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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28 18:18
ㆍIP: 211.xxx.180
다둥이의 부모
#권영심의글
다둥이의 부모

      권영심 (2021 , 3 , 28 )

모처럼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방산 시장에도 가서 미루어둔 일을 보고
천천히 걸으며 구경을 했다
반대 편에서 한 무리의 일행들이 걸어오
고 있었는데 구성원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른 남녀에 키가 비슷한 네 아이들이
무리지어 오는 모습이 한 가족이지
싶었다
그래도 설마 네 쌍둥이?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두상이며 눈매 등이 많이
닮았다
상인도 궁금했는지 물었고 네 쌍둥이가
맞았다
세상에... 네 쌍둥이를 실제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 모습들이 사라질 때 까지
선 채로 보았다
아직 미취학인 듯 했는데 네 아이를 한꺼번에 키우는 것을 상상만 해도 어질
어질했다
네 아이가 부모를 가운데로 하면서 앞서
거니 뒤서거니, 춤 추는 듯 걷고 뛰고 하
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부러워서 놀라면서 바라보지만 저 네 아
이들을 한꺼번에 키웠을 고충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친가 외가 이웃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십 개월 동안 품고 살았을 엄마의 고생 은 필설로 형용치 못 하겠다
하나를 품고서도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다
저 엄마가 누구이든지 정말 위대한, 숭고한 엄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자연적으로 가지거나 인공 수정의 결과
인지 상관없이 그 엄마는 아마도 선택
출산을 권고 받았을 것이다
네 명의 생명을 자궁에서 키우는 것은
엄마와 태아 모두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번의 수태에 한 명을 낳는 것
이 정상이었고 쌍태아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거나 불길한 징조였다

특히 남녀 쌍태아는 태어나자 마자 여아
는 엎어 죽일 만큼 불길하게 여겼다
전생의 부부가 그 연을 잇기 위해 태어
났다고 믿었고 그것은 끔찍한 일이기에
여아를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날 쌍둥이는 축복이며 다둥이는 특별한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다둥이를 품은 것을 알게 되면 의사는 선택 출산을 권유하는데 태어나 기 까지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의 경고를
듣고서도 네 아이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모성의 거룩함을 어디에 비하랴?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사랑을 알기에
미숙아로 태어나서도 누구보다 씩씩하
게 잘 자란다
인간극장에서 몇 번 네 쌍둥이가 태어나
서 자라는 것을 보았는데 한결같이 잘
성장하고 행복했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남의 옷들을 얻어 입
고 자라는데도 아이들의 얼굴은 햇님처
럼 환했다
온갖 저지레를 하고 숨 쉴 틈 없이 다치 고 싸우고 우는 아이들 속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언제나 웃는 부모이다
방송의 연출로는 도저히 될 수 없는, 진
정한 행복의 미소가 그 피곤한 일상 속에서 항상 머물러 있었다
그런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다둥이
의 축복을 받는 것일까?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아기를 보내는 것을 천사 가브리엘이 돕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심술궂고 고약한 부부에게
천사와 같은 아기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가브리엘은 불만을 꾹 누르고 있었다
하느님이 또 한 아기를 들었는데 그 아
기는 사지가 비틀리고 정신까지 온전치
못한 아기였다
이번에야말로 저 아기는 가장 악랄한
심성의 부부에게 보내시겠지 했는데
하느님이 아기를 보낸 곳을 보고 천사
가브리엘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하며 선행
을 베푸는 부부에게 보내신 때문이었다
어쩌자고 저 착한 부부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느냐고 화를 내는 가브리엘을 보면
서 하느님이 이렇게 말했단다
- 저 부부 외에 누가 저 아기를 사랑으 로 키워줄 수 있을 것이냐?
저 아기와 부모는 서로 축복받으며 지상
에서 천국을 만들 것이다 -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다둥이들을 보면서 불현듯 떠올랐다
네 생명이 함께, 한 날 한 시에 같은 모성
을 찾아 온 것은 안전하게 태어나서 사랑 속에서 자랄 것을 알기에 그리 된
것은 아닐까?
하나를 낳아서 버리고 죽이는 엄마는 있어도 다둥이를 낳아 키우지 못 하는 엄마는 없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코비드가 아니었으면 그 대견한 네 명의 아이들과 부모의 얼굴을 보았을 텐데
그것이 아쉽다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하늘
에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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