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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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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유정걸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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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유정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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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9-09 1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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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가라앉고, 나의 세월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나의 세월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ㅡ유정걸
아가,
나의 아가!
그 어둡고 차가운 물 아래까지 아빠의 소리가 들리니?
그래,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한 모금의 숨이라도 아껴야 하니,
아빠의 말을 들으렴,
뭍으로 이어진 탯줄을 붙들려무나.
'세월',
너와 나 사이의 '세월'을 생각하면
'세월호'의 '세월'은 다시 흘러야 한단다.
열아홉 해 전
난 네 엄마의 아기집에 고운 씨앗을 내렸지.
넌 그 열 달 어둡고 비좁은 강물에서 열 달의 '세월'을 기다려 세상으로 나왔으니..
아가, 사랑하는 나의 아가
곧 '세월호'의 문이 열려 너의 '세월'은 스무살의 봉오리를 맺을 게다.
너를 내 품에 안은 '세월'이 열여덟 해.
뭍에 발을 붙이고, 아장아장 걷고,
성큼성큼 뛰던 나의 아가.
너는 아빠 품에서 뛰놀았고
크면 아빠에게 시집 온다고 그랬잖니?
그랬던 나의 아가,
멀리 바다 건너 수학 여행을 간다는
네 엄마 말에 나의 '세월'은 열여덟 해 전부터는 오롯이 너의 세월였구나!
아가,
사랑하는 나의 아가.
결코 이 아빠를 용서 말아라.
니가 인천항으로 떠난 그날 밤모처럼 니 엄마랑 남아
맥주잔을 수작하며
TV를 보던 이 아빠를.
'세월호'가 기우는 동안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신
이 아빠를.
여름에도 더운 물로
샤워를 하던 나의 아가.
그 어둡고 차가운 바닷물에
너의 '세월'을 흘려 보내지 마렴
'세월호'는 가라앉아도
너의 '세월'은 다시 솟아야 한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너의 '세월'이 팽목항 항구에 묶인다면
이 아빠는 '세월'을 거슬러
네 엄마 아가집에 내린 그 씨앗을 다시
거두련다.
너의 '세월'을 애초에 지우련다
.아가,
나의 아가
'세월호'는 가라앉아도
너의 '세월'은 내일 아침 해님마냥 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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