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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17 20:32
ㆍIP: 211.xxx.180
메일 메일 메일
#권영심의글
메일, 메일, 메일

      권영심  ( 2021 , 3 , 17 )

나는 기계치이고 기계를 무서워 하고
그래서인지 모든 기계를 만지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모든 기계를 가급적 만지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티비나 냉장고, 세탁기는 처음 셋팅된
이후 절대 메모리를 고치지 않고 사용하
고 사소한 작은 주방 기구들은 힘들어도
수동을 고집한다
그런 나에게 스마트폰은 처음부터 심각
한 울렁증을 만들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지금 나는 내가 돈을 주
고 산 그 어느 기계보다도 폰 값이 아깝
지 않다
글 쓰고 저장하고 사진 찍고 톡과 문자,
보내기와 받기, 일정의 저장과 켈린더와
계산기 등, 하나의 폰으로 할수있는 기능에 나는 너무나 만족한다
특히 글쓰기는 중지 하나의 독수리 타법
으로 얼마나 잘 쓰는지 사람들이 모두
감탄할 정도다
글의 내용이 아니라 빠르고 정확하게 쓰
는 것을 보고 젊은 사람들도 놀란다

컴을 금방 배우겠다고 하지만 내겐 심각
한 시각 장애가 있어 그것은 안 된다
폰만 사용해도 나는 어떤 것도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밴드에서 내 글을 읽은
사람이 주선해 주어서 어느 사보에 글을
보내게 되었다
문제는 글을 보내고 연락을 받고 고료를
받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메일로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일... 메일 주소니 뭐니 말은 많이 들었으나 내가 메일 주소가 필요하고 그
것을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안 했나 보다
가게를 개업할 때 국세청으로 보낼 메일
주소가 필요했으나 그것은 담당자가 금
방 만들어 주었고 나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야 할 메일은 내가 해야만 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모든 문서 전달
이 메일로 해야만 한다고 했다

복지관의 쌤에게 부탁했더니 너무나 친
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메일 주소를 만들고 글을 보내고 다시 답장을 받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
하나 알아 듣게 해주어서 금방이라도 혼
자 할듯 했다
연습을 많이 해서 익히겠노라고 했으나
가게에서 혼자 할려니 주고 받을 메일
주소가 없었다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메일 주소를
물었더니 없단다
그게 뭐냐고 묻기까지 한다
나보다 나이들이 적은 사람들인데도
의외로 메일을 모르거나 컴으로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놔 두고 시일이 좀 지났다
그런데 사보 측에서 또 메일이 왔다
서류를 몇 가지 보내라는데 그 새 다 까먹고 지인을 불러 부탁했다
그런데 서류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또
주변의 젊은 사람에게 염치불구하고 또
부탁했다
메일이 성공적으로 들어 갔다는 글귀를
분명히 보았는데도 또 안 왔단다

두 번 보냈건만 내가 보낸 서류들은 대체 어느 곳으로 가 버렸을까?
아무리 확인을 거듭해도 보낸 메일함엔
보낸 흔적이 나와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정작 받아야할 곳은 안 왔다고
하니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마치 심청이 동냥 젖 구하듯이 폰을 들고 여기 저기 물어 봤더니 폰으로 메일 보내고 받는 것을 할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할수없이 직접, 다시 보내기로 하고 하나 하나 무조건 눌러 보면서 각개 전투하듯이 돌입했다
첨부 파일 보내기 3번, 선택, 어찌 어찌
사진을 찾아서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분
명히 나와 있는데 이 아이도 길을 잃고
헤메려나?
전화를 해보았더니 도착했다고 해서
환성을 지를 뻔 했다
내가 보냈구나!!!

그런데 두 번 다 젊은이들이 자신있게
보낸 건데 어떻게 된 것일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내가 어떻게 보냈 는지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폰의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익혔다
정확하게 배워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기에 마구 머리를 짓찧으며 굴을
파는 두더지 처럼 그저 해보고, 또 하면
서 하다가 익혀지고 편안해졌다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까먹기도 하겠지
만 메일도 이제 문자나 톡을 보내는 일
만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만지거나 잘못 누르면 뭔가가 고장
나거나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버리
고 용기를 가지면 말이다
용기를 가지고 안 될 것도 분명히 있으 나 나는 앞으로의 일들을 위해 메일을
정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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