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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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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재덕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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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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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4-18 2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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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들 모임
590. 개구쟁이들 모임
운중/김재덕
매년 하는 모임인데도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초등 동창회 참석한다고 부산에서 광주로 자가운전하여 갔다. 시간이 어정쩡하여 신안 지도, 부모님 산소는 못 가겠다 싶어 다음 날 가기로 마음먹고 모임 장소로 핸들을 틀어 4시간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하였는데 약속 시각 2시간 전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잠시 기다리다 보니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세월이 비껴간 듯한 친구, 남들이 보기에 형같이 보이는 반갑고 그립던 친구 사는 방식이나 직업이 제각각이면서 함박웃음 짓는 얼굴로 인사말과 동시에 손에 흐르는 정을 감지하며 시끌벅적하기 시작한다. 맛있는 고향 음식, 낙지 갑오징어 홍어 농게 젓갈 떡 등등을 준비한다고 하길래 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기만 하고 섬진강 휴게소 배경이 좋아 사진 몇 컷을 찍고 휴식을 취하고 운전한 나로선 배가 고팠다.
멀리서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밤새 버틸 체력을 위해 몸보신용의 한방 오리 백숙을 시켜 노루 궁둥이 버섯하고 배불리 섭취하고 오가는 술잔 속에 이런저런 삶을 이야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엄마 같은 성품의 숙이는 행사하는 예술인이라서 그러는지 웃기는 유머를 툭툭 던지며 어찌나 친구들을 자상히 챙기는지 진짜 큰 누님 같았다. 더 웃기는 건 얼마나 숙이가 짖어댔었을까? 안 되겠다 싶은 삼례가 무슨 전야제를 한답시고 서울에서 미리 내려온 삼례는 동창 모임 전야제 1호가 돼버렸다. 재미있었는지 잠을 설쳤는지 내 차 안에서 퍼질러 자버리고 우린 도란도란 보내며 좀 부실한 놈 먹인다고 숙이가 가져온 청명 환을 두알 주길래 먹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광귀한테 맡기며 "튼실한 놈이 먹으면 더 염병을 떠니까, 꼭, 술이 약해 비실거리는 부실한 친구들 주라"는 당부와 함께 친구들 다 모이기를 기다렸다. 사실 난, 부실한 놈의 축에 끼는 건 아닌데 챙겨주는 성의를 봐서 먹었는데 모임 후에 효과는 있었는지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멀쩡했다. 또, 이번에는 일명, 관례처럼 팔부 머저리들이 참석하여 모임 분위기를 깨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를 다들 품어겠지만,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맙소사, 둘 다 참석하고 만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마음 한편의 좌불안석이었을 거다.
시간이 흐르고 참석 예상 인원수는 절반의 인원에 불과하였었지만, 사회자 뽀께의 능숙한 진행으로 전임 회장 인사말이 끝난 후 후임 회장 선출 및 인사말을 끝으로 총무 작년도 결산 및 경과보고가 끝나자 술자리가 무르익는데 뜻밖에도 글 제자인 광주 한정서 시인이 참치 사시미를 들고 모임 장소에 찾아와 스승을 빛나게 해줌에 음식 대접을 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배웅하고 나니 분위기가 고조 되는데도 염려한 팔부들 염병 짓은 여전하였다. 잘났네, 못났네, 돈 자랑에다 것도 모자라 별 식겁잖은 자랑질에 친구들 눈살은 찌푸려져도 두 팔부 머저리들 덕분에 입술은 귀에 걸리듯 배를 잡았다. 명물은 명물들이 따로 없는데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은 나만 하였을까? 1차 모임을 마무리하고 2차 노래방을 갔는데 마치 광란의 밤을 보내는 듯 다들 온갖 지녔던 끼 발산에 여념이 없고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77년도 철부지들은 끊임없이 낄낄대며 마감 시간인 자정까지 별 탈 없이 재미난 시간을 보내다 정리를 하고 갈 친구들은 인사를 나누며 귀가하고 나머지는 숙소를 향해 밤새울 주류와 음료 음식을 챙겨 걸음걸이 똑바른 친구들 비쩍 거리는 친구들 각양각색으로 자리를 잡아 술자리를 또 펼치고 온갖 웃기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더니 아뿔싸, 역시가 역시였다. 명물들다운 믿지 못할 배꼽 빠질 이야기들은 여기서 다 못하겠다.
두 팔부가 결국 분위기를 망가뜨리며 진짜 염병땜병을 하듯 난리를 쳐서 결국 분리 작전으로 나는 코불이를 붙잡아 밖에서 소주 한병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재덕아 "나는 요즘 웃고 싶어도 진정한 웃음이 안 나오고 즐겁게 살고 싶은데 즐겁지가 않다." 하는 말에 꼭 내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아픔이 코불이에게 묻어났다.
글도 그럴 것이 부모님 형제들 다 소천하고 제 누나랑 딸랑 둘이 남은 친구가 이해가 갔다. 명색이 시인이라면서 나는 이런 말밖엔 할 수가 없었다. 코불아 누구나 슬픔은 다 안고 산다. 그렇지만 그 슬픔도 내뿜을 때 털어버리고 간직할 건 간직해라. 또 네가 그 비싼 흑산도 홍어를 찬조하고도 친구들 비아냥 받을 이유가 뭔지 아냐? 돈이란 멋지게 쓸 때는 써야 하고 썼다면 무게감도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돈 쓰고도 대접 못 받는 건 바보다. 말도 가려서 할 줄도 아는 우리들 세월인데도 둘이 뭐가 그리 서로 잘났다고 하는 짓이 꼭 철부지 같다. 친구들이 정이 많고 좋아서 우리가 어울리지만, 그래도 친구란 잘나가도 못 나가도 행여 돈 많아도 없어도 친구는 친구이잖니? 친구들 앞에서 으스대본들 누가 알아나 주더나 정신을 차리고 오늘 너희 부모님 기일이라면서 네가 이리 취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되겠냐? 얼른 목포 택시를 타고 가거라, 하니 그럼 "너랑도 이엔드 하자"며 안 간다고 억지 부리는 똥고집에 또 올라가서 이 야밤에 다들 숙소에 쫓겨나게 싸울래? 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택시를 타고 갔다. 보낸 뒤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난, 숙소를 찾아 가는데 하도 코불이가 택시 몇 대를 잡았다 그냥 보냈다 하는 바람에 방향 감각을 잃어 숙소를 한참동안 찾아 헤맸다. 급하게 코불이 데리고 나온다고 지갑도 휴대폰을 놓고 나와서다. 어찌어찌 헤매다 보니 숙소가 보이길래 어찌나 반가운지 들어가 보니 아직도 술마시는 친구들 한 쪽에 잠든 친구들이 있었다, "뭔 시간이 이리 걸렸냐?" 하길래 간단한 설명을 하고 저 한명의 팔부가 잠을 안 자는 순간 잠은 다 자겠다 싶어서 다른 숙소에 가서 눈 좀 붙혀야겠다 하고 가니 전임 회장 친구가 미리 자고 있었다. 잠시 눈 붙혀야 하는 것은 부모님 산소에 가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고단한 몸은 간단한 세면과 동시에 탱크의 시동은 걸리고 말았다.
그랬는데....
한두 시간을 잤을까, 방마다 씻는다고 왔다리 갔다리하는 촌놈들 확실히 도시 놈들과 생활 습관이 다른지 일찍 일어나 잠을 확 깨버리고 팔부는 밤새도록 잠도 안 자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지 모텔 주인장이 쓴소리하고 무슨 일요일 꼭두새벽 같은 이른 시간에 아침을 먹는다고 깨우고 지랄들인지 눈꺼풀이 욕을 할 정도로 피곤이 겹쳐왔는데도 어쩔 수 없이 씻고 나오는데 비실댄다고 청명 환까지 먹은 "봉기가 맞지도 않은 한수 친구 신발을 신고 어디로 사라졌으며 또, 휴대폰을 두고 갔다며 후론트에 말해서 혼자 투숙한 호실 가서 깨워 데리고 오란다."
하여, 이리저리 알아봐도 봉기는 없고 연락도 안 되고 또, 건강도 안 좋은 친구가 그리 사라져버리니 친구들 걱정은 노심초사였다. "똥차 둘을 치우고 나니 뭔 똥차가 생겨가 이리 애타게 하는지 구시렁대는" 친구들이 한참을 찾으며 "폰도 없고 신발도 맞지 않는 것을 질질 끌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알쏭달쏭하다"며 온갖 추측을 난무시키며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이리저리 의논하여 기다리고 슬리퍼 신고 있는 한수랑 찾아볼 친구들을 남기고 나는 산소에 내려가 봐야 하겠다 하니 "그래 빨리 가봐라" 하니 고향을 지키던 상민이가 봉기 구두를 챙긴 뒤 동시에 출발하여 운전하고 광주를 벗어나는데 뜬금없이 비가 내리니 이러다 산소도 못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속도를 올려봐도 사라진 친구 걱정은 앞서고 이른 아침부터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지도까지 빗길에도 속도를 제법 냈는지 빨리 오긴 왔는데, 해제 지도 연륙교 양간다리를 건너 기름도 보충할 겸 배도 더부룩하게 밤새 얼마나 많이 퍼먹었길래 기름 넣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가 한 바가지를 쏟아내니 그때야 배가 홀가분하여 조금 더 운전하여 부모님 산소 있는 곳 태천 동네에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 도착하니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도 비가 딱 그치는 신기할 일이 생겼다. 옳지, 부모님이 장남 오는 것을 아시는구나! 하고 한참을 걸어서 산소에 오르는데 산소 밑에 웬 비닐하우스가 덩그러니 앉았다. 그 공사 때문에 좀 으스스하던 길이 깔끔하게 치워져 상쾌한 기분으로 오랜만에 술과 북어포를 놓고 절하고 내려오니 빗방울이 또 굵어진다. 차 안에서 광주 숙소에서 찾고 있을 친구들한테 전화하니 아직도 봉기는 행방불명이고 찾는 친구들과 궁금해하는 친구들은 애가 타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몸도 안 좋은 친구라서 혹, "초상 치를 일이 생기지 않겠냐" 별 좋지 않은 생각은 다들 가졌단다. 상민이 전화가 와서 "점심 먹고 올라가라" 하길래 뽀께네 엄마한테 절하고 간다며 내가 태어난 고사 동네로 이동하여 차를 세우는데 아니 이럴 수가 또 비가 멈춘다, 허 참, 신기할 노릇이다. 절하고 엄마 가요. 했더니 빗방울이 또 떨어진다. 상민이를 만나 짱뚱어탕을 먹자 하는데 비는 쏟아지고 가보니 손님이 많이 찾아와 탕이 떨어졌다 하길래 결국 장어탕을 먹었는데 지도에서 같이 올라가서 혼자 내려오고 장장 4시간 동안 못 찾는 봉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는지 밥을 다 못 먹고 깨작거리며 여기저기 전화질만 해댄다. 상민이 가게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며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반가운 희소식이 들린다. 충전하여 봉기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친구들 눈에 은행에서 인출하고 터미널에서 표를 끊은 흔적이 휴대폰에 고스란히 족적을 남기니 아, 살아 있긴 있구나! 하며 부랴부랴 서울 올라갈 병권 귀석이 친구는 어짜피 터미널 가야 하니까 가서 찾아보니 뻐젓이 지도행 버스에 앉아 있더란다. 환장할 노릇아닌가? 봉기 제 딴에 휴대폰도 잃어버리고 신발은 아부지 신발처럼 큰 것을 터벅거리며 짧은 생각으로 친구들이 지를 버리고 가버렸다고 생각들었을 건데 지 땜에 여러 친구들 애간장 탔는 줄이나 알고 있었을까? 여차여차 사연 많았던 모임은 끝을 내고 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찌뿌둥한 컨디션으로 부산을 향해 눈 부릅뜨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다들 무사함에 아멘, 아미타불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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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자
`김재덕`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