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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1-18 17:29

ㆍIP: 223.xxx.124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권영심의글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 10 )

권영심 ( 2020 , 11 , 17 )

연탄 이야기는 쓰려고 들면 많고도 많다
남동생과 얽힌 이야기만 해도 책 한 권은 쓸 정도다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아니 시골
에서 살아도 쥐에게 물려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건데 나는 남동생 때문에 쥐에게
물렸다
그 날은 바람도 맵찬 12월의 어느 날 오후였고 아마 토요일이었지 싶다
일찍 하교하고 가게로 갔는데 엄마가
부엌의 연탄을 갈아 달라고 했다
그 때는 가게와 살림집이 떨어져 있던 때 였고 뛰어서 일 분 거리였다
가방을 방에 갖다 두고 부엌으로 갔는데
뒤따라 들어온 남동생이 밥을 비벼 달라 고 했다
그런데 남은 밥이 없었고 나는 밥이 없으니 엄마에게 가서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동생은 막무가내였고 무조건
밥을 내놓으라 떼를 쓰면서 계속 가시나
야, 문디 가시나야 그랬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머리통을 한 대 쥐어 박고 등을 꼬집고 집게를 들고 부
엌을 나왔다
남동생의 울음소리와 욕이 뒤이어 들렸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 때의 탄 광은 집 대문을 들어와서 지하로 다섯 계단을 내려가는 곳에 있었
고 좀 무거운 문을 열면 다시 계단이
세 개인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서쪽으로 지는 햇살이 광 안 쪽
까지 들어와 연탄 두 개 정도는 실수 없이 꺼낼 수 있었다
나는 문을 완전히 열어 고정해 두고 탄 광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 연탄을 쌓아
둔 곳으로 갔다
그 순간 탕! 큰 소리가 나더니 탄 광 안 은 순식간에 암흑 천지가 되어 버렸다
그 때 벌써 심한 근시였던 나는 갑자기
어두워지면 순간적으로 눈 앞으로 심한
회오리같은 것을 느끼면서 귀에서 이명
까지 울린다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문 열라고 소리 질렀다
문이 닫히기 전 남동생의 개구진 웃음 소리가 들렸다가 문 소리와 함께 사라졌
으니 그 아이의 짓이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나는 꼼짝않
고 앉아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캄캄한 가운데 오직 한 곳으로 희미하게
빛이 들어 왔는데 벽돌 두 개만 하게 만
들어진 환풍구랄까 그런 것이 문의 반대
쪽 벽에 있었다
나는 집게를 지팡이 삼아 더듬거리며
문 쪽으로 걸어가서 계단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문에 달린 고리를 잡고 아무리 밀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주먹으로 집게로 문을 내리치면서
소리소리 질렀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문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졌고 나는
말할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숨이 막혀
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런 고통스런 경험은 그 때
가 처음이고 내가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기절하는 것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나는 기절했었나 보았다
정신이 든 것은 손등의 너무나 기분 나쁜 느낌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 때문
이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그
것의 울음소리가 내 온 몸의 세포를 깨우고 비명지르게 했다

이미 광 안은 완전히 어두웠고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손에 잡히는 연탄을 마구
던지며 난리 부르스를 추었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쥐가 너무나 싫고
무서웠고 그 쥐가 나를 깨물었다는 사실
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아마 그 때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적 처럼 문이 열렸고 -마리야
여기 있네?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아부지, 쥐가 내
손등을 물었어! 악악거리는 나를 꼭 끌어 안고 아버지는 등을 두드렸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랜턴의 불빛이 어지
러웠고 나는 반 실신 상태에서 아버지
에게 안겨 밖으로 구조되었다
그 날 권씨네 아들과 딸은 함께 병원에
입원했다
노기탱천한 아버지가 남동생을 죽일
뻔 했고 다리가 부러진 아이는 깁스까지
했다

남동생은 나를 광에 가둬 놓은 것을 까
먹고 놀았고 아버지가 외출에서 돌아온
후 집으로 온 엄마는 싸늘한 아궁이를
보고 나를 찾았으나 내가 아무데도 없었
단다
그 사이에 다른 집에서 연탄을 가지러
광에 왔으나 어쩐 일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결국 내가 없어진 것을 아버지도 알게
되었고 시장이 뒤집어질 정도로 소동이
벌어지자 무서워서 입을 못 열던 남동
생이 엄마에게 실토한 것이다
나는 그 일로 목에서 피까지 났고 쥐에 게 물렸기 때문에 패혈증인가 뭔가 검사
하는 등 병원에 제법 있었다
목이 너무나 아파서 말도 할수없었고
눈만 감으면 쥐 울음소리고 들리고 손등
에 통증이 왔다
잠도 못 자고 비명을 지르며 허덕이는
나를 아버지가 몇 날 며칠을 껴안고 살면서 토닥이고 먹이고 업어서 재웠다
내 상태가 너무나 심각했기에 엄마도
남동생을 심하게 혼을 냈고 두 번 다시 는 연탄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겨울 방학 내내 나는 누워서 보냈고 실어증에 걸린 사람 처럼 말을 하지 못
했다.

그 때 그 시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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