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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09 17:58
ㆍIP: 223.xxx.163
무식과 유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식과 유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권영심 ( 2021 , 3 , 9 )

나는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분야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무식하다는
말을 가끔 듣는 사람이다
박사 석사를 받은 사람이라도 모르는 것 은 있기 마련이고 내가 관심이 없어 모
르는 것에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싸우는 중에, 대화를 하는 중에
무식하다고 말했다가 큰 싸움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사람들은 무식을 참
싫어하는 구나, 그런 생각은 한다
나는 들어도 별로인데 말이다
그러니 내가 만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도 무식하구나 하는 짐작도 거의 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어제 정말 놀랍게 무식한 두 사
람을 만나서 나는 지금도 그들을 무식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여러번 온 손님들이었으나 대화에 끼어
든 것은 처음이었는데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공민왕이 공씨라는 것을 가지고 다투면
서 내게, 누가 옳은가 판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엔 두 사람이 블랙코미디를 즐기며 노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손님들이 있고 주석에서 그렇게
언어의 유희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
도 하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공민왕이 공씨라고 말
하는 것은 처음 들었으니 그것을 진심으 로 믿고 있다고 어찌 생각할 수 있으랴?
아니라고, 미치겠다고 소리지르는 사람
은 53세의 홍씨였고 맞다고 우기는 사람은 70세의 공씨였다
공씨는 말이 조금 어눌하고 표정이나
시선이 정상을 살짝 비껴가고 있는 사람
이었으나 좋은 손님이었다
어쩌다가 성씨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
데 공씨가 말하길 공씨 중에 가장 잘 된
사람은 공민왕이라는 주장이었다
두 사람을 조용히 입 다물게 하고 나는
냉수를 한 컵 들이마셨다
별별 이야기를 다해 보았으나 공민왕이
공씨가 아님을 증명하는 이야기는, 정말
이지 대략난감이었다
70세의 공씨 오라버니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 보았고 나는 어린 아이
에게 말하듯 역사 강의를 시작했다.

공민왕이 어느 나라 왕이예요?
......
공민왕은 고려의 왕이고 고려는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예요, 티비에서 보셨죠
? 궁예랑 나오는 드라마, 태조왕건 말이
예요,  보셨죠?
맞다! 봤어, 봤어!
맞아요, 최수종씨가 태조 왕건으로 나왔지요?
공민왕은 왕건의 후손으로 이름은 전,
고려의 31대 왕이지요, 공민왕이란 시호는 사후에 붙여진 왕의 호예요
인제 아시겠어요?
이 내용을 아마 대여섯 번은 되풀이 말했을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묻고 또 물었으니까.
정말 성의를 다해 가르쳐 주었는데 그의
말은 나를 퍽 ! 쓰러트렸다
- 내가 나이가 70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그런 말은 안 하던데? -
그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나는 두
팔 들고 항복했다
그들은 다시 다투다가 사이좋게 돌아갔
고 나는 치우지도 않고 소파에 뻗어
버렸다
정말 무식하다, 어쩌면 저럴수가...

그러나 지금 나는 공씨 오라버니에게
미안하다
그는 공민왕을 공씨로 알고 70 평생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왔어도 아무도
그 생각을 고치지 못 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접점이 있었고 아마도 무학임에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는 조금 불편한 몸이었기에
그 시절에 그냥 집에서 방치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난하고 몸과 정신이 불편했기에 부모
는 그냥 집에서 지내도록 했을 것이다
그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 이상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엉뚱한 말을 하긴 했으
나 큰 흐름은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행복에너지가 넘쳤고 그에게 는 비관이나 부정적이거나 그런 것이
없었다
홍씨는 많이 어리지만 이상하게도 단짝이 되어 함께 다니고 있었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 공씨의 천진난만한
무학을 즐기는 듯 했다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생각해 보니 기어이 가르쳐 주려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
나를 깨달은 때문이었다
무식하다고 한탄한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요, 그것을 그렇게 꼭 알아야 한다 고 생각한 나의 어처구니 없는 우월감
이었다
그는 공민왕이 공씨라고 굳게 믿고 왕의
후손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왔어도
그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왔다
아마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모자라다
고 생각하기에 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을 땅이라고 하고 땅을 하늘이라고
한들, 그렇게 믿고 산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어떤 피해가 갈 것인가?
믿으라고 우겨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앞으로 공씨 오라버니가 와서 또 공민왕
이 공씨라고 한다면 그렇냐고, 몰랐다고
해줄란다
삶에서 안다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하랴
...
무식과 유식이 뭐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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