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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05 18:56
ㆍIP: 211.xxx.180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의글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35 )

          권영심 ( 2021 , 4 , 5 )

요즘 아이들은 전생의 운이 불운해서
모진 부모에게서 태어나 학대 당하고
방치되어 죽거나 고통 속에서 사는 경우
가 간혹 있다
그 때 그 시절엔 , 그럼 그런 일이 없고
모든 부모가 자식들을 금덩이, 은덩이
처럼 위하고 사랑했을까?
지금 내 또래이거나 사오십대 이상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자라면
서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았다고 느끼
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면서 부모 이상으로 함께 고생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편애 때문에 갈등하고 자랐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또 한결같은 말을 하는데 부모님
이 자신을 사랑한 것을 어른이 되어서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맞고 혼자 방에 갇혀 배를 굶으 며 엄마를 기다리고 울고 했어도 자신을
사랑했음을 깨닫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
까?
그것은 너무나 살기 어려워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야 했기에 어린 것을 방 에 혼자 두고 방문을 잠그고 나갔지만
돌아와 씻기고 밥을 해먹이고 품에 안고
어미의 온기를 전해 준 덕분이었다

온 종일 울고 싸고 한 아이를 씻기면서
먹이면서 재우면서 그저 품에 안고 온기
를 나누던 그 본래의 사랑을 어른이 되 어 너무나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아이들을 해외 입양으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조차도 한 입 덜어서 살림이 피리라
는 생각을 그 때 그 시절의 부모들은
결코 하지 않았다
부자 나라에 가서 잘 먹고 공부하게 되기를 축원하고 또 축원했다
키울 방법이 없기에, 함께 살면 거지 만
들기 십상이기에 부자 나라에 보내면 잘
먹고 잘 살 것을 믿었다
적어도 내 새끼 버려서 내 몸 편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 싫어서, 미워서 굶기고 때리 고 방치하는 일은 없었다
그 때 그 시절의 시장 가게들은 거의
살림집이 함께 있는 형태가 많았다
방 한 두개와 조그만 부엌, 그리고 가게
가 있어 그 곳에서 생업을하고 살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부모, 자식들 한 방에 복작 복작 살면서
싸우고 맞고 울면서 방 구석에서 자면서
자란 사람, 참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다치고 뜨거운 물
에 데이고 개에게 물리기도 했었다
부모가 시장길에  열린 가게에서 한창
장사를 할 때 방에 눕혀 놓거나 아장 아장 걷는 아이들은 꼭 저지레를 했다
그 시절의 부엌은 방 보다 한 참 낮았는
데 나오다가 굴러서 다치고 부뚜막에서
끓고 있는 뜨거운 물에 데기도 많이 했다
겨울에 연탄을 피워 음식을 하고 난방을
했기 때문에 그 위에 큰 솥을 놓고 항상
물을 가득 채워 더운 물을 사용했다
이상하게도 그 물에 화상을 입는 아이들
이 그 시절에 참 많았다
우리 동네엔 세 살 짜리가 솥에 빠져 전신 화상을 입어 결국 죽은 일도 있었다
그럴 정도는 아니었어도 팔이며 다리며
얼굴에 걸쳐 화상을 입고 그 자국을 가진 채로 어른이 되는 사람 많았다

개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은 아이들도
참 많았다
그 때 그 시절엔 왜 그렇게 도사견을 많
이 키웠을까?
그 개들은 목줄에 매여 있었으나 목줄이
풀려 밖으로 뛰어 다니면 거침없이 아이
들을 물었다
빨간 털옷을 입으면 물린다더라,
뛰면 덤벼 든다더라, 별별 방비책들이
돌아 다녔으나 물리는 아이는 여전히
생기고 시장통은 개주인과 싸우는 부모
들의 고함 소리가 높았다
아이들은 놀면서도 크게 다치고 팔이 부
러지고 다리뼈가 분질러졌다
갈비뼈가 부러졌어도 다치게 한 아이에 게 책임을 묻거나 고소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도 일부러 아이들을 학대하
거나 방치하지 않았다

너무나 가난해서, 너무나 살기 바빠서
돌봐주지 못 했을 뿐, 부모의 촉수는
아이들을 향해 항상 뻗어 있었고 벌겋게
튼 , 거친 손일망정 언제나 그 등짝을 어
루 만졌다
그 손의 느낌은 자라면서 잊어 버리지만
어른이 되어 등이 시리고 가슴이 허한
어느 날, 불현듯 깨닫게 된다
못 먹이고, 못 입히고, 크게 가르치지 못
했을 망정 너무나 나를 사랑했던 부모의
그 애절한 마음을.
오늘날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기를 키우는 일이 얼마만큼의 헌신을
요구하는 것인지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부모들이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그 이유를
이대로 모른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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