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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24 17:26
ㆍIP: 211.xxx.180
꽃길에도 가시 덤불이 있고 뱀도 있다
#권영심의글
-꽃길에도 가시 덤불이 있고 뱀도 있다 -

         권영심 ( 2021 , 3 , 24 )

요즘 유행하는 덕담 중에 꽃길만 걸어라
는 말이 있다
내게도 이런 문자와 스티커가 많이 오는데 진심으로 고맙다
아름답고 화사한 꽃 처럼, 나쁘고 추한
일 없이 행복하게 살라는 덕담인줄 안다
그러면서도 진정 꽃길을 걷는 것이 좋기
만한 것일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번도 꽃을 키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 말을 처음 쓰지 않았을까도 짐작해
보는 것은 , 꽃길은 그렇게 걷기 편안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난 사이를 마구 걸을 수도 없 거니와 만개했거나 반개했거나 봉오리 일 때조차도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꽃이 꺽어지거나 줄기가 부러지거나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수 천, 수 만 평을 같은 꽃만 심어 장관을
이루는 곳이 전국에 많은데 유채꽃 밭이
라든지 코스모스 단지는 정말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빠져 들게 한다
그러나 그 꽃길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몰려 다닌 흔적이 있는 길 가의 꽃들의 모양은 참혹하기 짝이 없다
부러지고 꺽어지고 뭉텅이로 쓰러져 꽃
이파리가 뭉개져 있는 모습을 보면 심정 이 쓰라리다
우리 삶의 길도 이렇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나 겉으로 보기에 꽃길을 걷는
모습일지라도 그 발은 여린 꽃잎과 가는
줄기를 무참하게 밟고 섰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로 뱀이 스윽 스윽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억센 줄기가 뻗어 있어
내 발목에 휘감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가시밭 길이라면 조심하고 삼
가해서 ,완전 무장을 하고 뚫고 나갈 결
심으로 들어 가겠지만 꽃길이니 그저
만만하고 한갓지다
꽃들의 향기와 어여쁨에 취해서 지금
내가 밟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구 길을 휘젓다가 뜻밖의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꽃길인데 어찌 그런 일이!!
꽃길이니 절대 나쁜 것이 있을 수가 없다라고 단정짓는 것이 바로 우리 인생 의 허방을 짚는 일이다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덕담에 미소 지
으면서도 그 발 밑을 돌아보아야 할 것 은 그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 한 가지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앞으로의
걸어갈 길이 꽃길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낮으막한 언덕이 있고 징검돌이 놓인
개울이 흐르면서 나무들이 많이 있는
소롯길 이었으면 좋겠다
힘들면 앉을 수 있는 바위들도 있고 여기저기 들꽃이 수줍게 피어 있는 길이
라면 얼마나 좋을까?
뒤돌아 보니 나는 참으로 놀라운 길을
잘도 걸어 왔다
누군가의 가호와 은혜가 없었다면 결코
무사하게 걸어오지 못 했을 것이다
어둡고 무서운 숲 길을 헤치고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을 얼마나 헤메었었나...
엎어지고 자빠지면서도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많이 아프고 나이도 먹었으 나 내가 걸어 온 길에서 만든 이야기를 엮어 가면서 남은 길을 걸어 갈 작정 이다

꽃길이어도 좋겠지만, 만약 꽃길이라면
꽃을 피해서 걸으며 한 송이 꽃도 다치 게 하고 싶지 않다
때로 멈추어서 향기도 맡고 그 섬세한
잎의 사랑스러움에 빠져보기도 하련다
길을 가다보면 사막을 걷게도 되고 협곡
도 만날 것이다
돌투성이의 길을 걸으며 발에 상처도 입고 또 엎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걸어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쉴 때는 쉬고, 돌아 볼 때는 멈추어서 돌아 보면서 걸어갈 것이다
내가 걷는 길에 한 송이의 꽃도 없으면
또 어떠랴?
내가 꽃을 심으면서 가면 될 것을.
설령 그 꽃이 피는 것을 못 볼지라도 내
뒤에 오는 누군가가 꽃 향기를 맡으며
행복해질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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