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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28 14:14
ㆍIP: 58.xxx.182
결코 미워하지 않았음을
#권영심의글

서로 미워하지 않았음을...

       권영심( 2021 , 4 , 27 )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남동생을 미워 하는 줄 생각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오고 엄마는 남동생을 데리고
결혼하지 않았을까라는 깜찍한 상상도
했었다.
특별히 남동생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진 않았으나 나에 비해 동생
에게 대하는 것이 너무나 다름을 나를
비롯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더 기승을 부려 남동생을
챙겼는지도 모른다.
남동생이 아버지에게 크게 맞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게 모두 나와 연관이 있는 일이었다.
특히 참기름과 깨소금 사건은 아마 죽을
때 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양념을 잘
훔쳐 먹었는데 깨소금이었다.
소금을 약간 섞어 볶은 깨를 갈아서 섞은 깨소금은 그 시절의 특급 양념이었
고 아끼고 아껴야할 귀한 것이었다.
지금 처럼 마트에서 흔전만전 있는 것이
아니었고 어지간한 집에서는 손님 대접
하는 음식에만 조금씩 썼다.
그래서 참기름과 깨소금은 찬장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고 아이들 손을 못 타게
했으나 먹고싶은 아이들은 기어이 찾아
내었다.

남동생은 바로 참기름과 깨소금을 그렇
게도 잘 찾아 먹고 박살내었다.
엄마는 그 아이가 하루에 한 병을 마셔 도 아깝다 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내가
관련되면 반드시 사고가 나버리는 것이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학교를
마치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마주쳤을 때
남동생은 멀쩡하게 잘 먹고 있는 것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도망갔다.
참기름병은 깨지고 깨소금은 천지로 흩
어지고 먹던 밥 그릇도 깨지고, 그 난리
를 해놓고 메롱하면서 도망가 버렸다.
그러면 엄마가 뛰어 들어와서 내 머리통 을 쥐어 박거나 등을 꼬집었다.
뻔히 남동생이 그런 줄을 알면서도 나를
혼내서 나는 너무나 서럽고 기가 막혔다
아버지가 돌아오면 나는 울면서 다 일러
바쳤는데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나가서
달래주면서 엄마가 너무 속상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동생을 나무래서 다시는 그러지 못
하게 해야지 왜 나를 그러냐고, 엄마는
계모라고 울먹였다.
그런데 언젠가 나를 보는 아버지의 눈이 너무 슬퍼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는 한 번도 하지 않던 말을 천천 히 나에게 해주었다

-마리야, 니 동생을 불쌍하게 생각하라 우, 아바지가 니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
았더랬어,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솔직히 곧 죽을 줄로만 생각했더랬어,
너에 비해 정말이지 사람 못 될 아 처럼
그랬더랬어.
아바지는 그 때 못된 마음을 가졌더랬어
나는 우리 마리야만 있으면 된다고 말이
디, 그런데 그 말을, 아를 금방 낳은 네 엄마에게 해버린기야.
너도 알디 않네?
진철이래 저게 지 목숨이 아니야, 네 엄마가 잇어 놓는 목숨이디, 뭐를 먹어 야 사는데 얼매나 먹질 않아서 지 엄마
명줄을 깍아 먹네?
그런데 가끔 지가 혼자서 정지에 들어가
참기름과 깨소금에 밥을 비벼 먹으니 니
엄마는 그거이 그렇게 좋은 거이디,
그런데 그거이를 니가 방해했다고 생각
해서 너를 혼내는 거이야, 알간? -
아버지의 그 목소리, 그 말을 어찌 잊으
랴?
내가 비록 어렸으나 나는 비에 온 몸이
젖듯이 아버지의 아픈 속내를 어렴풋하
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남동생을 무섭게
혼낸 것은 얼마 후 어느 날, 방에서 우리 의  대화를 듣고 난 후였다.
남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몰랐었다.
내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남동생은 찬장
에 놓았던 참기름병을 들었고 나는 손을
휘저으며 그러지 말라고 사정했다.
누부야가 나갈께,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도 남동생은 욕을 하면서 참기름병을
던졌다.
먹던 밥그릇도 내던지고 마구 소리쳤다.
그 때 부엌으로 통한 방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뛰어 나와서 남동생을 잡고
등짝을 몇 번이나 후려쳤다.
가게에 있던 엄마가 뛰어 오고 부부싸움
이 벌어질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무섭게
소리쳤다.
- 너 이노무 새끼, 다시 한 번만 이런 지꺼리 하면 아바지가 절대 가만있지
안카서! 누나가 미워도 이렇게 ,귀한
먹을 것을 버리면 안 되는 거이야,
아버지가 분명히 말하가서.
한 번 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용서
안 하가서! 어떡할 거이니?  -
그 목소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엄마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남동생은 울음으로 껄떡거리면서 고개 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대답을 하도록
다시 다그쳤다.
그 후 남동생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간혹 그렇게 부딪혀도 내가 먼저 부엌을
나와 버렸는데 밥그릇만 내팽개쳤다.
그러나 우리의 사이는 더 악화되었는데
나는 피하는 것이 수였다.
긴 시간이 지난 오늘, 이미 이 세상에 없
는 그 아이는 정말 나를 그렇게 미워
했을까?
결코 그런 것이 아님을 나는 진작에 알았고 이렇게나 마음이 아프다.
나를 그렇게나 괴롭혔던 것은 아버지에
게로 향한 사랑과 관심의 시그널이었음
을 나는 알았다.
무엇을 어떻게 할줄을 몰라서 그 아이는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란 무엇인지, 아직
도 나는 모르겠지만 그림자가 보이듯
아는 것이 있다.
아무도, 죽을 때 까지 모름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모르는 채로 모르
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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