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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26 19:49
ㆍIP: 223.xxx.77
코로나 확진 빙자 무전취식 상습범
코로나 확진 빙자 무전취식 상습범

          권영심  ( 2020 , 10 , 26 )

오늘 새벽에 가게에 119구급대와 경찰이 출동했다
전신을 하얀색 방호복으로 감싼 대원 들을 본 것도 처음이었고 두려움이 질리
는 감정을 느낀 것도 참 오래간만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밤 11시 30분경 멀쩡한
오십 대의 남자가 혼자 와서 술과 안주
를 청했다
안주를 두개나 시키면서 곧 친구가 온다 고 말하면서 기본 안주들을 잘 먹었다
두부김치를 내고 두 번 째 안주를 냈을
때는 거의 빈 접시만 남아 속으로 깜짝
놀랐다
온다던 친구는 오지 않고 두 번 째 안주 도 반 쯤 먹기까지 술은 딱 두 잔 마셨다
그러더니 팔짱을 낀 채로 잠을 자는 것
이었다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놔 두고 이것 저것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이 기침을 마구 하면서 몸을 뒤틀었다
나는 그 때 부터 마스크를 썼는데 남자 는 그 후 세 시간 동안 깨고 기침하기를
서너번 반복했다

새벽 두 시가 되자 나는 좀 거세게 그를
깨웠는데 또 마구 기침을 해대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기침하면 안된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말했더니 눈을 감은 채로 한다는
말이 코로나니까 신고해라 였다
그 때 부터 나는 요즘 말로 멘붕 상태였
고 가슴이 조여 왔다
일단 112에 신고를 하고 내용을 말했더
니 바로 출동한다고 했다
나는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진짜 코로나 환자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가 격리
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어지
러웠다
경찰보다 먼저 온 것은 구급차였고
새하얀 우주인 같은 세 사람이 급히 가게로 들어왔다
그 뒤로 경찰차도 도착했다

나는 대원들에게 전후 사정을 그대로
말했고 그들은 남자에게로 가서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는가를 물었다
남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대원
한 명이 먼저 체온을 측정했다
정상이라고 말하면서 두 번 더 체온을
잰 뒤 이상 없다고 하면서 구급차는 돌아가고 경찰만 남았다
왜 확진 환자라고 해서 이 소동을 일으 켰냐고 묻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노라
고 잡아 떼는 것이 아닌가?
경찰이 이것 저것을 물었으나 다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으면서 계산도 못
하고 나가지도 않겠노라고 했다
다 먹지 않았으니 끝까지 다 먹고 간다
는 말에 돈 안 받을테니 나가 달라고
했다
댁이 코로나 확진 환자가 아닌 것만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총알같이 일어나 옷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경찰관 한 명이 씁쓸하게 웃으며 아마도
상습범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들 돌아가고 빈 가게에 앉아 기운이
쭉 빠진 채로 앉아 멍하니 있으면서 내가 스스로 우스워서 픽 하고 웃고
말았다
진정으로 그 남자가 코로나 확진 환자가
아닌 것만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마우니 정말 코로나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나는 만성 질환이 있기에 다른 사람보다
더 코비드가 무섭고 만약 그 남자가 정말 확진자였다면 감염 여부가 판단 될
때 까지  자가 격리를 당해야 했을 것이니 그 일을 또 어찌 하랴?
하나의 현상이 생기면 그에 따른 별별
이상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
의 순환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코비드와 같은 전무 후무한 병리 현상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이라면 모두 삼가고 나를 위해, 타인을 위해 말 조차도 조심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코비드를 이용해서 무전취식
을 하다니 참 어이없다 못해 슬퍼진다
코비드가 발생한 후 일부 악질적인 유투
버들이 해괴한 거짓 방송을 날조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었다
방송을 통해 그 모습을 보았을 때의 혐오감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 다른 곳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있었기에 경찰관들도 그런 말을 했겠지 만 지금 생각하니 내 처신이 잘못 되었
지 싶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음식 대금도 요구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나는 그 남자가 코비드 확진자가
아닌 것만 감지덕지해서 그냥 보냈다
그 남자는 이와 유사한 짓들을 다른 가게에서 했었고 그것이 먹혔기에 계속
하고 또 다른 가게에서 할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은 코비드 확진자라고 속여
허위 신고를 하게 만든 것은 법의 처벌 을 받지 않는 걸까?
그 남자가 그냥 가도 경찰의 제지가 없
었으니 그런 처벌은 아마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일로 출동해서
허탕을 치는 구급대원들과 경찰력의
손실은 대체 무엇으로 메꾼단 말인가?
크고 작은 가게를 가릴 것 없이 업주들 은 그런 손님이 있으면 신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무시하고 신고를 하지 않아 코비드
의 확산이 되는 계기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코비드의 감염으로
우리들은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고 지치고 말할 수 없이 힘들다
그런 소상공인들을 이런 식으로 괴로움
을 더 하게 만드는 이상병리자들을
원망할 힘도 없다
제발 코비드가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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