래...

         권영심 ( 2021 , 5 , 8  )

생일 때 쓴 글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 것은 나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었을까?
무엇이 특별했을까?
주변의 아버지들과는 많이 달랐던 것은
어렸을 때도 알았지만 어른이 되어 갈수
록 심장이 녹아들 것 같은 그리움으로
그 특별함을 알게 되고 사무친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아이들을 잘 때렸
고 욕설을 퍼붓기도 잘 했으며 무엇보다
화를 잘 내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도 일찍 와서 동생을
보살피지 않았다고 동무의 뺨을 거침없 이 때리는 아버지도 보았으니 말이다.
나의 아버지는 어느 자식에게도 그러지 않았고 잘못을 했을 때 한 팔로 안고 엉덩이를 때렸다.
아이들은 성장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부위도 매를 대어서는 안 된다고 엄마
에게 누누히 말하곤 했다.
아버지에 비하면 엄마는 폭력 행사를
하는 편이었고 아버지의 엄명 때문에
때리지는 못 하고 꼬집기 선수였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나 이 세상에서 가장 좋
은 내 아버지라고 늘 마음속에서 뽐냈다
나만의 아버지,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내 아버지였다.
그러나 지금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아버
지는 우리 사 남매에게 다 좋은 아버지 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동생을 차갑고 엄격하게 대
했고 그 아래 여동생은 거의 무관심한
것이 분명했다.
그저 어디를 가도 나만 데리고 다녔고 마치 자식이 나 혼자인양 친구들에게
보였다.
만약 가족과 함께 한 그 많은 추억들이
없다면 나는 어른이 되어서 동생들에게
많이 미안했을 것 같다.
반의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있는데 지금 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얘의 부모도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사흘거리로 물건이 공중으로 날아 다니
는 싸움판을 벌려 아이들이 길에서 많이
울었다.
아버지가 몇 번이나 친구를 비롯한 동생
들을 데리고 와서 짜장면을 사 먹이면서
다독거려 주었다.

그 얘가 어느 날 하교하는 길에 내게 이렇게 말해서 깜짝 놀랐다.
-내는 중학교만 졸업하믄 확 도망가 뿔
기라, 그래갖고 절대로 어무이 아부지 안 볼끼라, 내는 니가 세상에서 젤로 부럽다, 빨리 죽어서 너거 아부지 딸로
태어나믄 을매나 좋겠노? -
나는 이 말을 아버지에게 일렀고 아버지
는 나를 끌어 안고 말 없이 등을 오래
다독거렸다.
그 뒤로 아버지는 친구가 가게 앞에 있으면 불러서 손과 얼굴을 닦아 주면서
과자도 주고 같이 짜장면 집에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아버지는
정말 특별했다.
친구를 나무라거나 이런 저런 충고를
하지 않고,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가 집
을 나갔을 때 겪는 나쁘고 어려운 일들 을 말해 주면서 문답 식으로 말을 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게도 똑 같은
질문을 하면서 우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짜장면이 묻은 우리의 입을 닦아 주면서
네 부모를 이해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가면 정말 무서운 어른들을 만나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빛은 그렇게 따스했다.
그 때 친구가 눈물이 그렁해서 하는 말 이 -마리야 아부지예, 그라믄 내가 클 때
까지 이사 안 가고 여서 살꺼지예?
약속해 주이소 -
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네가 시집 갈
때 까지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그 얘는 시골로 이사갔고 이사가기 전 날 우리 집에 와서 그렇게 울고 갔다.
그 얘는 내 아버지 같은 신랑을 만났을 까 ?
아버지는 화를 잘 내지 않았다.
그것이 그 시절의 어른들과 가장 많이 다른 점이었음을 이 나이에게 알게 된다
화를 내는 대신 허허허...웃으며, 그만
두자우, 내래 이기믄 뭐하가서? - 엄마는
때로 아버지의 그런 양보에 속상해 했지 만 뒤로 듣는 소리에 그 분이 풀렸다.
마리야  아버지같은 양반은 없다 ...

어떤 이가 내게 말하기를 어쩌면 아버지
나 가족에 대해 그렇게 잘 쓰느냐고, 어
쩌면 그런 것을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너무 고통스런 유년 시절을 보내서 그 때를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는 것이다.
혹독한 유년을 보내는 동무들을 보았었
고 고아원에도 여러번 가 보면서 나는
내 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잃어 버릴까봐
무서워서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해 쓸 이야기는 구름
첩첩이다 .
나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쓸 이야기가 바다 처럼, 강물 처 럼 남아 있다.
아버지...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시길래 저를 그리도 사랑해
주셨나요?
제가 다른 생에 무슨 덕을 그리 많이 쌓았길래 당신께서 제 아버지가 되어 주셨나요?
저는 이 생의 나머지 시간을 덕과 복을
쌓으며, 기도하며 살렵니다.
아버지를, 또 다시 제 아버지로 만나기
위해 그리 살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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