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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25 18:20

ㆍIP: 223.xxx.77

대구 SOS 마을의 어머니 ( 1 )

대구 SOS 어린이 마을의 어머니 ( 2 )

권영심( 2020 , 10 ,25 )

내가 대구의 이 마을을 알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 정기적으로 다녔는데 볼일을 마치면 아버지는 그
곳에 가끔 갔다
가기 전에 시장에 들러 상당량의 내복 이며 양말 등을 사서 택시에 싣고 가서
어떤 아줌마들에게 주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집이 참 이국적이고 예쁜 것으로 기억
하고 있다
아버지는 두어 시간 동안 아이들과 놀아
주고 뭔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녁에
내 손을 잡고 그 곳을 떠났다
기차 안에서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아줌마가 누구냐는 내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어머니라
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어머니가 있는 집, 그 곳이 바로 대구 SOS 어머니 마을 이다.
몇 번이나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곳이 고아들을 위한 집이었고 그 아이들이 고아란 사실을 훗날 알게 되면
서 많이 놀랐다

그 아이들은 고아같은 모습이 아니었고 우리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었다
영도에도 고아원이 있었고 같은 반 친구 였던 아이와 그 곳에 가 보기도 했는데 정말 싫고 음침한 곳이었다
그러나 대구의 그 곳은 전혀 고아원이 아니었다
그런 곳도 있을 수 있었다
그 후 오랜 동안 잊고 있었는데 인천에
와서 성당에 다니면서 여러 수녀님을
만나고 그 중의 한 수녀님을 통해 다시
그 곳을 알게 되었다
고아가 되거나 기아가 되거나 그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아이의 잘못은 조금도
없지만 그 고통은 고스란히 그 아이의
몫이다
그런 아이들을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보듬어 안아 키울 수 있는지 모범을 보여주는 곳이 나는 대구
SOS 어린이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이 마을은 원래 고아원으로 시작한 곳이
아니었고, 1960년 하 마리아라는 여인
이 넝마주이나 거리의 부랑아 20명을
모아 근로 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단체
생활을 하게 된 것이 시초였다

불행한 일로 혼자가 된 아이들을 가정의
품과 같은 곳에서 양육하면서 고아라는
굴레를 버리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할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어린이 마을을 만든
것은 원래 한국이 시작이 아니었다
창설자는 헤르만 그마이너로 1949년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비정부 국제
개발 기구이다
한국은 1963년 비유럽권 최초로 대구
에 개설되었으며 2020년 현재, 전국에
15개의 어린이 복지 시설이 있다
하 마리아가 초대 원장이었고 몇 번 씩이나 최고의 어린이 복지 시설에 선정
될 만큼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정과 같은 집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길에 의해 먹고 씻고 공부하
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여인들이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
이 아니라 양육한다는 것이다
같은 뜻인 것 같으나 보육과 양육은 전혀 다르다고 할수있다
가여운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사명감 을 가지고 일생을 보육 사업에 바치는
많은 여성들이 있었다
천상의 숨결을 지닌 그런 사람들로 인해
혼자가 된 많은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
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보육으로 끝났을 때, 아이들이
평생 가지게 되는 공허함은 살아 가면서
그 무엇으로도 메꾸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 공허함을 어머니의 사랑과 정으로
채우고 가정을 느끼며 성장한다면 설령
작은 결핍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보육원에서의 삶과는 질이 다른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세한 것은 모르고 또 알기가 쉽지 않
지만 그렇게 평생 처녀의 몸으로, 가슴 으로 낳은 아이들을 키우고 힘이 소진
해서 은퇴한 어머니들은 말따의 집이라
는 곳에 모여서 기도와 봉사로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어떤 마음을 가졌기에 그런 생을 살수
있는 것일까?
주님과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 평생 순결
하게 사는 이들은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
이 그렇게 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의 아이들을 눈물과 기도와
사랑으로 키우면서 이 생을 보내는 처녀 어머니들을 새삼 생각한 것은 며칠 전 뉴스를 보면서였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창문으로 던져서
죽게 하는 어머니가 있는 이 세상에서
남이 낳은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

그리하여 세상은 경이로운 것인가?
냉혹한 버림이 있고, 그 버림을 가슴 으로 받아 안아 사랑으로 보살피는 손길 이 있으니 신은 이 세상을 버릴 수 없는
것일까?
대구에서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황혼 때였고 나는 그 색깔이 너무 예뻐
서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아버지는 그
때 혼잣말 처럼 말하곤 했다
- 노을 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기야, 사람은 다 죽는 거인데 죽을
때 저 노을 처럼 예쁘면 얼마나 좋갔네,
살아 가면서 소도 보고, 꽃도 보고, 때로
는 도둑도 만나고, 다쳐서 피 흘리기도
해서리 더러운 모습일 때가 와 없갔네?
그런 모습으로 땅에 뒹굴고 살더라도
노을이 질 때가 되믄 깨끗하고 아름다워
야 하는 거이야,
왜냐하믄 집으로 가는 거이니까니 -
노을이 질 때는 집으로 가는 것,
그 집이 어디인지 이제는 알겠다
SOS 어린이 마을의 어머니들의 노을의
빛은 얼마나 눈부시게 빛나며 아름다울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 온다
어떤 말을 해도 자식을 버리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 하고 그 어떤 미사 여구로 칭찬해도 그 어머니들에 대한 칭송에 미치지 못 한다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신의 보호와 사랑
이 아니고 오로지 같은 인간의 연민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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