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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권영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0-10-21 18:00
ㆍIP: 223.xxx.50
어머니...아, 어머니
#권영심의글
어머니, 아...어머니  

         권영심      ( 2020 , 10 , 21 )

같은 권가로 먼 일가가 되는 그는 나이 가 칠순을 지났다
옛날로 치면 상노인이다
그러나 요즘은 칠순이어도 예전의 오십
대 못지 않은 체력과 건강을 지니고 젊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노인이라고 부르기에 실례되는 어르신
들이 많지만 그는 누가 봐도 칠순으로
볼 만큼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에겐 망백을 지나 상수를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는데 연세가 높을 뿐,놀라운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와 대화를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다
이 어머니와 아들은 요즘 말로 셋뚜, 셋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늙은 아들은 더 늙은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어디든
지 가서 보여주고 먹고 오랜 산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 가게도 몇 번 와서 약간의 음식을
대접하는데 얼마나 말치레가 고운지
볼 때 마다 어떤 감동을 느낀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아들은 마치 만담을
하듯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있다

어머니는 아들을 보고 항상 부족하고 못난 아들이라 말하고 칠순이 넘어 그런
말을 들으며 아들은 예예, 제가 못났습
니다 하면서 웃는다
두 모자 사이에 오가는 그 질기고 단단 한 애정의 모양이 마치 그려지듯이 보이 면서 내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머니의 작고 여윈 체구와 맑은 빛의 얼굴은 언제나 웃음이 있으니 아들의 효도가 이 노쇠한 어머니를 지키는 힘인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를 홀로 있게 놔 두지 않고 할수
있는 한 같이 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식을 이 시대에 쉽게 볼 수 있을까?
효가 무슨 말인지, 어떤 것이 효인지
모르게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나는 효의
원형을 직접 보고 있는 것이다
효는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밥상에서 조금 더 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먼저 들게 하고 잠자리를 봐 주고 외출할 때 가는 곳을 알려 주고 돌아올 때 문안하며 만나고 했던 일을
알려주며 때로 걱정을 듣는 것,
그런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에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효다

그러나 요즘 자식들에게 너무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 바로 그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배우자도 귀찮고 아이도 낳기 싫은, 요즘 대부분의 젊은이들과 가족이 있어
도 혼자이기 일쑤인 가장들이 부모님과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은 너무나 고역스런 일이 된다
옆에 있는 것 조차 거북살스러워 필요한
일만 마치면 바로 도망가기 바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어르신들
이 혼자 산다
배우자가 있어 함께 할수있는 것은 행운
이지만 그래도 필연적으로 혼자가 된다
자식들이 돌보면서 함께 사는 경우는
티비에도 나올 만큼 드물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영원히 혼자
살아도 잘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생존해 있는,
칠순 이상의 어르신들은 혼자라는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는 세대다
고아가 아닌 이상 혼자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 조부모를 비롯한 많은 형제,
친척들이 있었고 이십대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시집 장가 보내면
서 당연히 자식과 살게될 것을 믿은 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노후 대책도 없이 대부분
혼자가 되어 병들면 요양원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젊은 시절에 객사라고 배운 죽음을 자신
들이 당하면서 생을 마치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생이 앞에 놓여져 있다
그런 생에, 옆에서 손 잡아 주고 말 걸어
주고 서로 지청구 하면서 토닥투닥 싸움
도 하고 삐치기도 하면서 , 얼굴 곱게
씻겨 외출도 함께 해 주는 자식이 있다
면 황홀하도록 기쁘겠다
이미 어두워진 강변에 닿아 건너갈 일만
남았을 때 그 강변을 밝혀줄 등불이 될
자식이 옆에 있는 부모는 빛이 난다
효는 그런 것이다
부모의 여밈을 어둡고 춥게 하지 않고
밝고 따스하게 해주는 것,
내 살을 베어 먹여 병을 낫게 하고 한 겨울에 연못의 얼음을 깨어 잉어를 잡아
고아서 먹이고, 시묘살이를 하는 출천대효는 이 시대에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함께 해 주는 것...
나 먹는 밥 같이 먹고 내가 자는 집에서
같이 자고 말 나누는 그 일이 이시대의
출천대효다
점점 왜소해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그
의 눈빛은 언제나 젖어 있는듯이 보인다
그는 잘나지도 않았고 사회적 명사도
아니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큰 효자이다
그래서 언제나 그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아들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하는 그 모습이 내게는 그렇게도 눈부시게 빛나
보인다
오늘도 울 가게에 반 시각 정도 있다가
가면서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여서 한 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호강하려고 자식을 낳으랴?
그것이 그저 삶이기에 낳고 기르고 사랑
하고 빈 껍질로 사라져도 아무 원망하지
않지만, 그래도 주름진 손을 따숩게 잡아 주는 자식의 손이 있어
저렇듯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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