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전국시인대회에서 수상을 하신 다섯 분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시심을 기대합니다.

*2007. 전국시인대회 수상자*
대상: 유남계 (작품:나로도의 부활)
금상: 최길준 (닻)
은상: 임성화 (토우)
동상: 김정숙 (하얀 쪽달)
동상: 장현진 (삼각로터리서점에 시집은 없다)

대상
: 상장.트로피.부상 증정

유남계 (작품:나로도의 부활)


// 대상 수상작 //

나로도의 부활
                    / 유남계 시인

은하수 속의 지구별
별을 사랑한 한민족
남쪽바다 외딴섬 나로도는
천고의 세월 속에 기지개를 켜고 있고

망망대해의 파도소리
갈매기의 울음소리는
흥망성쇠의 베를 짜고 있었으니

그 비단 한 필 이루어지는 날
활의 명인 동이민족의 저력으로
불꽃 화살을 우주로 날리면
하늘 나루터의 부활이 이루어지리라

쏘아라, 불화살을
쏘아라, 민족혼을
위대한 천손민족의 긍지를 담아
삼천 대천 세계(三千大千世界)의 시공을 향하여


금상
: 상장.트로피.부상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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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준 (닻)

// 금상 수상작 //

닻
                / 최길준 시인

붉게 녹슨 닻
헤진 걸레 기름을 묻혀
조금씩 세월을 닦는다
풀어헤친 삶 동여매지 않은
여인의 긴 머리채 같은 세월
개펄에 밀려오는 바닷물로
얼룩진 흔적을 씻는다
수만 갈래 갈라지는 머릿결
짠 바닷물이 해초 냄새에 섞여
적막한 밤 바다를 뒤덮는다
표류하던 난파선 조각 위의 인생
생의 자락이 춤추는 파도 속에 사라지네
고운 달빛으로 감싸 안은 바다
저 넓고 광활한 바다에 뱃길이 열리면
썰물 때 진흙 펄에 빠져 있던 닻을 올리리라
고달픈 어부의 삶 뱃전에 나부끼는 깃발
담배 연기에 슬픔을 다 날려 보내고
희망은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날
운명의 섬이 되는 이유를 저 닻은 알 것이다
바다에 누운 닻 또 하나의 별을 올려다본다.


은상
: 상장.트로피.부상 증정
임성화 (토우)

// 은상 수상작 //

토우
           / 임성화 시인


자궁문 절로 열린 불국토 그 어느 날

경주국립박물관 국보순례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 1호관 장경호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던 아랫도리 벗은 남자가 자꾸만 나를 따라 온다 그리 낯설지 않는 그 남자 뭐라고 말을 걸어오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 천 년 전 신어일까 고선사 석탑아래 달빛이불 덮고 밤새워 사랑 나눈 내 전생의 잊지 못할 그 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반구대 암각화에 남근을 불끈 세우고 서 있는 내 첫사랑 그 남자같기도 한데 번뇌를 다 씻었는지 해탈한 얼굴로 자꾸만 따라온다 손사래를 치며 헐레벌떡 도망쳐 이불속으로 몸을 숨긴다 짜르르 온 몸에서 감당 못할 전류가 흐르고 그 남자 어느새 한쪽다리를 내 다리위에 올려 놓는다 침까지 질질 흘리며 곤한 잠에 빠진 그 남자는 요동치는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하듯 씨 --익 웃으며 잠꼬대를 하고 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동상
: 상장.트로피.부상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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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하얀 쪽달)

// 동상 수상작 //

하얀 쪽달
               / 김정숙 시인

초저녁
하늘빛 흐르는 빨랫줄에
매달린 하얀 쪽달

사공 없는 빈 하늘
홀로 가는 저 쪽달
모셔다가

하늘보다 넓은 우주
그 생명의 바다
모체(母體)의 궁(宮)속으로

끝없는 세월 속에
잉태할 생명이라도
만월(滿月)에 찬 신비로움
새 생명의 기쁨

이 한 몸
운명의 그 순간까지
만삭의 배
한 번 보듬어 보았으면...



동상
: 상장.트로피.부상 증정

장현진 (삼각로터리서점에 시집은 없다)

// 동상 수상작 //


삼각로터리서점에 시집은 없다

                                         /장현진 시인 

황금동 삼각로터리,
예전 이 단어를 떠올리면
배호의 애절한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가 생각났어.
우스운 일이지.
삼각로터리, 이곳에선
누군가와 짧게 사랑한 일조차 기억 없는데
왜 그럴까
울 아버지 18번이어서
아버지의 한 겹 진한 웃음이어서
아마 그래서 너무 쉽게 기억되는 걸 거야
오늘 나는 일그러진 얼굴을 고쳐보고자
삼각로터리 소문 무성한 그 책방 찾아왔는데
그런데 문 앞 누렇게 뜬 광고문구
[서른아홉, 재테크에 미쳐라]가
순간 나를 압도하여 당황케 한다.
삶에 달라붙은 누추한 상처 때문일까
내부에도 싱싱한 표정은 없고
그저 창백한 낯의 불안증 환자 몇 만
오후 내내 경제관련 책들을 뒤적이며
파닥거리는 시간들을 말아먹고 있다.
<시집은 어디에 있나요?>
멀뚱거리다 던진 씁쓸한 물음하나
<글쎄요. 저기에 있나.......>
물컹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그가
정녕 책방의 주인은 맞는 것인지
그의 시대타령처럼
사람들이 시집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켜 뜬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수십 년 건너온 미세한 언어들을
죽은 뼈처럼 열 맞춰 냅다 처박아 놓을 건 뭔가.
시집 한 권에 행복해 하며
새로운 풍경을 달고 가던 시절
하면, 들숨 같은 살가운 사랑을
새벽 닮은 가벼운 웃음을
이제 나는 어디에서, 무엇에서 만나보아야 하나.



**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날로 발전하는 문학인의 모습으로 한결같은 사랑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