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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1-27 16:49

ㆍIP: 223.xxx.219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의글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32 )

권영심 ( 2021 , 1 , 27 )

사람이 정신을 놓고 마음이 허공에 흩어 지면 비와 꽃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그 때 그 시절엔 비가 오는 날이면 반드 시라고 할 만큼 꽃을 머리에 꽂은 여자 들이 시장통을 활개치고 다녔다
지금은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는데
정신을 놓은 여인들이 그 때 그 시절엔
왜 그렇게 많았을까?
평소에도 시장통엔 그런 여자가 다니긴
했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독 많이
다녔다
그런데 평소에도 많이 웃기는 했지만 비를 맞으면서 그렇게 환히, 그렇게 즐겁게 웃는 얼굴로 다녔다
옷은 허술하고 민망한 모습이기는 했지 만 꽃을 꽂은 여인은 그저 즐거웠다
길 가의 좁은 화단에 아무렇게나 피고 지는 소박한 작은 꽃들이 그녀들의 귓가
와 머리 위에 꽂혀 흔들렸다
시장 상인들은 혀를 차면서도 옷매무새 를 바로 해주기도 하고 먹을 것을 주면
서 지청구를 하기도 했다
그녀들은 또, 아이들은 얼마나 이뻐하는
지 아이만 지나가면 소리를 지르면서
따라 갔다

우는 아이를 마구 껴안기도 해서 아이의
엄마에게 모질게 맞기도 했다
맞으면서도 아이를 안으려는 두 팔이 그렇게 애틋하게 허공에서 흔들렸다
아이를 잃어 넋을 놓아 버리고,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들은 그렇게 허약하게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출몰하는 괴물
이 또 있었으니 바바리맨이다
바바리맨이란 이름은 근래에 붙여진 이름이고 우리들이 그 괴물을 부른 단어
는 한 마디로 미친놈이었다
학교 앞 교문 정문에서 짠! 하고 긴 외투
를 젖히면 거시기가 곤두선, 초라한 하반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학생들은 혼비백산, 비명과 울음을
터트리고 선생님들이 뛰어 나왔을 때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알 수도 없었다
비가 안 오는 날에도 나타나기는 했으나
비가 오는 날은 어김이 없었다

선생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지키고 있으 면 그 모습을 절대 나타내지 않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바로 나타났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전국의 여학교에 바바리맨 괴담이 존재 하니, 대체 그 정신나간 인간들은 얼마 나 많았던 것일까?
지금은 본 적이 없지만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십여년 전, 아침 일찍 성당가는 길
에서 였다
주일엔 아침 7시 경에 집을 나서서 사무장과 함께 성당 마당에 전을 펴야 해서 그렇게 일찍 나갔다
도시 계획에 들어있는 성당은 곧 허물고
다른 곳에 성전을 건축해야 하는 큰일을
앞두고 있어 우리들은 가게를 열어 작은
금액이나마 보태고 있었다
책임자인 나는 누구보다 일찍 나가서
전을 펴야 마음이 편해서 누가 시킨 일 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다

비가 그치긴 했어도 우산을 챙겨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접어 들었는데 왼 쪽의
좁은 길에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냥 갈려고 하는데 남자가 웃더니 갑자기 윗 옷이 젖혀지면서 바지가 내려
가고 거시기가 시컴하게 고개를 처들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려 들고 있던 우산으로 거
시기를 정확하게 내리쳤다
표현할 수 없는 괴성이 골목길을 울려
퍼지고 나는 그 자리에서 112에 신고
하면서 도망가는 뒷 모습을 바라 보았다
경찰차는 곧 도착했고 나는 사건 경위를 말하면서 만약 거시기가 잘못 되면 처벌
받느냐고 물었더니 두 명의 순경은 크게
옷으면서 정당방위라고 했다
그것이 바바리맨을 본, 마지막이다

꽃을 꽂은 여인들은 언제부터 그 모습들 이 사라졌을까?
그런 여인들은 이제 어쩌면 꽃도, 웃음 도 없는 곳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길을 헤메고 다녔어도 그녀들이 사람들에게 해꼬지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배가 부른 채로 나타나서 사람들
을 기겁하게 만들기도 했으나 그녀는
두 팔로 배를 소중하게 감싸며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했다
천형과도 같은 모성만이 남아 있는 그녀
의 모습에 상인들은 혀를 차면서 모진
삶에 한숨을 내쉬었다
뭐니뭐니 해도 지 정신을 잃고 사는 것 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때
그 시절, 어린 나는 시장통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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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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