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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4-02 18:53
ㆍIP: 211.xxx.180
내가 만드는 맛의 이야기
#권영심의글
#내가만드는맛의이야기    8

       권영심 ( 2021 , 4 , 2 )

돼지기름, 라드유 만들기

아들이 초등학교 4학 년인가 그 때 교리 를 마치고 영세를 받았다
그 당시의 성당엔 아이들이 무척 많았고
영세반의 초등생들도 몇 십 명이나 되었다
교리를 공부하는 반 년 동안 엄마들이
조를 짜서 아이들의 점심과 간식을 해주
었는데 그 중 내가 만드는 짜장은 굉장 한 인기를 얻었다
다른 엄마들이 말하기를 내가 내는 맛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고 했다
ㅎㅎㅎ 그게 무슨 비결이라고 말하지 않
은 나도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그러나 나름 이유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라드유를 만드는 것이 위험
할 수도 있었고 원망을 한 번 들은 이후 로는 그냥 말 안 하는 것이 속 편했다
시중에서 파는 것도 있고 지금도 판매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가 직접 만드는 것과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우리 집에서는 아주 어릴 때 부터 라드 유를 만들었고 아마도 화교 아저씨에게
배웠지 싶다

아버지는 정육점에서 한 번씩 돼지 비계
를 가져 와서 한 나절, 마음먹고 라드유 를 만들곤 했다
기름을 다 짜낸 비계는 마치 과자 처럼
고소했는데 가게에 내놓으면 오고 가는
사람들이 다 먹어서 금방 없어졌다
그 때는 그런 것을 버리는 일이 없었다
라드유로 볶거나 굽는 맛은 일반 기름과 는 완전히 달랐고 그 고소함의 차이는 놀랍다
내가 만드는 짜장의 비밀은 간단했다
다른 사람들은 짜장을 그냥 넣지만 나는
모든 재료를 라드유에 볶고, 짜장도
볶기 전에 라드유를 충분히 넣어 볶기
때문이다
그 풍미는 일반 기름에 볶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요즘은 라드유에 볶아 먹을 만큼 짜장을
거의 만들지 않지만 라드유를 항상 만들
어 두는 것은 여전하다
녹두전을 만들 때 라드유로 만들어야
그 맛이 한 층 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치 볶음밥도 마찬가지다
돼지고기 요리를 할 때 라드유에 마늘과
생강을 약간 넣고 살짝 볶다가 고기를
넣으면 그 풍미가 각별하다

그래서 라드유 만드는 법을 레시피로 남기기로 마음 먹었다
한 가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다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기름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준비물 ,
돼지비계 3키로, 코팅이 잘 된 넓은 냄비, 생수 큰 것 2병, 유리병, 나무주걱,
키친타올, 스덴보울
돼지비계는 단골 정육점에 말하면 준비
해 준다
1 조리대에 잡다한 것을 모두 치우고 키친 타올을 여러번 넓게 접어 한 쪽에
준비해 둔다
냄비에서 기름을 부을 스덴보울을 그 뒤
에 얹어 둔다
조리대에 그냥 놔 둔 보울에 기름을 부으면 그냥 미끄러져 바닥에 쏟아지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데 무심코 서 있다가 화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
꼭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2  잘 드는 칼로 비계를 무깍두기 썰듯
썰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고기가 붙어 있는 것은 세심하게 떼어
버리고 냄비에 전부 담고 생수 한 병을
붓는다
3  중불에 올려 끓어 오르면 그대로 개수대에 부어 그 물을 버린다
다시 생수를 붓고 끓이는데 물이 전부
증발 될 때 까지 가끔 저어 주면서 천천히 끓인다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물이 증발
되면서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불을
조금 더 줄이고 그대로 놔 둔다
어느새 냄새가 고소하게 바뀌면서 투명 한 기름이 고이는데 재료가 잠길 만큼이
되면 냄비를 들어 준비한 보울에 붓는다
4  기름을 붓고 나서 뒤집어서 다시 불에 올려 가끔 뒤적여 준다, 불을 세게
하면 금방 타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 보면서 두어번 더 기름을 붓는다
5  밑이 두껍고 코팅이 잘 된 냄비에서
만들어야 끝까지 타지 않고 기름을 뽑아
낼 수 있다, 재료가 완전히 딱딱한 갈색
과자 처럼 되면 더 이상 기름은 나오지
않는다
6  굳기전에 유리병에 넣는데 기왕이면
중탕을 한 밀폐 유리병에 넣어 두면
산패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다

완전히 굳으면 마치 치즈같은 느낌의 유백색이 되는데 불순물 1도 없는, 순수
한 라드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라드유로 빵 반죽을 하는 사람도 봤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빵이 만들
어 졌었다
돼지 기름이지만 일반 기름보다 더 좋은
점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이 라드유를 가지고 고추 기름을 만들면
정말 맛이 좋은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라드유를 팬에 알맞게 올리고 끓기 직전 에 베트남고추를 넣어 불을 줄여서 잘
저어 가면서 이삼분 정도 끓여 낸다
타지 않게 주의해야 하며 고추는 절구에
다져서 넣는 것이 훨씬 매운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만들면서 굉장히 맵기 때문에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망에 걸러서 유리병에 담아 놓으면 매운
맛을 내는데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일반 기름으로 만든 고추 기름과는 맛에
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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