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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2-12-20 (목)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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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명당>

가파른 능선이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무릎이 지쳐 삐거덕거리고
헉헉 가쁜 숨에서 단내가 난다.
이렇게 한참을 오르고도 부족하여
또 다른 산허리를 바꾸어 타고 넘기를 거듭하니
온몸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린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이 험한 산꼭대기에 
조상님을 모셔놓고 생고생을 시키는 것일까.
골바람을 불러 타고 오르는 외로움이
봉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듬성듬성 돋은 잡풀을 뽑아내는 손에 잡힌
조상님 말씀이 꿈틀거린다.
외로운데 엄청 외로운데
후손 기다리는 재미로 그런 기대로
산의 등뼈를 베고 누워서 보는 하늘이 곱단다.
벌떡 일어나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 누르고
기다린 보람으로 후손을 볼 수 있어 좋고
찾아 오르며 다져진 뼈대 세워
꽝꽝한 세상 파고들어 이름 날리고 돈 버는 것 보아 좋단다.
단내 풍기며 땀 흘려 오른 강단진 몸 밑천 하여
가시 철망 같은 세파 깔아뭉개고 우뚝 선 것 모두
자길 찾아 흘린 땀의 덕이란다.
가시에 긁히며 무릎 시큰거린 것 참고
해발 높은 능선에 터를 닦은 이유 알겠다.
역시 명당은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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