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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3-07 16:02
ㆍIP: 211.xxx.180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권영심   ( 2021 , 3 , 7 )

나는 세상의 모든 동물을 무서워 한다라
고 볼 수 있지만 뱀이라거나 그런 종류 의 동물은 생각하는 것 조차 싫다
뱀에게서 연관되어 그런지 생선도 긴 것
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뱀이 주인공이 되는 이 글을
쓰는 데는 나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오늘 오랜만에 작은 모임을 가져서 식사 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두서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사람이 윤석렬의 이야기를 꺼낸 후
부터 분위기가 정치판으로 달려갔다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
었는데 참지 못 하고 결국 입을 열고 만
것은 뱀 때문이었다
편의에 의해 두 사람을 ㄱ,ㅇ씨로 말한 다면 ㅇ씨와 열변을 토하던 ㄱ씨가 말
하기를  - 그 ㅅㄲ는 뱀이야, 독사라구,
그 ㅅㄲ 가 정치를 하게 되면 독사가 되
는 거야,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지 만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 밖에 더 만들
겠어? 독은 결국 우리들을 죽이게 되는
거야 ! -
그야말로 눈에 독기를 가득 품고 위협적
으로 내뱉은 이 말은 나를 건드리고
말았다

나는 그의 정치적 성향도 몰랐고 그렇게
까지 한 사람에 대해 악의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놀라웠다
나는 그가 ㅅㄲ라고 표현한 인물에 대해
어떤 감정도 없는 사람이다
그를 잘 모를 뿐더러 아예 관심이 없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관심을 가
질 수는 있으나 이러쿵저러쿵 할 만큼의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싫어도 사람을 독사에
비유하면서 그 독으로 온 국민이 죽을
것이라는 말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제가 잠시 말해도 될까요?-
세 사람이 놀래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정치 이야기를 하면 입을 다물거나
그저 한두마디 호응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식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입을 열면 경청해주는 편이다

나는 ㄱ씨를 똑 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 우선 자꾸 그 ㅅㄲ, ㅅㄲ라고 말할 것
같으면 이 자리를 이만 끝내고 싶습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뭔가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고 ㅇ씨의 편을 들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뭔가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
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독사에 비유하셨고 독이 우리 모두를 죽일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도
잘못된 것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독사도 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생물이고 그 독이 모두를
죽이지는 않습니다
그 독이 어떤 생물의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다른 독의 해독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이 소를 키우는 이유는 고기와 젖을
얻기 위해서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간에 게 이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독사의 독으로 우리 모두를 죽일
것이라고 그렇게 마구 내뱉는 것은 어쩌
면 심각한 모독에 해당될지도 모릅니다
독사는 독을 품는 것이 당연하고 소는
젖을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단지 누구에게 해가 되고 독이 될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

그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고 ㅇ씨는 마구 박수를 치면서 크게 웃었다
나는 ㄱ씨의 독설을 기다렸으나 그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다른 사람이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해서 결국
얼마 후 자리가 끝났다
헤어지면서 ㄱ씨는 다음에 와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는데 별로 반갑지 않다.
그들이 돌아가고 혼자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쟁은 원래 첨예한 것이지만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말들이 너무 많고 뉴스에 며칠이나 도배가 되고 있다
조금만 자제하고 조금 덜 예상하고 조금
더 생각해서, 마음 속으로 거르고 걸러 서 말하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
되련만 , 마치 정신 나간 주인이 마구 흔들어 대는 마리오네뜨들 같다
문득 한 여인을 생각한다
나와 일의 연관도 없으나 그녀의 이름은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녀는 독일인이고 자그마치 총리를 18 년 동안 지냈으며 사임하고 물러가는 길
에 독일인들이 6분 동안이나 박수와 환
호를 보냈다고 한다

그녀를 연호하는 국가적인 어떠한 행사
도 없었으나 길거리에 면한 발코니까지
가득 메운 국민들의 박수 속에 사임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
그녀의 사임 모습은 이 지구상의 어떤
지도자도 연출하지 않은 , 진심의 감사
가 담긴 아름다운 배웅이었다
그녀의 검소, 검박함이나 ,그녀의 모든
잘난 행동을 칭송하고 따라 하라고 말하
지는 않는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이미 너무나 부자들
이고 특권층이기에 말이다
그저 그 직에서 물러날 때 안녕히 가세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고 마음 편히 인사할 수 있는 정치인 을 바라는 것 조차도 요원한 것일까?
뱀도 소도 자기 독을, 자기의 젖과 고기
를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
면 우유가 된다.
너무나 당연한 본성이다
그들은 그들의 본성대로 독과 우유를
만들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지지를 하든지 안 하든지 이것만 명심한다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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