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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01-15 17:02

ㆍIP: 211.xxx.44

때리지도 말고 맞지도 말아라

#권영심의글
때리지도 말고 맞지도 말아라

권영심 ( 2021 , 1 , 15 )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 드는 행위일까?
이 나이가 될 때 까지 나는 사람을 때리 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하나 있는 아들에게 매를 들지 않았고 동생들을 때린 적도 없다
그것은 아버지의 가르침이기도 했지만
내가 모든 폭력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
하고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학생이었을 때 단체 기합으로 손을 들거 나 발바닥, 손바닥을 맞은 적은 있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단체 기합이었기에 내
가 맞은 것이라고 볼수 없다
살아 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고 위험한 일도 겪었으나 남에게 폭행을 당한 적은
거의 없다
몇 번 되지 않은 , 맞은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내가 당한 폭력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를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서 당한 첫번 째의 폭행은 결 혼한 지 삼 개월이 못 되었을 때 무슨 일 로 남편과 다투었는데 조목 조목 찰지게 따지는 나를 이기지 못한 남편이 분이 차올라서 그만 내 뺨 을 친 것이었다
누군가가 내 뺨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 어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그대 로 집을 나와 버렸다

때는 1월이었고 밤바람은 싸늘했는데 나는 얇은 홈드레스 차림이었다
뺨을 맞았다는 분노와 여러가지 복합적
인 절망감으로 인적이 없는 어두운 골목
을 그냥 마구 헤메면서 걸었다
몇 번 남편의 모습이 보였으나 그 때 마다 숨으며 이대로 죽어서 복수하리라
이를 사려 물었다
참 어이없고 기막힌 나의 유치한 복수극
은 내가 쓰러짐으로 끝이 났다
닷새인가 병원에서 치료 받았는데 저체 온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고 의사는 나를
몹시 나무라며 기막혀 했다
그 후 남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
손을 대지 않았다
두 번 째는 부산에서 하던 가게에서 손
님에게 맞았다
카운터를 건너 앉은 그는 만취한 상태로 와서 처음부터 시비를 걸었고 그 때는 경험이 일천한, 젊은 나이여서 댓거리를 했는데 심한 욕을 계속 하더니 벌떡 일어서서 의자를 내게 집어 던졌다
철제 의자는 내 가슴을 때렸고 그 여파 는 의외로 커서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비명을 질렸다
그때 공교롭게도 남편과 친구들이 가게
에 들어왔고 그는 그야말로 피떡이 되도
록 집단 폭행을 당했다

난장판이 되는 와중에 다른 손님들은 가 버렸고 그는 얼마나 맞았는지 의식을 잃었다
그런 남자를 네 사람이 부축해서 나가더
니 한 참 후에 남편 혼자만 돌아왔다
병원에 입원 시켰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라고 하면서 몇 블럭 아래의 큰 길에 그냥 놔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죽으면 어떡하느냐고 난리치면서 싸움
이 나고, 나는 가게 문을 닫고 남편이
말한 곳으로 뛰어 갔다
만약 사람이 잘못되면? 생전 처음의
공포심에 사로잡혀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 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아도 모른다
고 했다
얼굴에 피가 흐르는 모습이 며칠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으나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간마다 뉴스를 들었으나 그에 관한
뉴스도 없고 경찰들도 아무 말하지 않
았다
가게 건너편이 파출소여서 그 때는 경찰
관들이 편안하게 드나들었다
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일주일 정도 지난 후였는데 오른 팔에 기브스만 했을
뿐, 얼굴도 멀쩡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탄성이 터질 뻔
했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그의 말에 거짓으로 답했다

그는 우리 가게서 맞은 것도 전혀 기억 하지 못 하고 자신을 때린 폭행범들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나는 시치미를 떼고 처음 보는 사람인양
대하면서 그를 돌려 보냈다
무사했으니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면
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 두 번의 일 외엔 맞은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오면서 맞고 때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는데 정말 무서운 폭행은 아니었으 나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울 가게에서 조금 걸으면 체육 공원이 있는데 가끔 새벽에 가서 몇 천 보 씩
걷고 올 때가 있다
지구대가 바로 옆에 있어 안전하고 갖은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어 운동할만한 곳이다
그런데 으슥한 곳은 있기 마련이어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는데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새벽에 술을 마시는 것을
보게 된다
불이 환한 정자 옆이 바로 편의점이고
술과 안주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길을 따라 걷노라면 으슥한 곳을 걷게 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욕설과 함께 퍽 퍽! 철썩, 가만히 들어 보
니 낮은 풀숲 바로 옆 길,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를 때리고 있는 소리였다
길을 돌아서 가 보니 세 사람이 한 사람 을 몰매주고 있었다

내가 보일텐데도 아랑곳없이 욕설과 함께 때려서 -그만 하세요! 신고할 거예
요- 소리 질렀더니 한 남자가 나를 노려
보았다
술 냄새와 함께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세 사람은 폭행을 멈추고 비틀 비틀 정
자 쪽으로 걸어 가고 맞은 남자는 그대 로 있었다
어떤 아줌마가 다가 오더니 항상 있는 일이니 그냥 놔 두라고 하면서 혀를 차고 지나갔다
잠시 후 남자는 비틀 비틀 일어 서더니
그 역시 정자 쪽으로 향했다
한 바퀴 돌고 정자를 지나치다 보니 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항상 있는 일...
맞는 것도 습관이 되고 때리는 것도 습관이 된 모습이었다
이 추운 겨울의 새벽에 때리고 맞는 행위 밖에 할수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기가 막힌다
대체 무슨 권리가 있어 타인을 때리고
그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것일까?
타인을 때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뭔가가
뇌에서 생성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보는 것만 해도 고통인데 ...
왜 때려야 하며 왜 맞아야 하는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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