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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20 11:19
ㆍIP: 119.xxx.38
버리는 과일은 없다
버리는 과일은 없다

      권영심 ( 2021 , 4 , 20 )

언젠가 봉사 활동에서 만난, 정말 유쾌 한 동생이 가게에 놀러 왔는데 주방 입구에 사과 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꺼낼려고 하길래, 놔 두고 냉장고에서
꺼내라고  말했는데 기어이 하나를 들고 왔다
반 가까이 상해 가고 있는 사과였다
왜 이런 사과를 버리지 않고 저렇게 여러 개를 놔 두느냐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내 식량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가끔 과일이 선물로 오는데 사과를 좋아
해서 다른 과일은 이리저리 나누지만
사과는 좋은 것 몇 개를 손님에게 내고
나머지는 내가 혼자 다 먹는다
그러나 먹는 것이 상하는 속도를 당하지 못해 썩는 사과가 생긴다
그런 설명을 해주면서 그녀가 들고 온
사과를 썩은 부위만 도려내고 먹었다
그녀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니는 그렇게 안
봤는데 어릴 때 참 가난해서 못 먹고 살 았나 보다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썩은
사과를 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
면서 버리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말한 뒤 그녀를 보내고
그 후 개인적인 만남은 갖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지만 왜 내가 그
런 사과를 버리지 않고 먹는가에 대해
불문곡직 가난과 직결시켜 버리는 사고 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런 사과를 먹는 이유
도 설명하지 않았다
내 짐작대로 그녀는 소문을 내었고 나는
썩은 사과를 먹고 자란 가련한 영심씨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 먼 곳에서 봉사
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근거리에 사는 사람이 차를 태워 주었는데 그 차 에 탄 사람들이 묻는 것이었다
왜 썩은 사과를 먹었느냐고.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사과를 잘 먹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릴 때 나는 시장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 날 장에 나온 가장 크고 좋 은 생선과 좋은 먹거리를 샀고 과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여름에 가게 문을 닫은
뒤 가끔 과일 가게로 가서 과일을 한 무더기씩 사 오곤 했다
여름 밤엔 수박 잔치를 벌이는 때가 많
아서 수박을 두 세개씩 사 올 때가 있는
데 그럴 때는 과일가게 아저씨가 과일을
한 무더기 슬며시 놓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일들이 성한 과일들이 아니
기 일쑤였다
그 시절 냉장고가 없어 한 여름에도 과일을 그냥 팔았고 미처 팔지 못한 과 일들은 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줄 알면서 이웃들은 팔아 주었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상한 부분은 도려내고 먹었고
우리에게도 먹게 했다
우리는 아버지가 주는대로 잘 먹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엔간해서는 음식을 버리는 일이 없었고
아버지는 무엇이든 후했지만 먹거리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호되게 혼내었다

큰 손으로 성한 과육을 깨끗하게 잘라내
어 우리의 입에 넣어 주면 우리는 맛있 게 먹었다
싱싱하고 흠 없는 과일도 좋았지만 상해
가는 과일은 특유의 단미가 더 있었고
우리에겐 같은 과일이었다
- 이거이 수확하기까지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네? 하나 하나 귀한 거이
라고 생각해야 되는 기야, 크고 좋은 것 만 먹고 탐내는 사람은 그 욕심 만큼 혼 나는 일이 있는 거이지, 모든 음식이 다
귀하지만 나무가 내어 주는 과실이며 지
몸을 내어주는 고기와 생선들, 그저 고맙고 감사하며 귀하게 먹어야 하는
거이디, 생선도 조금 상한 부분만 떼어
내고 먹으면 되고 과실도 그렇디 .
그런데 육류는 상한 부분이 있으면 전부
다 버려야 하는데 독소가 생겨서 우리 몸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디, 알간?  -
아버지는 깍아낸 과육들과 껍질을 반드 시 땅에 묻었고 우리들은 그렇게 그런
과일을 당연하게 먹고 자랐다
그런 과일을 먹고 한 번도 몸에 탈이 난
적도 없다

인간이 대체 무엇이기에 만물이 내어 주
는 소산을 그렇게 함부로 대한단 말인가
?
인간이 대체 뭘 그리 잘났기에 만물이 내어 주는 소출을 가려 가면서, 버려 가 면서 크고 좋은 것만 먹기를 바라는가?
나는 상해가는 과일을 버리지 않는다
될 수 있는한 먹고 , 먹으면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누구보다 좋은 먹거리를 찾아 먹었지만
진정한 귀함을 아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상해가는 과일을 몽땅 팔아주면서 한 번
의 근심이라도 덜어주던 아버지의 인정
을 존경한다
과일을 요리조리 깍아서 되도록 성한
부분을 찾아 먹으며 , 그렇게 깜찍하게
예쁘게 깍아서 주던 아버지의 손길을
그리워 한다
부모와 자식됨이 무엇이랴?
부모는 자식이 어릴 때의 이쁜 짓만 기억하고 자신은 부모의 작은 것 하나라
도 잊지 않고 그리워 함이 아닐까?
어느 때 상해서 더욱 짙은 사과 향기를
코를 박고 맡으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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