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채영제
ㆍ작성일	2015-02-02 00:07

ㆍIP: 110.xxx.252

(산문) 불쌍한 파월 장병 부부에 대한 이야기

불쌍한 파월 장병 부부에 대한 이야기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밖으로 나오던 중, 문득 그 옛날의 불쌍한 파월 장병 부부 한 쌍이 떠올랐다.

1965년경이나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술집 여급을 하는 20대 후반의 아리따운 여자 한명이 이사를 와서 친구 똘이네 집에 세 들었다.

똘이의 말에 의하면, 그 여인의 남편은 월남에 지원해 갔는데 매월 많은 돈과 월남의 진귀한 풍경이 담긴 그림엽서도 보내온다고 하였다.

그 여인은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가 같은 동네 공장에서 일을 하는 총각과 눈이 맞아 동거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남자는 더 멋진 미래를 설계하기 위하여 월남에 지원해 갔다.

그는 자기의 목숨을 담보로 매월 지급되는 봉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집으로 보내며 제대 후에 있을 핑크빛 허니문 꿈을 틀림없이 꾸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여인이 이사를 오고 난 약 1년쯤 후에 그 여인의 집에 엄청난 불행이 닥쳐온 것을 알게 되었다.

월남에 간 그 남자가 식물인간의 상태로 송환선을 타고 한국에 왔던 것이다.

그는 밀림에서 작전 중, 베트콩이 던진 수류탄이 터지는 바람에 온 만신이 갈가리 찢겨져 겨우 숨만 뛰고 있을 뿐 시체나 다름없이 육군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 술집 여급은 날이면 날마다 직장에 출근도 하지 않고 술에 취하여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목소리로 울부짖었고 온 동네 어른들은 자기 집의 불행처럼 그 여인과 같이 슬퍼하고 위로를 해주었다.

그 부부는 똑 같이 이 세상에 피붙이 하나 없는 천애고아였고 그 뒤를 돌봐 줄 어떤 사람도 없었으니 그 뒤치다꺼리는 전부 동네사람들의 몫이었다.

그 여자는 남자의 치료비로 그간 저축한 돈 전부를 소진하게 되었을 때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국가를 위해 파병되었다가 상해를 입은 그가 왜 자비로 치료를 받았는지 아리송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여자는, 낮에는 집에서 남자의 간호에만 전념하고 밤이면 시내에 있는 통술집에 나가 여급으로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갔다.

그 시절에는 공장도 제대로 없었으므로 얼굴이 반반한 젊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술집에서 일하는 접대부 일밖엔 없었을 때였다.

그녀 같은 여급들은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윤락행위까지 하여야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관비를 아끼기 위하여 남성들을 자기의 남편이 누워있는 단칸방에 데리고 와서 몸을 파는 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홀연히 정신이 돌아와 있을 때 그 여자가 또 외간남자를 데리고 와서 몸을 팔 때였다.

그 남자는 자기 여자와 다른 남자가 자기를 침상 위에 눕혀놓고 서슴없이 그 짓을 하는 것을 보고는 그만 눈알이 돌아버려서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그 남녀는 죽은 듯 누워있던 사람이 갑자기 눈알을 부라리며 고함을 치자 술 취한 남자는 그만 놀라서 도망을 가고, 여자는 벌거숭이가 된 채로 눈이 휘 둥그레져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한밤중의 소란에 이웃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그 여자에 대한 평가도 구구각색이었다.

어떤 사람은 " 몹쓸 화냥년 "이라고 욕설을 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혀를 껄껄 차며 그렇게밖에 살아갈 수 없는 형편을 동정하고 있었다.

술 취한 그 여자는 벌거벗은 상태로 망연자실해 있다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이 새끼야, 그냥 월남에서 콱 죽고나 말지, 왜 살아 돌아와서 내를 이 고생을 시키나. 빨리 죽어라. 죽어…….
으흐흥 으흐흥!"

그 며칠 후, 그 젊은 부부는 우리 동네에서 야반도주하듯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여자가 동네사람들에게 자기 나체를 보인 수치감에서 도망을 갔다고 킥킥거리며 쑥덕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는 그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들 뇌리에서 차츰 잊히게 되었다.

아무도 그 부부의 불행한 일에 대하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주응규

2015-02-04 08:55

채영제 시인님 곱게 지피신 고운 글향에 머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동장군의 서슬 퍼렇던 칼바람이 이제 한풀 꺾인다는
오늘이 입춘이네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 (建陽多慶)
입춘대길하시고 만복이 가정에 깃드시길 소망합니다.


채영제	시인님.감사합니다. 마지막 추위가 머물 동안 몸 건강하시기 빕니다.	2/6 19:42

김광섭

2015-02-06 00:45

불쌍한 파월 장병 부부에 대한 이야기~~~^^
물씬 풍기는 고운 글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기쁜 날 되세요
시인님


채영제	김시인님, 감사합니다.마지막 꽃샘 추위가 오겠지요. 늘 건강하세요.	2/6 19:42

배정이

2015-02-06 17:41

채영제 시인님, 좋은 글 감사히 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채영제	시인님, 광주의 마지막 겨울도 보통이 아닐 것인데요...조심하이소 ^^	2/6 19:41

이석구

2015-02-07 18:33

삶의 고뇌와 냉엄한 현실에
들풀의 애환을 실감합니다.
새봄에는 사업 번성하시고
즐겁고 건강 바랍니다.


채영제	금년에도 다복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행운이 깃들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20 23:33

김수잔

2015-02-08 04:49

채영제 시인님!
국제시장 영화 저도 관람하고 참 감명 깊었습니다
그때의 파월 장병 부부를 떠 올렸군요
좋은 글에 감사히 머물었습니다 행복한 휴일 되세요.


채영제	울울한 가시덤불 녹슨 물 털어내고 식어진 우리 노래 이제는 데워야지 아,서로가 사랑하면서 밝아지는 새 하늘. 감사합니다.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문운 창대하시길 빕니다.	2/20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