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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2-08 15:44

ㆍIP: 58.xxx.120

애정천제

애정천제

권영심 (2020 , 12 , 8 )

부부 사이의 궁극의 사랑을 표현하는, 마땅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에 연리지와 비익조가 있다
처음엔 따로의 나무였으나 서로 바라 보면서 가지를 뻗고 뿌리가 얽혀 이윽
고 한 몸이 되는 것이 연리지다
비익조라는 새는 서로 한 쪽의 날개 밖에 없어 두 몸이 붙어 날개를 펴야만 창천을 향해 날 수 있는 새를 말한다 부부의 지극한 사랑을 표현한 가장 합당
한 예로 많이 쓰인다
수많은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랑의 예를
보아도 부부간의 순정한 합일의 경지를
말할 때 연리지와 비익조를 덮을 표현을
모르겠다
그런 사랑이 이 현대에도 있을까?
너무나 절절한 사랑의 실제 예를 보았는
데도 그 사랑에서 나는 연리지와 비익조
를 떠올리지 않는다
며칠 전 모임이 끝나고 두 사람이 우리
가게로 와서 2차를 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황혼 이혼의
격랑을 맞이해서 사투 중이었는데 그 중
ㅇ씨의 경우는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었다

그토록 힘든 고비를 함께 보내고 아이 둘을 낳자 겨우 시부모가 얼굴을 볼 만큼 편안해지고 행복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얼음에 금이 가듯
갈라지고 또 언제부턴가 그 얼음 갈라
지는 소리가 귀에 울리고... 예순을 바라
보는 나이에 헤어져야만 살겠다고 한다
사랑이 무슨 아랑곳인가?
부부가 함께 살기 위해 그토록 애쓴 것 이 이제 와서는 서로에게 끔찍한 기억이 되는 조화는 시간의 심술인가?
같은 공간에 있지도 못할 만큼, 한 공간
에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하
니 진정 헤어져야 하겠다
나는 그에게 애정천제라는 영화를 단
한 번만 보기를 권했다
그는 영화 제목조차도 몰랐다
인터넷을 바로 뒤져서 한 참을 보더니
미친 놈! 한 마디 일갈하고 일어서 가
버렸다
그의 미친놈이란 한 마디에 복잡한 심경
이 그대로 들어있음을 알수 있겠다
지금의 아내를 위해 한 때 가족은 물론 부모까지도 버렸던 그는 애정천재의
주인공에게서 그 때의 자신을 얼핏 발견
했을 것이다

애정천재는 실화이고 주인공은 유국강
과 서조청이며, 중국 중경 중산진의
오지인 상락촌에서 이 전설은 시작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유국강이 6세 , 서조청이 19세의 새색시로 시집가는
꽃가마 앞에서였다
당시 그 마을엔 시집 가는 새색시가 아이의 치아가 빠진 곳을 만져 주면 새 로운 이가 빨리 자란다는 믿음이 있었
단다
6세의 유국강은 새색시가 탄 빨간 가마 를 발견하고 뛰어가서 가마를 가로막고
입을 벌렸다
19세의 새색시는 가마 앞에 드리운
휘장을 걷고 손을 내밀어 아이의 앞니 가 빠진 자리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 순간 어린 유국강은 머리에 천둥이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자신도 모르게
새색시의 손가락을 깨물고 말았다
어린 소년의 영혼에 19세의 서조청이
깊게 각인되어 버린 것이다
세월은 흘러 유국강은 누구보다 건장하
고 단단한 청년으로 성장해서 많은 중매
가 들어 왔으나 모두 거절했다
이미 남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넷이나 낳은 서조청을 향한 마음이 세월과 함께
더 깊어진 채 아무에게도 장가들지 않겠
다고 스스로 맹세했다

그러나 운명은 서조청을 과부로 만들었
고 십 년 만에 남편을 잃은 그녀는 시댁
에서 모진 학대를 받으며 많은 식구들을
홀로 책임져야 했다
바느질과 짚신 삼는 것으로 입에 풀칠을
겨우 하면서 고통속에서 살아가던 서조
청은 어느날 아이를 업고 장에 가다가 강물에 빠졌고 그녀를 건진 사람은 바로
유국강이었다
그 뒤 부터 유국강은 마을 사람들의 온갖 비난과 질시 속에서도 서조청을 도와 온갖 궂은 일을 다 해주었다
서조청이 아무리 거부해도 이미 그녀를
위해 죽겠다고 마음 먹은 유국강은 어떤
멸시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나는 평생 당신을 지키고 돌보겠습니다
유국강은 그렇게 서조청에게 마음을 고
백했고 두 사람은 1956년 8월 새벽,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마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마을의 어떤 누구도 그 후 유국강과 서조청을 만나지 못 했다
유국강은 서조청과 아이들을 데리고
1500미터가 넘는, 높은 심산으로 갔고
6세 때의 사랑을 완성했다
아이도 넷을 낳아 열 명의 대가족이었으
나 양봉과 화전을 하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유국강은 나이가 좀 들자 산을 오르내리 는 것에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절벽 전체에 계단을 만들 것을 결심, 50년에 걸쳐 6208개의 계단을 완성 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20자루의
삽과 40자루의 징과 끌을 없애면서
오로지 두 손으로 만든 계단은 말 그대 로 애정천제였다
애전천재가 알려진 것은 것은 2001년 추석 무렵 중경의 민간원시림 탐험대가
사면산을 탐사하다가 인공 계단을 발견
한 때문이었다
이 놀라운 사랑은 곧 중국 전역에 알려 졌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서 애정천제
에 올라 현대의 사랑의 기적을 보았다
유국강이 먼저 죽고 서조청은 남편과
살던 집을 지키며 살다가 2012년에
사랑하는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남편이 만든 계단
은 중국의 영원한 전설이 되고 유국강과
서조청은 불멸의 사람이 되었다
사랑함으로, 그 사랑함을 지키고 끝까지
부부의 언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침으로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부부간의 의리와 절개와
사랑이 그저 옛말이다 해서는 안된다
6208개의 계단을 누구나 만들수는 없어도 부부의 사랑은 지킬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지키려는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마음으로 애정천
제를 만들 수 있다
신뢰와 애정으로 서로를 향해 만드는 계
단이 없기에 사랑이 식으면 바로 절벽에
서 추락해 버린다
연리지와 비익조, 그리고 애정천제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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