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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25 12:56

ㆍIP: 58.xxx.182

일요일을 기다리던 그 때

#권영심의글
일요일을 기다리던 그 때

권영심 ( 2021 , 4 , 25 )

어릴 때 우리들은 일요일을 기다렸다.
그 때는 주말은 쉬는 것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던 때였고 상인들도 명절 외에는
쉬는 것을 몰랐다.
공장들도 24시간 가동하는 것을 당연 하게 알았고 밤낮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
들로 골목길이 분주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가게 문을 닫거나
놀러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리 시장은 전체 철시를 하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있었고 그 때는 관광버스를
몇 대 씩 대절해서 전국의 관광지를 놀러 다녔다.
뭐가 새로 생겼다 하면 구경을 갔었기에
전국의 관광 명소를 안 다닌 곳이 없다.
오며 가면서 버스 안은 춤판으로 난리
부르스였고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스트 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또 살아갈 힘을
주었다.
그런데 우리 가게는 일요일에 자주 문을
닫았고 토요일도 오후에 문 닫는 일이
많았다.

토요일은 가족 모두 영화 구경을 가거나
외식을 하는 일이 많았고 아버지는 엄마
와 테이트를 많이 했다.
그 시대에 그런 일은 참 드문 일이었다.
엄마와 아버지가 성장을 차리고 집을 나
서면 입을 안 대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부러웠을 것이 라는 것을 알겠다.
아버지와 함께 나서는, 한 달에 두어번
있는 데이트가 엄마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음을 본인이 훗날 술을
마시면서 고백했다.
여자들끼리 가게 안 구석지에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데이트의 내용을 샅샅
이 이야기하는 것이 엄마의 큰 자랑이었
고 삶의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지매들은 대리만족을 하고 엄마는 자
랑하면서 소박한 행복으로 즐거워 했다
데이트를 하지 않은 토요일엔 가족이 모두 영화 구경을 갔는데 아마 아버지가
그런 것을 무척 즐겨서였을 것이다.
무협영화, 서부영화가 좋지 않았지만 즐
거워 하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 나는 그저 좋았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양반, 또는 한량이라
고 불렀는데 맞는 호칭이었다.
아버지는 정말 놀기를 좋아했는데, 단지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모두와
노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아버지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모였고 웃음꽃이 피었고 각종 놀이와 내
기 등 , 듣기만 해도 즐거웠었다.
엄마와 아버지가 데이트를 가지 않거나
영화 구경을 하지 않은 다음 날은 가족 이 놀러 가는 날이었기에 우리들은 기대
로 가득 차서 일요일을 기다렸다.
음식이나 마실 것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식구들이 아침을 먹고 나서면 그것
으로 그만이었다.
뭔가를 만들고 준비하면 힘든다고 김밥
하나도 손대지 못 하게 했다 .
자가용이 없었으니 이고 지고 갔으면
오히려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홀가분하게 나서
면 어느 곳이나 노는 곳이 되었다.
놀러 간다고 해서 명승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태종대, 해운대, 송도, 오륙도, 부산에 산재해 있는 절이
며 차이나타운, 연탄 갈비로 유명한 곳,
진영갈비 등... 지금 생각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일 만큼 많은 곳에 데리고 갔다.

어느 곳에 가도 그 곳의 음식을 먹었는 데 금정산의 흑염소 불고기나 대변항의
멸치회, 아나고회는 입에도 못 대어서
아버지는 몹시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나는 밥과 김치만 먹어도 좋았고
그런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아버지 는 반드시 사 주었다.
저녁에 돌아올 때도 중국집에 들러 짜장
면과 중국 만두를 먹었는데 집에 가서
밥을 해먹으면 힘들어서 좋은 추억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는 시장의 누구보다도 빨리 문을
열었는데 먹어 조진 돈을 벌어야 한다고
투덜거렸으나 한 번도 놀러가자는 아버
지의 뜻을 거스린 적이 없었다.
온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은 그 언제보다 충만했고
행복으로 그득했다.
모두 함께 걸으면서 이거이 행복이디...
엄마의 어깨를 감싸 안던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 소비로 인해 엄마와의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는 가끔 집을 사는 문제로 아버지와
싸웠는데 번번이 졌다.
뭐가 불편하냐? 통일이 되면 이북 집으로 갈 것인데 왜 집을 사느냐? 라는
아버지의 논리에 엄마는 반박할 말을 찾
지 못 했다.
그러니 두 사람은 재산 증식이나 그런 류의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사는 언제나 잘 되었고 남동생과 내가
속 썩이지 않으면 만사 형통이었다 .
일요일이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깨어서 소리치며 다
니는 남동생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일요일은 그저 놀고 행복한 날, 그런 날을 자식들에게 남겨준 아버지를 나는
누구보다 존경한다.
내게 남겨준 그 눈부신 추억들이 지금 나를 그나마 인간으로 살게 한다.
일요일을 맞으면 이렇게 마음이 넉넉해
지고 설레이는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밥상머리 교육

같은 우리, 다른 너희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237	밥상머리 교육	권영심	2021-04-27

236	일요일을 기다리던 그 때	권영심	2021-04-25

235	같은 우리, 다른 너희	권영심	2021-04-23

234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4-22

233	요망진 뇬의 커피	권영심	2021-04-21

232	버리는 과일은 없다	권영심	2021-04-20

231	노인을 위한 나라는 필연적이다	권영심	2021-04-18

230	내 인생은 봄남	권영심	2021-04-17

229	추한 늙음이 되지 말라	권영심	2021-04-16

228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4-15

227	따르릉...기뻤던 소리	권영심	2021-04-14

226	운동꽝	권영심	2021-04-10

225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4-08

224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	2021-04-07

223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	2021-04-06

222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	2021-04-05

221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	2021-04-03

220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권영심	2021-04-02

219	목요일 오후의 청춘 카페의 차 이야기	권영심	2021-04-01

218	고마움을 잊지 말라	권영심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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