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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04-15 20:02
ㆍIP: 223.xxx.83
나 보다 더 귀한 가족을 위하여
나 보다 더 중요한 가족을 위하여

           권영심  ( 2020 , 4 , 15 )

선거철만 되면 참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릴 때의 선거 유세는 대단하고 굉장했었다
금품이 난무하고 어쩌고 저쩌고는 모르겠는데 확성기를 들고 유세하는 모습들은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다
어느 유세장이나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미어 터졌고  그 주변으로 술판 주먹판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핏대세우며 공약인지 공갈인지를 내세우는 후보들을 상대편에서 가장 크게 고발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은 첩이 있다는 것이었다
첩이 몇이 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가 단상에서 멱살잡이하는 것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버지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얼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참 많이 아버지를 찾아 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단호하게 무언가의 요구를 거절하셨고 그들과 술자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시장 사람들은 아버지가 뭔가를 하기를 많이 기대했으나 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의원 선거 때도 사람들은 입후보하기를 바랬으나 아버지는 단칼에 거절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아까워 했고 왜 나서지 않는지 의아해 했다
시간이 흘러 조용해졌을 때 아버지는 내 앞에서 고량주를 드시며 혼잣말 처럼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는 그 심정이 물에 스며들듯이 이해되었다
아버지는 너무나 쓸쓸한 어조로 시선은 저 먼 곳,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한 채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내래 아무것도 해서는 아이되는 거이야
그저 장사만 하면서 기대려야지
내래 이남에서 뭔가를 해서리 이름이 나믄 내 고향에 있는 내 가족들이래 무슨 일을 당할지 어떠케 알가서 ?
죽은 듯이 살믄서 기다리는 거이디..
내 가족들이래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치믄 내래 어떠케 살 수 있갔네?
마리야 알갔네 ?-
어쩌면 아버지의 눈엔 눈물이 어룽거렸을지도 몰랐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감추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통일이 되기 전엔 뜻을 접고 장사꾼으로 일생을 보내리라 결심한 아버지의 그 마음의 피 흐르는 갈피가 나는 보였다
그 때 우리들이 받은 교육으로 공산당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사람들인지 알기에 그 치하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그 애련한 마음 말이다

아버지가 어떤 존재가 되면 왜 이북의 가족들이 핍박을 받는지 나는 이해했다
아버지는 공산 치하를 피해 이남으로 도망친 사람이고 가족들은 바로 그 곳에 있으니 인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인질로 잡힌 사람 처럼 그렇게 자신의 모든 언행을 조심했다
데려오지 못한 아내와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딸 , 할아버지와 할머니 , 그리고 일가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그 안위를 위해서 아버지는 자신이 할수있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것밖에 할수없어서 괴로웠고 무엇을 할래야 할수없는 , 마음 속 바위의 무게를 견디었을 내 아버지의 아픔이 새삼 오늘 느껴져 마음이 쪼개지는 듯 하다

남자는 배운 것 대로 출세하고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는 것이 부모에게 가장 큰 효라고 배운 우리 세대는 입신양명을 바라는 남자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만날 수 없고 ,자신이 보살필 수도 없는가족을 더 큰 가치로 여긴 내 아버지가 진정한 남자였음을 딸은 이 나이가 되어서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오늘 결과에 따라서 울고 웃을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가족들의 고초는 당사자보다 더할 것이다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할 때 , 그 때 가족을 먼저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언제나 옳다
그런 옳은 사람들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란, 신이 우리 삶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이며 구심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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