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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17 12:25
ㆍIP: 119.xxx.38
내 인생은 봄남
내 인생은 언제나 봄날

      권영심 ( 2021 , 4 , 17 )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이다
음력으로는 3월9일, 그 시대에 아이의
생일을 양력으로 기록하는 부모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음력으로 하면 잊어
버릴 수가 있다면서 내 생일을 양력으로
했고 그 덕분에 한 번도 생일을 잊고
지나가지 않았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인해 엄마는 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수수팥단지를 해서 온 동네에 돌렸다고 말하면서 눈을 흘겼다
바로 밑의 남동생도 그렇게 해주었지만
두 여동생은 한 번도 안해 주었단다
그 덕분인지 나는 살아 오면서 거의 넘어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위험한 때가 있었는데 기막히
게도 벗어나곤 했다
딱 한 번 가게에서 넘어져 다중 골절이
된 것 외엔 사고가 없었으니 수수팥단지 의 위력이 크기만 하다

지나간 생일들을 생각해 보면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
이었다
물론 슬프고 고통으로 가득한 생일들도 있었으나 , 정말 신기하게도 기억이 없다
생일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던 아버지와
의 추억이 있는 한, 내 생일은 언제나
행복으로 가득했다
내 생일을 같이 해주던 고마운 사람들과
의 추억이 있는 한, 내 생일은 축제였다
어째서 너는 사 월 한 달 내내 생일이냐 고 핀잔을 들을 만큼 나는 나 스스로 내
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축하 받으며
살아 왔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생일도 내가 아는
한 챙겨 준다
내가 태어난 날이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가르쳐 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이 세상 그 어느 위인이 태어난 날 보다,
심지어 부모의 생일 보다 내가 태어난
날이 중요하다고 일러 주었다

자신이 태어난 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은 결코 스스로를 천대하지 않으며 언제
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생일은 물론, 가족들의
생일을 챙기는 것으로 동네에서 유명했
고 그것은 그 시절에 신기한 일이었다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에 굴비와
잡채, 나물들과 떡과 전이 놓인 상을 받
게 했으며 케이크를 먹었다
내가 언젠가 이 말을 어디에서 했더니 날더러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시중에 케이크가 없었
고 더구나 일반 가정에서 그렇게 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 오류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동네의 빵집엔 분명히 케이크가
있었고 그 크기는 지금의 케이크와는
전혀 달랐다
아버지는 무슨 좋은 일이 생기면 케이크 를 잘 사왔고 그 습관은 지금도 나에게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 손을 쥐고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항상 책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 남포동이며 보수동의 책
방을 찾아 다니던 그 황금의 시간은 내
가 살아가는 동안 서서히 내 삶에 녹아
들면서 절대 변하지 않는 기쁨을 준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겨 준 내 생일의
메세지는 언제나 내 심장을 공명한다
-마리야, 너는 이 눈부신 봄에 태어 났으
니 너는 언제나 봄 같은 삶을 살게 될기
야, 봄이 뭐 갔네?
꽃 피고 나무는 천지에 연록색으로 물
들어 가고 날씨는 온화하며 바람은 또
얼마나 따스하니?
그러나 그런 봄에도 뼈가 시린 꽃샘 추
위도 있고 눈도 내리고 삭풍이 몰아칠
때도 있는 기야, 봄은 그런 것을 다 품을
줄 알아야 진정한 봄인 거이디, 마리야
그런 봄이 되라우, 네 인생은 언제나
봄날인기야 -

지난 60여년의 삶 동안 맞이한 생일은
받기만 하고 챙기기만 했던 생일이었다
그래서 환갑 이후에 맞이하는 생일은
나눔의 생일을 만들어 간다
올해는 과일을 곳곳에 보내면서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의 봄날, 이 눈부신 날들의 봄날 을 나눔으로 보내면서 나머지 삶을 이어
갈 것이다
엄마, 이 멋진 봄날에 저를 낳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살아 있는 생전에 당신께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용서하세요
몇 몇 생을 지나 언젠가, 그 먼 시공의
인연의 빛이 합쳐질 그 날에 이번엔 내가 당신의 어머니가 되어 , 당신을 제
혼과 영을 다해 사랑하겠습니다
엄마 , 부디 그 때 제게 와 주세요
아버지, 살아 갈수록 저는 느낍니다
당신이 저에게 주신 사랑이 저를 살아가
게 하는 힘이 되었음을요
앞으로의 생일도 기쁘게 살겠습니다
찬란한 봄의 한 가운데서 태어 났으니
제 인생은 언제나 봄날 입니다
고맙습니다,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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