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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길옥
ㆍ작성일 2010-10-28 (목) 19:56
ㆍAutoPlay MediaPlayer
   
삶의 여정 
      
<삶의 여정>
     - 세월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

           - 시 : 돌샘/이길옥 -




















병색 짙은 노인이 앉은 의자가
껍질뿐인 노인의 무게에도 힘겨워하고 있다.
의자도 노인만큼 수명의 끝이 가까운가 보다.
부름켜 층층의 틈에 벤 고난의 세월이 자릴 비운 사이
각질도 힘을 잃고
두껍게 입었던 페인트를 벗고 있다.
볼품사납게 상처만 딱지로 붙어 있는 의자가
노인의 가래 끓는 소리에 놀라 삐걱거린다.
모진 세월을 살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젊음과 함께 빠져나가고 남은
몇 가닥의 탈색된 흰 머리카락이
노인의 이마에 흘러내려
깊게 패인 주름에 끼어든다.
골 깊은 주름의 이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고달픈 삶의 흔적이 머리카락을 힘겹게 잡고
지난날의 누더기를 벗겨보지만
어디에도 노인이 만들었던 기쁨이 없다.
이미 구겨진 자존심이 실밥 터진 옷섶에 말려
미안한 이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을
흘깃흘깃 쏘아대는 행인의 눈총으로 읽고
노인은 변명을 까칠까칠 메마른 혓바닥에 묻고 있다.
하루를 의자의 신음 소리와 놀던 노인이
후들거리는 무릎을 지팡이의 힘을 빌려 세우자
우두둑 관절의 몸서리
낡은 의자가 허리의 통증으로 들썩인다.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누더기의 땟국이 번지듯 어둠이 내리고
노인은 어기적어기적 기다림이 끝난 어둠의 터널로
서서히 빨려들고 있다.
이름아이콘 설연화
2010-10-30 17:46
회원사진 		좋은글에 한참을 머물렀다 갑니다
   
이름아이콘 이길옥
2010-10-31 08:32
회원사진 		《Re》설연화 시인님,
감사합니다.
가을이 막바지에서 몸을 부르르 떱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1040 허 씨 생선가게를 찾은 날 이길옥 2010-12-01
1039 얼룩 이길옥 2010-11-27
1038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길옥 2010-11-24
1037 공원 벤치의 하루 이길옥 2010-11-21
1036 사람 사는 곳 이길옥 2010-11-17
1035 집으로 가는 길 이길옥 2010-11-13
1034 가을 박종흔 2010-11-11
1033 풍문 이길옥 2010-11-10
1032 일곱 빛깔 무지개 박종흔 2010-11-08
1031 허무의 계절 정영식 2010-11-06
1030 숲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길옥 2010-11-06
1029 새벽시장 이길옥 2010-10-31
1028 아름다운 이별은 없네 박종흔 2010-10-31
1027 중년의 사랑 [1] 정영식 2010-10-30
1026 가을 여행 [1] 정영식 2010-10-29
1025 삶의 여정 [2] 이길옥 2010-10-28
1024 은어의 사랑 [1] 박종흔 2010-10-26
1023 아무도 모른다 [2] 이길옥 2010-10-25
1022 ㅡ* 어둠이 내린빔 [1] 정영식 2010-10-25
1021 가을의 기도 [2] 박종흔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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