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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06 13:00
ㆍIP: 58.xxx.182
플라스틱과의 공존
플라스틱과의 공존

         권영심 ( 2021 , 5 , 7 )

오늘 오래간만에 송도의 한 브랜드 아파
트의 집들이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나와는 별 친분이 없었으나 어찌 어찌
묻혀서 간 셈이다.
과연 명성대로 아파트는 대단히 잘 만들
어진 듯 하고 우리가 집들이를 간 집은
화보에서 그대로 나온 집인양 멋졌다.
요즘은 손님들을 이끌고 집안 내부를
구경시켜 주는 것이 집들이 예의의 하나
인지 우리들은 들고 간 것만 내려 놓고
우아하게 차려 입은 여주인의 뒤를 따라
다녔다.
그런데 방방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 을 말하고 보여 주는데 나는 그런 방면 으론 영 깜깜이여서 그저 아낌없는 감탄
사만 연발했다.
그것이 또 구경하는 사람들의 예의의 리엑션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상대방에 대한 적절한 리엑션이
엄청 중시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여주인은 그런 내게 무척 만족했는지 그
렇게 사근사근, 연한 배 처럼 친절했다.
너무나 인상적인 눈화장과 주름 하나
없는 피부가 마치 키메라같아서 그것이
살짝 무서웠을 뿐이다.

그녀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수입 가구, 엔
틱 가구였는데 가구에 관해서는 나는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내가 원하면 아들이 다 만들어 줄 것이
고 원래 그런 것을 부러워하는 성정이
아니었다.
마치 가구 판매원 처럼 이야기하던 안주
인이 마지막으로 주방에 데리고 갔고
넓고 아름다운 주방은 주부의 꿈, 그 자
체였다.
그런데 안주인이 묘하게 웃으면서 우리
더러 이 주방엔 절대로 없는 것이 있다 면서 찾아 보라고 했다.
그러나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말하기
를 주방은 물론, 이 아파트 안엔 플라스 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주방의 사소한 도구 하나도 철제나 나무
도기 제품이지 플라스틱은 아예 이 집안
에 못 들어 온다고 했다.
마치 플라스틱과 전생의 원수가 진 듯
했다.
아니, 플라스틱을 쓰는 사람은 하류 인간이라는 뉘앙스가 아주 강했다.

식사가 시작되었고 모두들 먹으면서
플라스틱의 해악에 대해 말들이 많았으
나 미안하게도 그들은 정말 알아야 할
것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를 데려간 지인이
왜 아무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내가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공부하고
관심이 많은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플라스틱이
뭐냐고 물어 보았다.
그녀는 비닐봉지나 패트병, 뭐 그런 것
들이 아니냐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거리도 멀고 해서 나는 그녀가 모르는 플라스틱 이야기를 시작
했다.
플라스틱, 지금까지 만들어진 플라스틱 은 아직도 이 지구에 존재한다.
한 알갱이도 없어지지 않았다.
플라스틱 병 하나가 분해되는 시간은
약 45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추
정일 뿐이고 땅 속에 묻힌 것은 아예 분
해조차 되지 않는다.
이 물질이 발명된지 아직 백 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만들어진 플라 스틱은 지구의 구석 구석 어딘가에 쌓여
있다.

재활용 된 것 외엔 말이다.
원래의 이름은 베이클라이트 수지,  미국의 과학자 리오 베이클렌드가 이 경이로운 물질을 발명했다.
뛰어난 절연체였고 열에 강하고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 이 최초의 합성수지는
1907년  ,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 인 페놀, 포름알데히드, 알콜을 혼합해 서 탄생되었다.
많은 개량을 거쳐 1930년에 플라스틱 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에서 유래했다.
모양을 만들다, 형성되다, 주조되다라는
뜻이 있어 이 물질엔 딱 맞는 절묘한 이름이었다.
모든 플라스틱은 탄소가 함유된 모노머 라는 분자로 이루어진다.
부드러운 것과 굳은 것 ,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 오늘 안주인이 자신의 집엔 단 하나의
플라스틱도 없다고 했는데 완벽하게
틀렸어요, 플라스틱이 없으면 그 아파트
도, 가구도 자동차도, 하다 못해 옷도
만들어지지 않아요.
모든 가전 제품에도 들어 있고 폰 안에 도 들어 있어요 -

지인은 내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놀라
면서 플라스틱이 그렇게 많은 곳에 있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우리의 몸 안에도 있어요, 미세 플라스 틱요, 바다 생물의 몸 속엔 이미 포화 상
태이구요,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수도 없이 건져 내는데도 당해내지 못 해요.
해류와 조류에 의해 지구의 바다 여러
곳에 거대한 프라스틱 섬이 만들어져 있
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플라스틱은 우리가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 하는 물질 입니다 -
그렇다.
플라스틱은 이미 식량 처럼 우리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이고 공존하지 못 하면
휴먼은 아무것도 못 한다.
그러니 나는 플라스틱 제품은 절대 안 쓴다는 말은 쓰지않는 것이 옳다.
내 몸 안에도 있고 그대의 몸 안에서도
돌아 다닌다.
마치 피돌기 처럼.
이 물질은 이미 우리와 한 몸이나 마찬
가지이고 신조차도 이 물질에게서 벗어
날 수 없다.
플라스틱이 없으면 교회도 못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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