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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5-02 12:52
ㆍIP: 58.xxx.182
우는 귀신을 시시티비가 잡았다
#권영심의글
우는 귀신을 CC 티비가 잡았다!

       권영심 ( 2021 , 5 , 2 )

오늘은 주말이어서 일찍 문을 열고 가게 에서 놀았다
화단을 돌보는 것만 해도 한나절 일꺼리 여서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게 앞을 지나던 네 사람이 발걸음을 돌려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 둘과 여자 둘, 나이는 50대 후반으
로 보였으나 부부는 아니었다
처음 한 두 시간은 술을 잘 마시며 화기
애애하더니 점차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 로 흘러 갔다
존댓말에서 반말로, 반말에서 욕이 섞어
지더니 기어이 싸움이 되었다
주제는 넌 뭘해 줬니?였다
한 여자가 제일 심하게 하더니 급기야 그녀의 남자가 쌍욕을 퍼 붓자 갑자기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낭패났다는 표정을 짓고 다른
여자가 그러게 좀 참지 기어이 이렇게
만드느냐면서 먼저 간다고 나가 버렸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나는 나간 여자
가 이상스러웠다
친구인듯 한데 달래서 함께 가야 옳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남자 하나도 내게 카드를 내밀며
얼른 계산해 달라고 하더니 나가 버렸다

그러는 중에도 여자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몸부림까지 치면서 울어댔다
통곡하듯 흐느끼면서 낮은 신음을 섞어
가면서 울어대는 그 소리는 정말이지
귀곡산장의 배경이었다
남자가 챙피했는가 그 때 까지 열려 있 던 가게문을 닫았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다
나는 남자보고 좀 달래라고, 달래서 데리고 나가라고 말했는데 남자는 고개
를 저었다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 까지 절대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의 가게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했더니
내게 눈을 부라리면서 술값도 계산했는
데 우는 것이 뭔 상관이냐고 했다
나는 영업 방해이니 계속 이렇게 울면
신고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뜸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경찰관이 와도 절대 울음을 그치지 않으 니 마음대로 하라면서 나가 버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나는 여자의 등을 흔들면서 그만 울음을 그치고 일어나라고 했는데 여자의 말은 나를 깜빡 넘어가게 했다
나 때리지마, 신고할거야!!
와!!! 오래간만에 강적을 만났다

나는 그대로 112에 신고를 했고 우리의
경찰관들이 제빨리 나타났다
그랬는데 그 여자가 더 흐느껴 울면서
내가 폭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남자 친구와 싸워서 너무 슬퍼서
좀 울었는데 안 나간다고 내가 등짝을 몇 번이나 후려 갈겨서 갈비뼈와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으로 데려다 달란다
ㅎㅎㅎㅎㅎ...
이건 내가 정말 웃은 웃음소리다
나는 경찰관을 보고 시시티비를 봐 줄
것을 말했다
시시티비 말이 나오자마자 그 여자는 울
음을 딱 그쳤다
경찰관이 티비 쪽으로 다가가자 그대로
밖을 향해 뛰어 나갔으나 원래 경찰은
항상 쌍으로 오기에 다른 경찰이 잡았다
여자를 앉히고 시시티비를 판독했고 내
가 여자의 등을 흔드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정도는 폭행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고 정 폭행이라고 주장한다면 두 사람
다 경찰서로 동행을 해야 된다고 경찰관
이 냉정하게 말했다
여자는 또 다시 울면서 아니라고, 자기 가 취해서 그랬다고 날더러 언니라고
부르면서 미안하다고 또 통곡을 했다

우는 귀신! 요로나가 나타났다!
나는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했고 경찰관 들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나는 문을 잠갔다
정말 꿈에 나올까 무서웠다
화장을 아주 예쁘게 하고 와서 예쁘구나
했는데 눈화장이 엉망이 된 얼굴은 언젠
가 본 공포 시리즈의 우는 귀신 요로나
와 똑같았다
만약 시시티비가 없었으면 나는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것이다
고마운 시시티비가 우는 귀신을 잡았다
그 여자의 울음에 완전히 질렸기에 그렇
게 놔 두고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심정 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저런 식의 삶을 언제부터 익혔는지 모르
겠으나 울면 모든 것이 눙쳐지고 잘못도 흐지부지된다는 것을 그녀는 어려서부 터 알았을 것이다
언제나 울기부터 했을 것이고 몸피도 작
고 마른 여자아이가 우는 모습에 무조건
동정하고 편 들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울면 모든 것이 편안해진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살아 왔기에 육 십이 다 된
여자가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통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잘 우는 편이다
눈물이 많고 감동도 잘 하고 감정이입도
금방 되어서 울컥 하고 눈몰을 쏟을 때 가 많다
그러나 나는 공적인 일이나 일에 관해서
는 결코 울지 않는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솟구쳐도 그 자리
를 피해서 감정을 누르고 평정심을 되찾
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책임을 지지 않고 눈물로 면피하거나
울음으로 그 자리를 무마시키는 짓을 하
면 안 된다고 배웠다
뭐든지 아버지에게 일러 바치고 이야기
하면서 때로 울고 소리치는 나를 꼭 안
아 주면서 아버지는 다독여 주었다      
-아바지에게 다 하라우,
그러나 다른 사람에겐 하지 말라우, 알아 듣간? 사람들은 우는 사람을 싫어
하는 벱이야, 슬프고 힘들수록 웃어야디
웃으면 힘이 생기는 거이디 -
슬프고 힘들수록 웃어야 한다!
웃으면 힘이 생긴다, 진리였다.
요로나 여인의 아버지는 그런 것을 가르
쳐 주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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