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 드리는 글 -

中天, 주   환

이런 이야기를 하면 기고만장(氣高萬丈)인지, 덜 익은 벼이삭이 나도 벼이삭이라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푼수를 떠는 것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랑하는 여러 문우님들께 그 깊이를 묻고자 하는 심정으로 가시방석에 앉더라도 보아 도리가 아닌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문우 여러분!

열린 가슴으로 너그러이 헤아려주시면 감사와 영광이라 생각하면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문학을 동경하여 문인의 길로 들어설 때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내 미약한 글 한두 편 골라 밑져야 본전이라며 타인의 소개이거나, 또는 우연한 게기로 알게 된 자신만이 아는 문인협회(통칭 문단)에 신인응모작을 내게 됩니다.

그렇게 응모한 응모자들의 작품들 중에는 행운도 있고, 다행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신인응모작을 내어 우선 자신의 응모작이 당선이 되어 등단이라는 수순을 밟는 것, 생각하면 고무적이었고 고무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만족한다거나, ‘이제는 작가가 되었으니, 내가 이 지구상 어디에 가든 작품만 쓰면 된다는 생각, 지당합니다, 좋습니다, 나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문인협회(문단)를 통하였든, 이것만은 분명히 심사숙고하여야할 것은, 만에 하나 자신의 응모한 작품이 당선이 되어 등단하게 된 문인협회(문단)가 등단 이후 공중분해 되었거나, 또는 자신이 등단한 문단의 문예지가 폐간되었을 때에는, 여타의 대의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타 문단의 문예지를 통해 활동한다든가, 재등단 절차를 밟는 것은 타당성의 명분이 설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당선되어 등단한 문인협회(문단)와 문예지가 엄연히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사적인 감정으로 타협회에 가서 모지를 발행하는 친정(작가의 길을 걷게 해 준)을 비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 여깁니다.

또한,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등단한 모지의 협회(문단)가 살아 있음에도 그러한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을 작가의 길을 걷게 해 준 모지의 문인협회(문단)를 아예 배신(탈퇴)하고, 여타의 문인협회(문단)에 가서 다시 재등단하는 일은 같은 문인으로서도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으며, 행해서는 아니 될 행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느 문인협회(문단)의 출신이든, 작가의 길을 걷는 문인은 누구나 다 같은 느낌일 것이라 짐작하면서, 함께(같은 시기) 등단한 동인(동기)의 배반을 바라보며, 같은 작가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작가라는 자기 자신 앞에 회의적(懷疑的)임을 알 것입니다.

덧붙여, 이러한 행각을 일컬어 친어머니 아버지가 싫어 버리고, 의붓아버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그리고 또한, 문인은 힘겨루기를 하는 정치판이 아님에 따라, 자신을 있게 해 준 협회(모지의)에 명망 높은 원로선생님 한분 없다고 해서 평가절하 하는 일은, 자기 자신을 자기 스스로 폄하하는 일이라 봅니다.

한 가지 더한다면, 자신의 작품성은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으며,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일이며, 스스로 작가라는 업을 버리지 않는 이상 자기 자신의 피나는 노력의 탐구가 아닌가 하면서 글을 짓는 같은 문인으로서, 정말이지 당리당략만을 계산하는 자기 자신의 이해타산에만 사로잡혀 이리 가고 저리 가는 정치인들의 흉내는 내지 말자는 것을 돌아오는 화살촉을 각오하오며 스스로 깊이 헤아려보자는 사랑하는 마음을 삼가 올립니다.

시인ㆍ수필가 / 中天, 주  환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