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채영제
ㆍ작성일	2014-08-15 18:42

ㆍIP: 1.xxx.252

(산문) 아버지의 애창곡에 대한 기억(해방가)

아버지의 애창곡에 대한 기억(해방가)

어둡고 괴로워라 / 밤이 길더니 / 이 강산 삼천리에 / 먼동이 텄다.

동무야 자리차고 / 일어나거라 / 산 너머 바다건너 / 태평양 건너

아아 자유의 / 자유의 종이 울린다.

이 노래는 나의 아버지가 즐겨 부르셨던 노래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아버지의 18번은 아니지만, 여름 장마철에 창대와 같은 비가 내려 온 사방이 빗소리로만 밖에 없을 때면 꼭 이 노래를 부르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어린 생각에도 아버지가 1.4. 후퇴 때 이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아버지의 심경을 헤아려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린 우리 형제들이 그 노래를 대충 익혀서 흥얼거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깜짝 놀라면서 “절대로 어데 가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시키셨다.

우리는 그냥 영문도 모르는 채 “ 아, 절대로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도 있구나..... ! ” 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차츰 나이가 듦에 따라 도대체 그 노래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 가기만 하였던 것이다.

가사의 내용은 “ 미국이 태평양 건너에서 자유의 종을 울려주니 우리는 빨리 자리를 차고 일어나라.”라는 지극히 좋고 애국적인 노래인데도 말이다.

최근 나는 이 노래가 불현듯 생각나서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을 하여 보았더니 제목은 “해방가(解放歌)” 또는 “독립행진곡(獨立行進曲)”으로 되어 있고 작곡자에는 김성태, 작사자는 박태원으로 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노래는 우리나라가 일제(日帝)로부터 해방이 된 직후인 1945년에 당시 친일파(親日派)라고 손가락질을 받던 작곡가 김성태가 곡을 썼고 작사는 6.25. 동란 중에 월북한 소설가 박태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노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해도 남과 북에서도 모두 한때 금지된 노래였으므로 그렇게 아버지가 정색을 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인 20대 초반 청년기에 고향에서 당시 풍습대로 일찍 결혼을 하셨다.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대동아전쟁 (大東亞戰爭)에 한반도의 조선인들을 끌고 가기 위해서 징용제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그런 정보를 미리 입수한 막내 할아버지가 서둘러 집안의 장조카인 아버지를 일본으로 피신 시키신 것이다.

당시 막내 할아버지는 고향에서 순사(巡査)를 하셨는데 경찰 직무상으로 그런 고급 정보를 빠르게 아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그렇게 일본 땅에서 십 수 년을 사시다가 해방이 되기 수년 전에 막내할아버지가 퇴직을 하고 황해도에서 토건업을 하시자 다시 귀국을 하여 황해도 땅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작은 할아버지를 도우며 황해도 땅에 정착을 하자 가까운 일가친척들이 모두 올라와 살게 되었는데 해방이 되자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대국들이 마음대로 그어놓은 3.8선에 따라 남과 북으로 갈리게 되었다.

남쪽은 미군정의 관할 하에 들어가고 북쪽은 소련이 점령하여 공산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고 다시 수년 후에는 6.25. 동란이 터진 것이다.

아버지는 전쟁 중, 공산치하에서 사는 동안 그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명을 철저히 경시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어 이남으로 탈출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멀리 떨어진 동생네 집에 계셨으므로 미처 모시지도 못하고 당신의 가족과 막냇동생의 가족들만을 데리고 황해도 진남포시 맞은편 바다에 있는 초도(椒島)라는 섬으로 건너와서 후퇴하는 군함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군함은 예정대로 오지를 않고 십여 일 간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던 중 집에서 가지고 온 식량이 다 떨어져 며칠을 굶주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큰어머니는 용기를 내어서 어린 막내딸을 등에 업고 작은집 큰누나를 데리고 “전마선”이라는 소형 배를 타고 육지 집으로 나갔다.

그러나 며칠 후 미군의 군함이 초도로 와서 그곳에 대기 중이던 수많은 피란민을 태울 때까지 끝내 큰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하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으므로 당시 11살 먹은 어린 딸 (큰누나)과 작은집 식구들만 데리고 전북 군산을 거쳐 부산까지 피난을 오시게 되었다.

아버지는 우리가 다 클 때까지도 큰어머니가 반드시 피란을 왔을 것이라 믿고 계셨던 것 같았다.

그 후 아버지는 우리 엄마를 만나 귀한 아들들을 낳고 새 가정을 꾸렸지만 못 내도 이북에 두고 온 큰어머니를 잊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이북에서 반동분자 가족이라고 낙인이 찍혔으므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면서 은밀히 그 노래를 부르며 미군의 군함을 기다리고 있었을 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 미군 군함에 승선하므로 인하여 부인과 안타까운 이별이 있게 된 것이다.

아, 며칠 후이면 휴전의 그 날이 다가온다.

1세대 탈북자인 아버지는 사십여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까지 누나가 살아서 그렇게 헤어진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누나의 나이가 벌써 칠십 넷이니 만약에 큰어머니가 살아 계신다고 한다면 백세가 넘으셨을 것이다.

연령적으로 보았을 때, 누나와 큰어머니 간의 기가 막힌 모녀 상봉은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북에 생존해 있을지도 모를 작은누나와 일가친척들의 소식이라도 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늙은 우리 누나가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라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

아, 그런 날이 우리 누나가 살아있을 동안에 조금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주응규

2014-08-16 14:22

채영제 시인님께서 곱게 내리신 글 마음에 담아봅니다
기온차가 심한 요즘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계절에
아름다운 시향 가득피우십시요 늘 행운이 함께하십시요^^


채영제	늘 감사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건강 조심하십시오.	8/18 20:04

정찬열

2014-08-16 22:23

채영재 시인님께도 그 아픈
기억과 현실이 있었군요
하루빨리 남북이 통일이 되고
아니 서로 떨어저 생사도 모르는
한핏줄이 상봉할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라도 계속 되어야 할텐데
뜻깊은 글향에 숙연해집니다.
늘 편안하시고 즐거운날되세요


채영제	선생님,시대의 아픔을 같이 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채찍비가 내리는 날, 강녕하십시오.	8/18 20:07

장용순

2014-08-17 18:43

채영제 시인님의 아픈 사연
가슴에 담아갑니다.
하루 빨리 통일의 날이 와야 될 텐데..


채영제	장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고르지 않는 일기에 강녕하시길 빕니다.	8/18 20:08

조양상

2014-08-17 19:52

채영제 수필가님!

제 부친은 막걸리 한잔 걸치시면
황성옛터를 그리도 구슬프게 부르셨는데

지금쯤 고향집 트락에는 방초만 무성하겠지요?

아름다운 계절 풍성한 가을 맞이하세요!


채영제	회장님, 아직 등단도 하지 않았는데 수필가란 호칭이 좀 거시기 합니다. 감사합니다.	8/18 20:05

한영택

2014-08-18 07:13

채영제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버지 애창곡에 얽힌 사연
꼼꼼히 잘 읽어보고 갑니다.
밤새 쉬지 않고 비가 내렸습니다.
촉촉이 대지를 적시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어요.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아침을 열어 봅니다.
황금연휴 잘 보내고 또 다시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출발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채영제	한 선생님,아직 등단도 핮 않았는데, 작가라고 불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고르지 않는 일기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8/18 20:06

(산문) 나의 군대 생활과 레드 콤플렉스

늙은 풍금은 외롭지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