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이상철
ㆍ작성일	2013-02-24 01:37

ㆍIP: 49.xxx.60

정월 대보름의 風景

정월 대보름의 風景

   전통적으로 농촌의 농부들은 농번기이나 농한기이나 아침 일찍 일어났다. 농한기인 겨울철에도 새벽 4시쯤이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쇠죽을 끓였다. 최근엔 주변에서 보기 어려워졌지만  집집마다 부억에 솥은 3개 이상이었다. 가장 큰 가마솥은 쇠죽을 끓일 때나 두부를 만든다든가, 엿을 고을 때 사용되곤 했다. 중간 솥은 밥을 지을 때 사용되었고, 가장 작은 솥은 점심이나 간단한 요리에 사용되곤 했다.

   커다란 가마솥에 작두를 사용하여 짚을 정갈하게 썰은 여물을 솥의 아가리가 미어 터지게 집어 넣고 구정물을 적당히 부은 다음, 저나 콩을 한 줌 넣어 끓이면, 소를 살 찌우는 겨울철 쇠죽이 완성된다. 되새김 질하는 소에게 영양소를 고려한다면 삶은 여물은 불필요할 것이나 겨울철 온돌 방식의 집 안의 난방을 겸해야 하였기에 집집마다 여물은 조석으로 끓이곤 했다.

   솔가지 타는 향과 매캐한 연기는 문풍지를 바른 방문의 틈새로 방안까지 스며들었고, 생나무 타는 증기소리와 탁탁거리는 소리는 전날의 온 동네를 쏘다니며 천방지축의 놀이로 곤잠을 자는 아이들도 덩달아 일찍 깨웠다. 정월 대보름날 새벽 일찍 일어나 부억을 기웃거리면, '내 더위!'하는 소리와 함께 무상으로 더위를 사곤 했다.

   정월 대보름 날은 아이들에게도 무척 바쁜 하루였다!
낫을 하나 들고 대문을 뛰쳐 나와 뒷동산에 올라가 잎이 바늘같이 밀생한 노간주나무 나뭇가지를 몇개 잘라와서 볏집으로 이은 지붕에 던지면서 '노래기!' 라 외쳤고, 그 다음엔 나무를 깍아 다듬어 만든 절구를 들고 마당가의 채소밭에 나아가 땅바닥에 절구질 했고, 다시 방에 들어 와 밤,호두같은 부럼을 깨고, 이어 귀밝이 술도 한잔 걸치고, 오곡밥을 먹은 다음엔 동무들에게 더위를 팔고, 쥐불놀이 통을 만들곤 했다.

   쥐불놀이 통은 적당한 깡통에 구멍을 뚤어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면 되었다. 점심이후엔 겨우내내 띄며 놀았던 연을 시집 보냈고, 다음엔 쥐불놀이 통에 마른 쇠똥이나 마른 나뭇가지를 담아 불화로를 만든 다음 원형으로 돌리고 온 동네를 다니며, 논둑과 밭둑은 모조리 불태웠다. 쥐불놀이는 남의 밭둑이나 내 밭둑이나 가리지 않고 하였으므로, 그 밤에 오줌을 싸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쥐불놀이는 논가나 밭둑에 무성한 잡초를 태움으로써 곤충의 알이나 병충해에 근원이 되는 균울 죽이는 정화 행사이었음으로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놀이로 승화된 거룩한 의식이였으리라!

   저녁을 일찍 먹고 달맞이에 마춤한 동산에 짚 한 뭇을 들고 올라가 달이 뜨기 시작하면 달집을 만들고 불을 놓아 그 해의 소원을 빌었다. 그 다음엔 뚝제를 지내는 장소를 물색하여, 뚝제 고사를 지낸 제주가 돌아가면 재빨리 시루채 가져다가 제사떡인 백설기를 포식하면 정월 대보름도 끝이 나곤 했다.

   그 동안에 어른들은 두레패, 윷놀이로 축사벽귀했다. 막걸리는 집집마다 풍년이었다. 입춘,설,정월대보름,우수,경칩철은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이고, 주변의 산야에는 생강나무,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하고 온갖 녹음방초가 움을 튀우는 소리가 온 산야에 가득 차 툭툭거렸다.

   정월 대보름 마춤하여 차고 시린 북서풍은 청화한 봄내음을 싣고 온 남동풍으로 바뀌는 절기이며, 온갖 산새, 파충류들의 번식기이기도 하다.

길상용 2013-02-24 21:01	정월 대보름에 얽힌 사연. 그리고 늘 우리가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들. 쥐불놀이, 귀밝이술, 윷놀이, 오곡밥, 부름들... 모두들 올해에 풍년이들고 희망을 기다리는 민심이 모두 담긴 사연 잘 읽고갑니다.

이명숙 2013-02-24 22:18	귀한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편안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곽종철 2013-02-25 09:25	우수가 지나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보름에 얽힌 이야기,추억의 이야기들입니다 귀한 글을 가슴 속에 담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경대호 2013-02-25 10:12	수필의 글 잘 감상합니다.. 대보름이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시은 2013-02-25 13:22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조용히 들려 옵니다. 기나긴 추위를 뒤로 하고.. 아름다운 하루 만들어 가세요~~!!

홍대복 2013-02-27 03:06	이상철 시인님! 깊은 시향에 마음 내립니다 새 봄, 새희망! 연초록 푸른 물결의 속삭임이 하늘 가득 피어납니다 매화 향기가 천 리를 진동하고 새 희망의 노랫 소리 저 하늘에 드높으니 축복 받은 이 땅에 행복이 넘쳐납니다 시인님의 건안과 행복을 둥근 달님께 기원해 봅니다^^*

이상철 2013-02-27 07:49	《Re》길상용 님 , 한국의 60년대엔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농공상의 신분 질서와 그 중에 두번째를 차지하는 농의 생활상들이 도처에 남아 있던 시절이었지요,

이상철 2013-02-27 07:52	《Re》이명숙 님 , 4.19 학생 의거와 5.16 군사 혁명과 더불어 수 천년간 지속되든 한국 사회에 변혁의 바람이 거세게 몰려 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상철 2013-02-27 07:54	《Re》곽종철 님 , 바로, 공업화의 물결이었습니다. 이 때에 세상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한 필자의 과거에 대한 회상이 이 글에 남아 있습니다.

이상철 2013-02-27 07:57	《Re》경대호 님 , 공업화는 필연적으로, 서울, 인천, 경기 지역으로 인구 집중을 불러 왔습니다. 일자리를 찾으러 속된 말로 돈벌이를 위하여, 정든 고향을 등졌던 것이지요.

이상철 2013-02-27 08:00	《Re》김시은 님 , 그것이 바로, 한국을 오늘 날 세계 5대 공업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이상철 2013-02-27 08:07	《Re》홍대복 님 , 그것이 바로, 한국을 오늘 날 세계 5대 공업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자유와 평등과 박애와 헌신과 이타, 자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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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春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