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광주전남지회가 워낙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남과 광주를 돌아가며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다른 즐거움일 수 있다.

하루에 둘러보기 어려운 땅끝의 해남, 전국의 사람들이 밤바다를 찾아드는 여수, 대나무 숲이 좋은 담양, 녹차의 향이 가득한 보성,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국가정원과 갈대숲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순천, 각 지역마다 시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을 것 만 같은 정겨운 우리 지회의 모임은 어디 할 곳 없이 글을 쏟아 내게 하는 글밭이다.

이번엔 광주의 “코다리” 전문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코 빠지는 줄도 모르고 너무 열심히 먹을 수 있게, 그 맛에 시가 담겨져 있어 오랜만에 시로 배를 채울 수 있는 풍부함이 좋았다,

광주에 계시는 시인님들께서는 손님 맞으시려 일찍 나와 계셔서 반가움이 더 했다.

봄날 같이 따스한 정찬열 이사님, 10년 이상 젊어지신 박기만 시인님, 콩나물을 좋아하시는 박희홍 시인님, 반 소매가 잘 어울리시는 정병근 시인님, 까만 피노키오 바지가 잘 받는 정미형 총무님, 허스키한 남도 목소리가 멋진 오수경 시인님, 봄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한정서 시인님, 짧은 머리, 티샤츠가 돋보이는 김현철 시인님, 여수의 기둥 배인안 시인님, 다정다감한 최이천 시인님, 여수의 귀여운 깡패 우리 지회장이신 김강좌 시인님께서 함께 하셨는데 역시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월의 친근감이 더 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스한 봄날, 깊어 가는 정]

이제 말로만 하는 시대는 우리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언제라도 모여서 서로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수칠 수 있고, 눈물 살짝 훔치는 이러한 이야기가 우리를 또 모이게 할 것이다. 살아가는데 있어 진솔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도 생각해 보야야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거짓 속에 몸을 던져 놓고 무엇이 옳은가에 대하여 말도 못하고 살고 있다. 글 쓰는 사람이 이것조차 버리고 나면 가느다란 뼈대 하나 남을까. 서로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표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임의 글들이 또 하나의 굳은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 마음은 막걸리 주전자 속에 들어 있어도 좋다. 결국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 갈 것이니까.

 [막걸리가 품은 정]

이러한 마음은 한자리에서 비워 내기 어렵다. 같은 자리에서의 이야기가 자리를 바꿈으로써 또 다른 엉킴의 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지회장님의 끈끈한 이야기가 모임의 조미료로 투여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깊어져 간다.

[지회장님의 일침]

정이 없는 사람 곁에는 가지 마라. 이렇게 정이 흘러 계곡을 이루고, 그 돌담에 앉아 소록소록 쌓이는 것이 사람 사는 멋이고 맛이 아닐까 싶다.

우리지회의 모임은, 꼭, 가만히 스며드는 봄 안개 같은 푸근함이 녹아 있어서 다음의 만날 날이 또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이 글을 짓게 만든다.

또한 어울림이 좋다.

모두, 함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