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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08 17:20
ㆍIP: 211.xxx.180
에또, 그리고 아, 음 , 저어
에또, 그리고 아, 어, 음, 저어

       권영심  ( 2021 , 3 , 8 )

우리 아버지는 눌변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 했다
이북 사투리를 섞어서 말을 하면서 사람 들과 말을 할 때 아버지가 대화를 주도 하는 것을 거의 못 본 듯 하다
그런데 누구라도 아버지를 말할 때 말
을 잘 하는 권씨 양반이라고 했다
세월은 바뀌고 수 십 년이 흘러 사람들 은 나를 보고 말을 참 잘 한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주장할 줄도 모르고 목소리를 높일 줄도 모르고 그저
듣고 할 말이 있을 때 조금 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나에게 말을 참 잘한다고 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교우들이 내 기도를 들으면 그렇게 마음
의 위안을 얻는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하는 모습이 , 그 목
소리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말을 길게 하지 않았으나 무슨
문제든지 간결하면서 정연했다
중언부언하지 않고 강조하지 않고 딱 그
문제에 관해서만 말했다

나는 워낙 뭐든지 묻는 아이였기에 아버
지는 다 대답해 주었지만 알아 듣겠냐,
명심해라 그런 투의 말을 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조금 더 커서 사람들과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크게 다른 것,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 때 어른들은 말을 하거나 연설을 하거나 가릴 것 없이 한 문장 안에 에또
라는 말을 몇 번이나 집어 넣었다
월요일마다 하는 운동장의 아침 조례
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에또를 몇 번이나
말하는지, 헤아리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의 말에는 에또가
없었다
울림이 좋은 목소리로 간간 웃으면서
이북 사투리로 말하기는 했으나 에또가 없었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도 않았다

나도 저렇게 말해야지, 아마도 나는 무
언 중에 그렇게 마음에 새겼나 보다
오늘날 생각하니 내가 아버지의 말하는
법을 그때로 따라 하고 있었다
대화이거나, 앞에서 무언가를 말할 때
사이에 뭔가를 집어 넣어 말하지도 않을
뿐더러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도 않는다
어느새인가 에또는 사라졌는데 그 대신
아, 어 , 음, 저어,하는 말을 양념 처럼 집어 넣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나와서 뭔가를 말할 때
아, 어를 넣어 말하는 것을 듣게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아무리 많은 비전을 말하고 원대한 포부
를 내놓아도 아, 어가, 사이에 뉘가 박히 듯이 들어가는 말은 진정을 반감시킨다
오래 전 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말을 잘 못 한다
장황하고 강조하고 소리를 높이는 것이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정치인은 무엇보다 간결하면서도 분명 하게, 핵심만 말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
하고 행동으로 더 큰 것을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옛날 선조들의 변하지 않는, 조정에 출사하는 사대부들이 꼭 가져야 할 덕목
이 있었으니 신언서판이다
중국 당대에서 시작 되었다고 전해지는
데 관리를 뽑을 때의 네 가지 기준이라 고 할수있다
인물을 말하는 신이 제일 앞에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하 는 것은 변함이 없나 보다
신의 뒤에 언을 넣었으니 얼마나 말을
잘 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서도 뒤에 있고 뛰어난
판단력이 맨 마지막이다
그 옛날에도 잘 생긴 모습에 유려한 말
솜씨를 택했으니 말을 잘 하는 것을
얼마나 중요시 여겼는지를 알수있다
신언서판은 이 시대에도 유효하고 오히
려 더 큰 덕목이 되어가는 듯 하다

기름칠을 하듯 매끄러운 달변이 아닌,
논리적이고 명쾌하며 의중이 분명한 전
달력이 있는 소통 능력이 바로 언이다.
나는 말하는 사람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거의 대부분 중언부언, 특히 정치를 한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자주 본다
티비에 나와서 인터뷰를 해도 질문의 본
질을 벗어난 말을 하기 일쑤다
마음이 급하고 많은 말을 빨리 쏟아 놓
으며 자신을 드러내어야 하기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성심
껏, 간결하게 답하면 듣는 사람은 다
알아 듣고 그 여운을 마음에 오래 남기 게 되는 것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본인이 지금 누굴 향해 말하고 있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본질에만 집중해
서 성심을 다해 말하는 누군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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