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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06 21:23

ㆍIP: 211.xxx.180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36 )

권영심 ( 2021 , 4 , 6 )

그 때 그 시절엔 왜 그렇게 못 생기고 몸 에 상처나 종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많았을까?
자랑을 한 가지 하자면 나는 어릴 때
예쁜 아이로 참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온 동네 사람들의 증언 속에서 자랐으니
거짓은 절대 아니다
그 시절의 아이와는 달리 나는 살집이
통통했고 키가 컸고 무엇보다 하얀 피부
에 티 하나 없었다고 한다
눈은 동그랗게 크고 입술은 빨갛고 도톰
했는데 한 가지, 코가 좀 납작해서 어른
들이 그것을 아쉬워 했다고 하니, ㅎㅎ 믿거나 말거나!
아이들이면 으례 몸 어딘가에 서너개
씩, 꼭 있는 종기나 물사마귀, 눈 다래끼
를 나는 모르고 자랐다
남동생만 해도 피부가 거므스레 하고
종기를 달고 살아서 엄마는 그것을 고쳐
주느라 참 애를 많이 썼다

약국에서 파는 것은 바르거나 먹거나
동생이 더 탈이 나기 때문에 엄마는 가내 비법약을 썼는데 그 약을 얻으러
사람들이 온 것을 보면 효과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비법 약이라고 하지만 별 것이 아니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꼭 짜서 설탕을
동량으로 섞어, 끈적하고 무른 반죽 처럼 만든 것을 종기 위에 붙여 놔 두는
데 노랗게 고름이 생겨 떨어질 때 까지
매일 붙이면 신기하게 나았다
이명래 고약이 있었으나 그것은 어른들
이 쓰는 것이었고 아이들에겐 감자면
되었다
엄마는 만드는 법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남동생은 허구헌날 경기를 일으켰는데
그 때 병원에 데리고 가면 안된다고
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것 하나 는 지켰는데 지금 생각해도 옳다고 믿는다

낮이건 밤이건 경기를 일으키면 엄마는
동생을 들쳐 없고 남항 국민학교 뒷 골목에 있던 야시할매에게 뛰어 갔다
야시할매 집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았고
엄마가 들어 오면 할매의 딸이 아이를
받아 서늘한 방에 눕혔다
축 늘어진 아이의 옷을 모두 벗기고 좀
있으면 야시할매가 들어 와서 먼저 눈을
까뒤집어 보고 혓바닥을 보았다
가슴에 차고 있는 침통에서 손가락 길이
만한 바늘을 꺼내어 아이의 손을 펴고 사정없이 따는데 꺼먼 피가 놀랍도록
많이 나왔다
어떤 때는 발가락도 따고 손도 마디마디
다 따고 나서 아이의 등과 배를 문지르 고 팔다리를 쓰다듬었다
아이의 입에서 휘파람 같은 숨소리가
나고 눈을 뜨면 끝이었다
엄마의 품에 안기는 동생의 몸은 놀랍게
도 따뜻했다

그런 할매가 내 아들을 키울 때만 해도
동네마다 있었다
나도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안고 어두
운 골목을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그럴 때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갑오징어가 귀한데 그 때 그 시절엔 어른 손바닥 만한 것들이 생선
가게에 흔했다
살은 먹고 갑을 버리는 일이 없었다
몇 개를 모아 뜨거운 물에 삶아 내어
햇볕에 잘 말린다
하얗게 잘 마른 갑을 절구에 찧어 체에
걸러서 가루로 만들어 보관하면 훌륭한
지혈제가 된다
아무리 상처가 깊어도 그 가루를 뿌리면
피가 멎었고 피가 멎으면 엔간한 상처는
병원에 안 가도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집엔 필수적으로 있어
야만 했다
빨간 아까징끼와 함께 없어서는 안 되는
상비약이었다

그 때 그 시절엔 또 어른과 아이들 모두
몸 안에 키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기생충이다
전국적으로 구충제를 먹는 날이 있을
만큼, 기생충은 온 국민이 몸 안에 키우
던 반려 생물이었다
심하게 많이 있는 아이는 입으로 기생충
이 나올 만큼 , 그런 시절이었다
아이가 먹어도 살이 마르고 배만 불러
오면 부모는 기생충 때문이라 여기고
먹이는 것이 있었으니 석유였다
석유를 어른 숟가락으로 두어개 정도
강제로 마시게 하면 아이는 잠시 후 배를 틀어 쥐고 변소로 직행한다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차마 쓸 수가
없다
효과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아이는 변소에서 나오지 못할 만큼 힘들
었으나 배가 쑥 꺼지고 멀쩡해졌다
무식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 때 그 시절은 그랬었고 그랬을 수 밖
에 없었으니까.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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