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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27 16:19
ㆍIP: 58.xxx.182
밥상머리 교육
밥상머리 교육

       권영심 (2021 , 4 , 27 )

나는 무엇을 해도, 어지간한 잘못을 해도 아버지는 그냥 용서했고 감싸주고
편 들어 주었다.
그런 내가 아버지께 맞는 일이 있었는데
밥상머리였다.
어쩐 일인지 나는 젓가락질을 그렇게 못
했고 아버지는 그것을 고쳐 주려고 무던
히도 노력했다.
너무 안 되니까 숟갈 등으로 손등을 때렸고 나는 훌쩍 훌쩍 울면서 젓가락을
고쳐 쥐었다.
그러나 어쩌랴?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젓가락을 쥐기는
했으나 음식을 들면 젓가락이 튕겨지면
서 음식물이 날아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방식대로 젓가락을 쥐면서 남들 보기
에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저작을 한다.
결국 나에게 진 아버지는 아예 포크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서 밥상머리의 전쟁
은 끝났다.
그 외에도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아주
많은 것을 가르쳤는데 나는 지금도 배운
대로 한다.

아버지는 밥상을 제대로 차려야 앉았고
소홀함이 엿보이면 주발 뚜껑도 열지
않고, 니들 먹으라우 , 방을 나가 버렸다.
산해진미를 원한 것이 아니라 정갈하고
맛갈진 밥상을 바란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랴?
그래도 엄마는 식모가 있었어도 반찬 한
두가지는 꼭 만들었고 나는 큰 딸이어서
국민학교 때 부터 밥을 했다.
식모가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도 그것은 막지 않았고 오히려 나와 함께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식사가 끝날 때 까지 설겆이를
못 하게 했는데 그것은 밥을 먹는 사람 을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먹은 그릇을 포개 놓는 것을 엄하게
나무라곤 했는데 그것 역시 재촉하는
행위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나는 손님이 많을 때 쉴 새 없이
그릇을 들고 나와 새 그릇으로 바꾸어
줄지언정 그릇을 포개놓는 짓을 안 한다

국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식사 중간에 국
을 다시 떠와야 했는데 먹던 그릇에 가져 오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밥은 먹던 그릇에 더 해서 가져와도 국 은 반드시 새 그릇에 떠와야 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렇게 한다.
살아보니 그것이 옳은 것을 느꼈기에 그
렇게 하게 된다.
반찬을 휘적거리거나 먹던 것을 두고 다
른 반찬을 집어도 혼내면서 어디서나 음
식을 먹을 때 그런 행동은 불쾌감을 주는 것임을 알려 주었다.
아버지는 이북 사람이었기에 조밥을 좋
아해서 늘 조와 콩을 두어서 잘 먹었다.
학교에서 혼식 장려운동을 했는데 나는
조밥을 가져 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리 혼식이 아니라고
벌을 세웠다.
당연히 나는 아버지에게 일렀고 다음날
점심 시간에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나는 아예 도시락을 안 가져 왔는데 아버지가 들고 온 것이었다.

복도에서 선생님과 마주 선 아버지는 조
도 분명히 잡곡이며 꼭 보리 혼식이라고
명시되어 있느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쩔쩔 매었는데  아버지는 꼭 보리 혼식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조밥을 싸오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정중 하게 허리를 굽혔다.
당연히 허락되었고 그 날 하교할 때  선생님은 내게 아버지가 참 훌륭하시다 고 해서 나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음식을 남기기 전에 먹을 만큼 덜어 놓 기, 밥 그릇에 밥풀 남기지 않기, 밥 먹으 면서 나쁜 이야기하지 않기, 내 입맛에
맛있는 반찬만 먹지 않기, 골내지 않기
그 외에도 여러가지 더 있는데 아버지는
음식을 먹을 때 천해보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천하다는 말을 나쁜 말로 여기는 아버지
가 가차없이 천하다고 꾸중할 때가 나쁜
식사 버릇이었다.
남동생은 그렇게 혼나면서도 밥투정이
심했는데 어지간한 것은 봐주었으나
정도가 심하면 아버지의 큰 호통이 터졌다.
- 뭐하는 거이네? 어찌 이리 천한 짓꺼 리를 하는 거이네? 당장 일어서라우!
밥주지 말라우야 !  -

징징 울면서 밖으로 나가는 아들을 따라
엄마는 밥 먹다 말고 나가고 아버지는
말 없이 식사를 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그 아이는 그렇게 혼이
나면서도 엄마의 애간장을 녹였을까?
마특찮아 하는 아버지였으나 그래도
큰 시장에서 남동생이 잘 먹는 바나나며
햄을 잘 사오는 아버지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었음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큰 병을 얻은 후 아버지는 거의 한 달을
죽으로 끼니를 이어간 적이 있었다.
그것도 아무것도 넣지 않은 흰 죽인데
흰 죽을 잘 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만들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잘 쑨 흰 죽과 집간장, 나박김치와 나나
스케 무침으로 차린 상을 하루에 세 번
올리면서 나도 아버지와 함께 죽을 먹으
며 우리는 도란도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 바친 유일한
효도였다.
우리 마리야가 만든 죽이 최고로 맛있어
허허... 내가 아버지의 속을 좀 덜 썩여
드렸다면 아버지는 좀 더 살지 않았을까
를 늘 생각하는 불효녀는 그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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