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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2-30 20:59
ㆍIP: 211.xxx.44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의글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29 )

      권영심 ( 2020 , 12 , 30).

시장 안 , 좁은 골목길의  삼층 건물의 맨 위층에 비밀 딴스홀이 있었다
카바레는 아니고 춤도 가르쳐 주고 추기
도 하는, 뭐 그런 곳인가 보았다
시장 바구니를 옆에 끼고 여자들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면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손가락질을 했다
춤을 추는 것이 왜 그토록 지탄받을 나쁜 짓인지 알수 없었지만 뉴스엔 심심
치 않게 카바레 급습 사건이 실리고, 제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과 원양
어선 선원의 아내의 일탈이란 말들이 떠돌았다
그 때 그 시절엔 그렇게 원양 어선을 타고 먼 곳으로 가서 일 년 이상을 보내
고 오는 우리나라 선원들이 많았다
지금 동남아나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어선에서도 많이 일하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조업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그 때 그 시절 원양어선을 타러 나간 우리의 아버지 오빠들이 바로 외국인
노동자였던 것이다

불과 몇 십 년 전, 그 때 그 시절의 일이다
우리 동네에도 많았는데 잊을만 하면
밤에 난리가 터지고 죽네 사네 싸움이
벌어졌다
실제 대교동에서는 살인 사건이 났었다
고 했다
원양어선을 타고 몇 년이나 고생한 남편
이 집에 와 보니 아이들은 고아원에 가
있고 여자는 춤바람이 나서 제비에게
홀랑 빠져 난가가 되어 있었는데 칼을
품고 찾아 다니던 남편이 아내와 제비를 함께 죽였다고 했다
그 외 별별 이야기들이 다 떠돌았다
원양 어선이 얼마나 고생이 심한 일터인
지 나는 잘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버 지의 이북 친구가 원양 어선 어부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이, 이북에서 결혼한
사람이었고 모든 가족을 남겨 두고 남하 해서 홀로 살았다
원양 어선을 타는 이유는 오로지 이북
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술만 마시면 울면서 말했다

일 년에 한 번 배에서 내리면 아버지를
찾아 왔는데 큰 상자 가득 마른 생선들 과 커다란 가방에 양주며 여러가지를
잔뜩 넣어 와서 우리 집에서 지냈다
모자며 원피스 등 내 선물만 사 와서
엄마는 입을 삐죽였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정말 좋아했다
배에서 말린 오징어와 대구 등, 정말 지금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는 맛 의 마른 생선들을 그 아저씨 덕분에 많이도 먹었다
이십 일 정도 머무르는 동안 아버지와
함께 망향각에도 가고 여러 곳에 다니면
서 놀고 마시고 돈을 물 쓰듯이 썼는데
돈은 또 벌면 된다는 것이었다
다시 배를 타러 갈 때의 시꾸미는 전부 아버지가 마련해 주었는데 일 년 살림이
라면서 그렇게 마음을 다해 장만하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친구를 보내고 한 참을 그리워 하면서 소식을 기다렸다
그는 원양 어선 어부의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했는데 어린 내가 들어도 그 고생
이 얼마나 심한지 느낄 정도였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바쁠 때는
사나흘이나 잠을 못 자서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들고 고개 숙인 채 가만히 있으면 자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너무나 잠이 쏟아져서 그물에 매달 려 졸다가 바다에 빠진 사람도 있는데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아무도 구조하러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몸을 떨었던 기억
이 아직도 선명하다
만약 일 년이 지나도 자기가 안 오면 어느 곳에서 죽었거나 이북으로 갔을 것 이니 그 때는 찾지 말라고 해서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렇게 고생해서 집으로 돈을 송금하면
정말 개미같이 모아 살 길을 마련하는
부인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춤에 빠져
자신과 집안을 절딴내는 여자들도 많았 나 보았다

춤이란 것은 그렇게도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 한다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보기엔 수수한 옷차림이었는데 홀 안에
들어가면 시장바구니 안에 감추었던
옷과 구두로 갈아입고 춤을 춘단다
남편에게 걸려서 신발은 벗겨진 채로
머리채를 잡혀 시장길을 질질 끌려 큰 길로 가는 여자를 직접 본 적도 있다
나는 살아가면서 안 해 보고 안 가본 곳
이 참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캬바레다.
춤은 아주 나쁜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자랐으나, 실은 나는 춤을 너무 좋아하 는 사람이다
어느 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
고 정련된 솜씨로 추어지는 모든 춤을
사랑하지만 내가 직접 추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몇 번 갈 기회가 있기는 했으나 아예 가지 않은 것은 아마도 어릴 때의 인식 이 너무 나빠서였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콜라텍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고 하는데 하필이면 콜라텍일까?
콜라텍에도 제비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스포츠 댄스라는 이름으로 바뀌 어 운동하듯이 배우고 부부가 함께 춤을
추니 참 많이도 변한 세상이다
그 때 그 시절에 제비에게 홀라당 넘어
간 아지매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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