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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10 16:14
ㆍIP: 61.xxx.129
운동꽝
#권영심의글
운동꽝

      권영심 ( 2021 , 4 , 10 )

요즘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사람들,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할까?
전혀라는 단어만 빼고 운동을 안 하는
부류에 속한다
어깨의 통증 때문에 하루에 단 몇 분이 라도 스트레칭을 해야 하고 만 보는 걷
겠다고 결심했건만, 그 결심은 지켜지기
힘들다
변명같지만 나에게 운동은, 소질도 없고
승부욕도 없고 근력도 없고 인내심도
없고, 결정적으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어릴 때 부터 나는 깍두기였다
내가 끼이면 지는 것이 확실하니 누가
나와 편을 먹을 것인가?
아이들의 사소한 놀이도 편가르기가 되
면 이상하게 불타 올라서 잘 하는 아이 는 서로 데려 갈려고 하지만 나는 인원 이 부족해야 겨우 끼워 주었다

잘 끼이지도 않았고 그다지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마음
을 많이 다칠 뻔 했었다
줄넘기를 하면 큰 키 때문에 걸리기 일쑤였고 공으로 하는 놀이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우리 어릴 때는 시차기라는 놀이가 굉장
히 성했는데 이 때 만큼은 그럭저럭 군소리를 안 들을만 했다
제일 잘 하는 것이 공기놀이였는데 돌
따먹기든, 숫자 따먹기든 거의 지지 않았다
그것들을 운동이라고 할순 없겠지만
움직이는 것에 속하니 운동이라 치고.
고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체력장을 하던
날 나는 웃음의 결정타를 날렸다
종목 중에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가 있었
는데 급우 두 명이 양 쪽에서 올려 준 뒤
선생님이 하나 둘 셋! 할 때 몸에서 손을
뗀 뒤 부터 시간을 재는 종목이었다

철버덕!
1초도 버티지 못 하고 떨어지는 소리다
세 번이나 거듭했으나 소용없었다
선생님은 기가 차서 두 손을 들었고 나 는 별로 애타하지 않았다
아이들만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고 흉내
까지 내면서 그렇게 재밋어 했지만 나
는 정작 그렇게 부끄럽지 않았다
못 하는 것은 못 하는 것일 뿐이니까.
내가 살면서 가장 긴 시간을 뛴 기억은
날치기를 당했을 때다
아이의 학교 부근에서 장사를 했는데
영업을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길가에
서 있었다
그는 뒤 쪽에서 나를 치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들고 뛰었고 나는 힐을
벗어 던지고 그 뒤를 따라 뛰었다
그 가방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장부, 통장, 카드와 여러 증명서, 돈, 꽤
큰 금액이 들어 있었으나 돈은 차라리
문제가 안 되었다
돈만 가지가라! 돈만 가지가라! 소리 치
면서 뛰었고 가방을 잃어 버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은 나를 뛰게 했다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 그의 펄럭이는 옷자락을 움켜 쥐고 같이 쓰러졌고 마침
골목을 순찰 중인 경찰차가 올 때 까지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을 못 했다
나중에 거리를 따져 보니 나는 자그마치
2K 가까운 거리를 뛰었으니 지금 생각
해도 놀랍다
그 뒤 경찰관들은 나만 보면 맨발의 마라토너라고 놀리면서 웃었다
그 후로 그렇게 뛸, 절박한 일이 없으니
다행이랄까?
10키로를 쉼 없이 걸을 만큼 걷기를 좋
아 했지만 발을 수술한 뒤 부터 걷기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건강을 위해 무슨 운동이라
도 해야 했고 만 보 걷기를 결심했다
일주일에 세 번,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았다
가게 안에서도 걷고 일부러 걸음이 많은
동선으로 일을 하면서 만보를 걷기에
기를 쓴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밖에 나가서
체육 공원의 트랙을 걸을 예정인데 사실
은 재미없다
나는 경치를 보면서 걷는 일이 무엇보다
좋은데 이 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럿이 함께 걷는 것도 참 좋을 텐데 코
비드의 기승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
가게 안에서 혼자 운동할 수 있는 기구 가 없을까?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좀 쉽게 운동할
수 있는 기계를 찾느라고 나름 애써 보지만 거의가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예전에 헬스도 몇 년을 했었으나 고백하
자면 3개월 씩 끊고, 가는 날은 이 십 일이 안 되었으니 별무소용이다
이렇게 핑계가 많은 것은, 결국 하기 싫
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해야만 하고, 운동을 일정하게
하지 않으면 몸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을 알기에 기를 쓰고 매사 꼼지락대며
운동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지금 새벽 6시, 날씨도 춥지 않으니 나가서 걸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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